진짜 문제는 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선하지 안다는 비극적인 사실에 있습니다.

우리의 과학적 재능이 시대에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우리의 도덕이 낙후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현대 인간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면

인생의 영적인 목표보다

삶의 수단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입니다.

 

- 마틴 루터 킹, 『한 밤의 노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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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전쟁 - 연금제도가 밝히지 않는 진실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손성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미국에서 퇴직연금을 두고 일어난 파국적인 결과를 돌아봄으로써 바람직한 연금정책에 관해 생각해 보게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책이다. 책은 GM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회사들과 노조의 대결, 뉴욕 주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노조들과 주정부의 대결, 그리고 샌디에이고 시정부와 공무원들 사이의 대결을 중심으로, 방만한 연금구조와 계획이 어떻게 재정적인 압박을 가하게 되었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살피고 있다.

 

     저자는 당장에 지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여보다 연금을 높여주는 근시안적인 자세와 자신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서(그게 공무원이든 CEO든) 발생한 도덕적 헤이를 가장 큰 문제로 짚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오직 급여를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는 노조들도 연대책임이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문제의 해결은 제대로 적립되지 않는 연금적립금의 문제, 또 적립된 연금을 지나치게 차입하는 관행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 감상평 。。。。。。。         

 

     최근 우리나라도 복지라는 주제가 사회 전체 논의의 중심에 오르게 되었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어떤 식의 복지정책을 추진할 것인가를 국민들 앞에 제안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이와 관련한 이유로 주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가 서울 시장이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복지 전쟁’이라는 제목을 보고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복지라는 주제 중에서도 연금이라는 좀 더 하위의 항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제대로 된 제목을 붙이려면 ‘연금 전쟁’이라고 해야 할 텐데, 홍보를 위해서였을까.

 

 

     책은 앞서 소개한대로 방만한 연금정책과 계획으로 인해 위기를 겪게 된 기업과 정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바람직한 복지 정책으로서의 연금 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물론 모두에게 열심히 일한 만큼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 줄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역시 문제는 돈이다.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후손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운 채 당장의 즐거움을 누리겠다는 대단히 비겁하고도 무책임한 결론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나라의 진보정당들은 재원조달의 문제에 관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한 번도 집권을 해 정부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행착오를 감안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면 보수정당들에서 주장하는 것 같은 단계적 복지, 선별적 복지가 대안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이쪽은 그동안 워낙에 해먹은 것들이 많은지라 도덕성, 신뢰성이라는 부분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온갖 전시성 예산, 쓸 데 없는 토목공사들로 낭비되는 예산(다 뒷돈으로 들어가는)들의 존재는 여당이나 제1야당이나 공통적으로 벗을 수 없는 원죄다.

 

     필요한 건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국가 공동체 전체가 나서서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여기엔 필수적으로 (우리에게는 없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해결이 요원한 문제라는 거. 하지만 지름길은 없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큰 그림을 바라보며 조금씩 양보하고 합의를 이뤄가는 연습을 하는 것 밖에는. 물론 그런 의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모든 걸 시장에 맡기면 된다고 했던가. 유사 이래로 모두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면 다 같이 망하고 말았거늘. 책 전체가 미국의 상황만을 다루고 있지만, 미국에 국한되는 일이라고만 보고 넘길 수는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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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늘날의 도덕 교육은,

학생들에게 과거 모든 문명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위대한 도덕적 이상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 나름의 주관적인 감정과 가치관을 탐구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을 뜻한다.

 

- 낸시 피어시, 『완전한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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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츠 - GANTZ
영화
평점 :
현재상영


 

1. 줄거리 。。。。。。。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결국 사고를 당하게 된 케이와 카토. 십수 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의 운명은 그렇게 비틀려버렸다. 하지만 얼마 후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상한 방이었고, 그곳에는 먼저 온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크고 검은 공. 주어진 슈트를 입고 지시하는 성인(成人이나 聖人이 아니라 ‘星人’이다)을 죽일 때마다 점수를 얻고 그렇게 모든 점수가 100점이 되면 나갈 수 있다는 것.

 

     그들의 바람과 다르게 현실을 거부할 수는 없었고, 결국 거대한 공(간츠)의 지시대로 성인들을 잡으러 나서게 된다.  

 

 


 

 

2. 감상평 。。。。。。。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만든 하드코어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죽기 직전 이상한 방으로 불려오게 되고, 초인적인 능력이 생기는 슈트를 입고, 정체불명의 이상한 존재들과 싸움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는 설정은 역시 특유의 상상력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그런 상상력을 충분히 뒷받침 할 수 있는 기술력인데, 사실 기술은 곧 돈이 아닌가. 일본영화들이 대규모의 제작비를 들여서 만드는 걸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았는데, 그건 이 영화도 마찬가지.. 뭐 아주 보기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이 휘둥그레 해 질만한 장면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물론 일본 영화는 그보단 인물들의 성격묘사와 갈등들을 통해 드라마적인 구조를 잘 만들어 내는 데 더 중점을 두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도 단순히 싸움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연애 분위기를 가미했고, 혼자 잘나서 날뛰는 캐릭터, 우유부단해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캐릭터, 언제 봤다고 목숨까지 내주며 희생하는 캐릭터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 한 편으로 끝낼 작정이 아니라 전후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첫 번째 편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하고 인물들의 행위에 당위성을 불어넣는 면이 더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뭐 프롤로그의 의미만은 아니었고, 나름 자체적인 흥미 요소들도 들어 있어서 보는 데 지루하진 않았다. 예술성이나 작품성 보다는 오락성에 치우친 영화인데, 사방에 피가 흥건한 슬래셔 무비니 데이트용 보다는 남자친구들끼리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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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판 스캔들 - 저작권과 해적판의 문화사
야마다 쇼지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18세기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한 재판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런던의 서점운영자(당시 서점은 출판 및 유통과 마케팅 모두를 수행하고 있었다) 조합은 특정한 작품에 관한 저작권이 영구적으로 (그 권한을 저자로부터 구입한)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스코틀랜드 출신의 도널드슨이라는 업자가 싼 값에 책을 인쇄해 판매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몇 개의 재판을 거친 후 마침내 사안은 최고재판소인 상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었다. 과연 어떤 저작물에 관한 독점적 권한은 영구적인 것인가, 아니면 일정한 단서를 두고 제한될 수 있는가. 

 

 

 

2. 감상평 。。。。。。。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작시간에 한 어린 아이가 도무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자, 선생님이 와서는 다른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 아이는 이내 잘 만드는 친구 곁으로 가서 그가 만들고 있는 걸 보고 있는데, 그 친구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드는 걸 흉내 내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거야.’

 

 

     어떤 작품(책, 영화, 혹은 어떤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무엇이든)을 만들어낸 저작자가 그 저작물에 관한 독점적 권한을 갖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공정한 일이고, 그런 금전적인 이익을 줌으로써 더 많은 작품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좀 다르게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처럼 각종 분야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이전에 만들어진 어떤 저작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가 새로운 저작물을 만드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의 저작자의 권한을 영구적으로 보장한다면 오히려 후속적인 창작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저작권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좋은 작품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책에 실린 재판은 주로 법리적인 논쟁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천천히 읽다보면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저작권과 관련된 여러 논거들이 이미 이 시대에 다 등장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후 ‘해적판’, 혹은 ‘불법복제물’을 만든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면 나름 유익한 독서를 한 게 아닐까. 요점은 정의와 불의가 아니라, 저작자와 독자 모두의 이익을 위한 적절한 선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는가로 보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매도나 범죄좌 취급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런 주제에 관해 이런 연구서를 출판할 수 있는 일본의 출판계의 저력이 부럽다. 확실히 미시사는 일본 특유의 작음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참, 저작권 보호에 관해 좀 더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이 책에도 ‘독점계약’, ‘저작권법’, ‘보호’, ‘금지’와 같은 위협문구가 적혀있는 걸 보고 좀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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