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 The Help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인종차별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던 1960년대의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어느 마을.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스키터는 한 신문사에 취직해 칼럼에 대한 답변을 대신 써주는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보게 된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과 차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해 책으로 내 문제를 고발하려고 한다. 50년대 인종차별과 관련한 불안과 옳음에 관한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전혀 다른 세계관들의 충돌이 정반대로 너무나 평안해 보이는 목가적인 배경 위에서 잔잔히 풀려나온다.

 

  

 

 

2. 감상평 。。。。。。。                    

 

     1960년대는 미국 내 인종적 차별이 극심했던 시기다. 이즈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설교를 남긴 대표적인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백인들에게 암살당했고, 그보다 몇 해 전 맬컴 X 또한 흑인들 내부의 투쟁노선의 차이로 인해 암살로 생을 마감하던 시절이었다. 여기에 거침없이 폭력을 동원해서 흑인들을 겁박하고 살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KKK단이라는 미치광이들도 날뛰니 사실 영화 속보다 현실이 더욱 심각했다.

 

     영화는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 극의 흐름 전체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여자들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칫 딱딱한 정치적 이야기로 흘러갈 수도 있는 영화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여전히 여성들은 그들의 남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질 뿐, 문제 자체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시대적인 한계라고 봐야할 거고.

 

 

     영화를 보면서 ‘교양’이라는 덕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속 힐리로 대표되는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여인들은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교양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여자들이었다. 일찌감치 결혼해 아이를 낳고, 남편들이 출근한 후에는 모여 차를 마시거나 카드를 하며 사교적인 모임을 갖고,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자선행사를 여는 중년의 백인 중산층.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겉껍질에 속하는 것들이었고, 진짜 교양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그들로부터 천박하다는 비난을 받는 셀리아만이 흑인 가정부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교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판단력과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 위협과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꿋꿋이 반대할 수 있는 용기가 최소한의 필수요건이 아닐까. 이런 의미라면 요새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교양이 있니 없니 운운하는 이들은 그냥 새로운 생각을 하기가 귀찮은 것일 뿐, 교양인도 뭣도 아니다.

 

 

 

     이런 일들을 보며 공연히 문제를 일으킨다고 혀를 차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원래부터 있었고, 이제는 그것을 드러내고 햇볕 아래로 내어 놓아 소독을 하고, 음습한 부분을 말리고, 환부를 절제해 도려내는 것이라 하는 것이 맞다. 생살을 찢는 것이 아프긴 하지만 그마저 하지 않으려 한다면 몸 전체가 썩어 들어갈 뿐이다. 저널리즘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건데, 요샌 별 쓸모없는 연예인 뒷조사를 하면서 기자입네 하며 우쭐하는 작자들이 넘쳐나니..

 

     좋은 영화다. 덜 자극적이면서 바른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덧. 영화 속 조연으로 출연한 흑인 목사의 사역이 인상적이다. 영화 자체로 보면 딱히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언뜻 들을 수 있는 설교의 단편은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영감어린 흑인 목회자들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그에 반해 똑같은 책에 근거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좀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하기보다는 그들의 편견에 그 책의 내용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견강부회식의 언행이란... 모름지기 목회란 단순히 경전의 내용을 오늘로 옮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때와 오늘을 비교하고, 오늘의 상황 속에서 그분의 뜻을 밝혀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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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자주 우리는


자신의 삶을 우리의 의도만으로 평가하면서


타인의 삶을 평가할 때는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행동만으로 평가합니까?


- 앤디 앤드류스

 


Have you ever considered
how often we judge ourselves by our intentions
while we judge others by their actions?
- Andy Andr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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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펙스 - K-PAX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정신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환자들과 좀처럼 치료되지 않는 기존 환자들 때문에 좀처럼 아내에게조차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바쁜 정신과 전문의 마크. 어느 날 자신을 K-PAX라는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환자 프롯을 만난다. 바나나를 껍질 째 씹어먹는 그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상담을 시작하면서 듣게 된 그의 말은 거짓말 치고는 너무나 논리적이었고, 심지어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도 않고 소수의 천문학자들만 알고 있는 정보들까지 술술 말해 박사들마저 놀라게 만드는 게 아닌가.병원의 환자들조차도 곧 고향 행성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프롯의 이야기를 슬슬 믿기 시작했지만, 마크는 그의 이야기 속에 무엇인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면요법을 시도한다. 마침내 조금씩 그의 과거가 드러나는 듯했지만, 시간은 흘러 그가 돌아가겠다고 공언한 날이 되었다.

 

 

 

2. 감상평 。。。。。。。                  

 

     허름한 차림새로 갑자기 기차역 안에 나타난 프롯. 감독은 논리적인 말과 특정한 천문학 분야에 관한 천재적인 지식, 그리고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그의 선함을 보여주며 어쩌면 그가 정말로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크를 비롯한 정신과의사들의 눈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이상함의 근원을 좀 더 사실적으로 파헤쳐가는 흐름도 만들어낸다. 여기에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친밀감 형성과 치료 과정의 드라마틱한 전개까지 더해져서 한편의 훌륭한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전체를 통해 우주선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끝날 즈음에는 정말로 그가 외계에서 온 방문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썩 멋진 솜씨가 아닌가.

 

     프롯이 지구인인 마크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철학들의 수준이 특별히 탁월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찌되었건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마크가 자신의 가족과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설정 자체는 괜찮았다. 감독은 프롯의 말을 통해서 극중 그의 담당의사인 마크는 물론 세상을 치유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생각만큼 그 작업이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었다(그러기엔 집중력이 조금 모자랐다). 이 부분은 그가 정신병동의 다른 환자들을 치유하는 부분을 좀 더 세밀하게 묘사했더라면 효과적이었을 텐데 아쉽다.

 

 

 

     자신의 환자를 어떻게 해서든지 치료하기 위해 애를 쓰는 마크의 모습 또한 주목해볼만한 부분이다. 정신병동의 의사들이 마크와만 같다면 우리나라 같은 선입관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본다. 상담 관련 고전으로 꼽히는 ‘굿 윌 헌팅’에 못지않은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감독의 따뜻한 시선 또한 마음에 드는 작품.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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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일반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 좋지 않을뿐더러 사회 전체를 비뚤어지게 한다.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결속하고,

 

그 결과는 남과의 균형과 조화를 잊은 폭주밖에 없기 때문이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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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저번에 그랬지.

나만 아는 엄마 얘기를 해달라고.

나는 엄마를 모르겠다고 했었지.

엄마를 잃어버린 것밖에는 모르겠다구.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야.

특히 엄마의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나는 그걸 모르겠어.

생각해봐. 엄마는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 아니야.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었던 일까지도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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