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시황제의 폭정으로 민심이 크게 이반되자, 천하 각지에서는 저마다 폭군을 타도하고 백성을 구하겠다는 영웅들이 나타났다. 그 중 두각을 나타냈던 항우와 유방 사이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린 영화. 방대한 이야기 전체를 다룬 것은 아니고, 홍문의 연회를 중심으로 그 전후의 다툼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2. 감상평 。。。。。。。
포스터가 좀 허접스럽지만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다. 두 영웅의 대결을 단순히 인(仁)과 무(武) 사이의 충돌이나 선과 악으로만 조명하지 않고 말 그대로 한 판의 큰 겨루기로 그리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이제는 이런 종류의 역사물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역사책이나 소설에 나온 것과는 다른 관점을 취하는 게 유행처럼 되어버렸지만, 뭐 사서라고 해서 늘 진실만을 기록하는 건 아니니까(그래도 범증을 떠나보내는 항우의 눈빛은 너무 애절했다. 그러면 그냥 잡지 그랬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처음과 중심, 그리고 마무리를 장식하는 홍문의 연회 장면. 한 판 대결의 향배를 놓고 범증과 장량이 두는 바둑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범증의 오버액션이 실소를 자아내긴 했으나, 네 번째 판에 패한 후 피를 토하는 장량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바둑 두다 피를 토한다는 설정은 피구하다 돌아가셨다는 통키 아빠를 살짝 떠올리게도 했다).

전쟁을 다루면서도 전쟁 장면 자체보다 그 안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려는 모습은 이 감독 특유의 시선이다. 전작인 삼국지 : 용의 부활에서도 그저 용맹한 장군 중 한 명으로만 인식되던 조운을 전쟁의 의미에 대해 묻는 노(老)장군으로 그려내 꽤나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아쉬운 점은 다양한 부분을 섭렵하면서 영화의 중심을 어디다 두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 정치의 비정함인지, 전장에서도 빛을 발하는 항우와 우희의 사랑인지, 인생의 덧없음인지, 그것도 아니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건지. 물론 역으로 말하면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너무 좋은 쪽으로만 보는 것 같고.

중견급 배우들의 연기는 극중 배역에 잘 녹아들었다. 대충 인기를 발판삼아 적당히 영화 찍는 연예인들(배우가 아니라)이 출연해 맥을 탁탁 끊어 주는 만행이 없으니 보기에 편하다. 중국 고전물을 좋아한다면 꼭 봐줘야 할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