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정부에서 직접 처리하기 곤란한 일들을 맡아 대신 수행하는 민간 군사 업체에서 일하는 말로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인질을 구출하는 작전을 막 끝낸 그녀에게 새로운 일이 떨어진다. 임무 중 자신이 막 구해낸 인질이 죽은 채로 유기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 말로리는 갑자기 사방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며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이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말로리의 활약.

 

 

 

2. 감상평 。。。。。。。        

 

     오션스 시리즈를 만든 소더버그 감독의 연출력이 드러나는 작품. 이완 맥그리거, 채닝 테이텀, 안토니오 반데라스처럼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값도 심상치 않은 데다 감독의 능력까지 더해지니 대략 기본 이상은 할 수 있는 수준. 여기에 여주인공 말로리 역을 맡은 지나 카라노는 실제 이종격투기 선수이기도 하니 말 그대로 리얼 액션을 보여준다.(자주 등장하는 트라이앵글 쵸크가 인상적이다)

 

 

     미국의 CIA,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같은 정보조직들은 오래 전부터 국가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온갖 짓들을 행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근데 그것도 시대가 변하면서 인터넷과 위키리크스 같은 고발 사이트의 발달로 더 이상 정보통제가 쉽지 않아지면서 정부기관들의 준법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자 슬슬 더러운 일들(dirty work)을 대신 맡아 해주는 사설 기관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의 이라크 침공전쟁에서도 이런 민간 군사업체들이 대거 참여했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 이후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 요인에 대한 암살과 민간인 살육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게 사실. 국가공무원이 아닌 이들은 군인들이 지켜야 할 윤리적 규율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렸고, 면책이 삽입된 계약서는 이들을 법적인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게 만들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무력까지도 마음대로 사용하는 용역 깡패집단과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질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 집단이라는 말.

 

     여주인공 말로리는 영화 속에서는 거대한 음모의 희생자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뭐 사실 그 이전에 그녀 역시 필요에 따라서 사람 죽이는 걸 일로 삼고 있었기는 마찬가지이지 않았나. 뭐 그렇다고 해서 필요할 땐 써 먹다가 너무 컸다 싶으면 잘라 내버리는 권력의 생리가 옳다는 건 아니지만.

 

     치밀한 사건들의 연결과 전개보다는 액션에 좀 더 힘을 준 영화. 나름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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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교육을 죽이고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학생들은 비판적 의식이 기술과학적 훈련이라는

교육목적에 위험한 것이라고 배운다.

비판적 의식은 경력은 고사하고

일자리를 얻을 기회마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교육자들은 존경받을지는 몰라도

선동자라는 이유로 쫓겨날 것이다.

 

- 파울로 프레이리, 『자유의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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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택시 운전을 하며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을 골라 납치한 뒤, 잔인하게 고문하며 쾌감을 느끼는 정신병자 연쇄살인범. 어느 날 유명 모델인 셀린이 납치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왔던 언니 린다는 연쇄살인범을 쫒고 있는 엔조 형사를 만나게 된다. 린다와 함께 범인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대던 엔조. 직전 희생자가 죽으면서 남긴 ‘노랑’이라는 말을 단서로 마침내 범인을 찾아낸다.

 

2. 감상평 。。。。。。。           

 

     90년대나 나왔을 법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스타일. 피해자들의 사진들을 잔뜩 모아놨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한 일이 없었던 엔조 형사와 역시 별다른 도움은 안 되면서 그런 엔조 형사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런닝타임만 잡아먹는 린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못했던 범인. 일단 캐릭터가 이런 식으로 잡혀버리면, 영화를 보는 사람은 뭘 봐야 하는 건지.

 

      한국영화 '실종'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거기서는 문성근, 추자현 등의 열연이라도 있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연기도 딱히...

 

     물론 이미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아놓았다는 이점은 있지만, 그래도 일 년에 수십 편씩 제작되는 CSI 시리즈보다도 떨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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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전쟁 - 생명 연구의 최전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윌리엄 F. 루미스 지음, 조은경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오랜 시간 동안 생물학을 공부하고 가르쳐 온 저자가, 이 분야에 관한 최신의 연구 경향들을 설명하고, 자연주의적 관점으로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기원과 미래를 전망한다. 각종 유전자 연구로부터 시작해, 세포 복제 기술, 안락사나 낙태, 인위적인 산아조절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2. 감상평 。。。。。。。        

 

     책은 현대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는 생명공학에 관한 최신의 연구 경향과 경과들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아가 이런 연구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회적인 함의에 대해서도 분명히 인정하면서 좋은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유물론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저자답게, 이 책 안에서 자신이 다루고 있는 모든 주제들은 기본적으로 유물론적 자연주의의 전제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경향을 지닌 저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저자인 윌리엄 F. 루미스 역시 생명에 대해 매우 환원주의적 시각- 충분한(약 수억 년?)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생명은 자연발생 될 수 있다는 - 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낙태와 안락사, 강제적인 인구조절과 같은 자칫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효율성 중심의 시각을 보여준다. 마치 유산을 “자연적인 품질관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리처드 도킨스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어떤 주제들에 대해서 단순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 머물지 않고 있으며, 특정한 관점- 유물론적 자연주의 -을 주장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책 속에 강조되어 있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이런 경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보는 우월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저자가 이 주제들이 담고 있는 사회적 함의에 대해서 여전히 제대로 생각해본 것이 없거나,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예컨대 저자는 종자 교배와 인위적인 유전자조작을 거의 같은 것으로 여긴다(104). 또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수정체와 그 이전 단계의 생식세포를 같은 부류로 놓고 있다(82). 당연히 GMO가 가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는 사람들이나 태아(혹은 배아, 근데 이 두 가지 용어가 구분될 수 있긴 한 걸까?)에 대한 외적인 제거(낙태)에 반대하는 것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무시되어버린다.(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작업한다고 해서 그런 일들이 다 고상해지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나아가 인간 진화(이 용어에는 다양한 의미들이 담겨 있다. 예컨대 치명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는 것 또한 이 책에서는 일종의 진화의 한 단계로 본다)를 인간 스스로 이루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표적인 기술로 인간 세포 복제를 꼽고 있는데, 이건 (굳이 그들의 분류학적 기준에 따르자면) 특정한 종(種) 내의 다양한 형질 변화와 좀 더 큰 의미에서의 진화를 구분 없이 사용하며 일종의 혼동을 일으키는 것일 뿐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 이런 관점의 바닥에 깔려 있는 환원주의적 시각인데, 이 시각과 저자가 애써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인간에 대한 좀 더 고상한 관점은 애초부터 조화가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저자 자신은 부정할지도 모르나, 결국 책은 인간 종의 면역증강을 위해 인위적인 인종혼합결혼을 한 대안으로 여기고 있고, 과도한 인구 증가로 인한 지구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 다시 인위적인(때로는 ‘제제조치’까지 포함하는, 344) 인구 억제 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전체주의적 시각 안에 인간성이나 인간됨의 고유한 특성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경제학적인 측면에서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급격한 출산율 저하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전이 인간에게 가져다준 큰 공헌과 혜택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연구자들은 치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다움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모든 문제를 그들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여기엔 다양한 사람들의 충분한 고민과 토론, 합의가 있어야 하는 건데, 요샌 특정한 사람들이 자신들만이 자격을 가진 양, 제멋대로 이 문제를 결정해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했던 말이 이 책을 읽은 감상을 맺는 데 알맞을 것 같다.

 

     “당신들은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것을 측정하고, 틀 안에 넣고, 분류하고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눈다. 당신들은 모든 것을 잘게 자르면 자를수록 더욱 더 진리에 다가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매미를 잘게 자른다고 매미가 왜 노래하는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난초 꽃잎의 세포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한다고 해서 난초 꽃이 왜 그토록 아름다운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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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 - 마음으로 몸을 살린 어느 탐식가의 여정
데이나 메이시 지음, 이유미 옮김 / 북돋움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다섯 개 들이 육포를 사서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고, 초콜릿과 치즈를 두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습관성 폭식 경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들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과 음식 사이에 맺어졌던 부적절한 관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내용.

 

 

2. 감상평 。。。。。。。    

 

     우리는 뚱뚱한 것이 일종의 죄로 여겨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불룩한 아랫배는 자기관리의 실패나 방만한 삶을 가리키는 것으로, 두꺼운 다리는 그가 음식의 유혹에 굴복했다는 표시로 여겨진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관점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습관성 폭식으로 인해 살이 쪄가는 상황은 그녀에게 심각한 자책감마저 들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음식 자체와 자신의 몸의 상관관계에 대한 좀 더 깊은 탐구였다.

 

     여행의 초기(이 책의 전반부) 저자는 반복적으로 자신의 탐식 습관을 어린 시절 가정의 불화, 혹은 건정하게 형성되지 못한 부모와의 관계 탓으로 연결시키는 프로이트적인 경향을 보인다. 애정으로 채워지지 못한 공허감을 무엇인가를 먹는 것으로 채우려 했다는 것. 중반과 후반부에서는 음식을 매개로 일종의 수행을 시도하는 모습을 묘사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요가나 참선, 선문답 같은 뉴에이지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시도가 역력하다. (물론 유대계로 보이는 저자이니만큼 카발라적 전통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냥 “동양의 신비”에 관한 서구인들의 막연한 동경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알겠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그들을 비만으로 이끄는) 허기는 빈 위장 보다는 빈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마음의 배고픔을 채우지 못하면 몸은 정직하게 그에 대해 반응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설득력 있는 메시지다. 다만 그 교훈을 얻기 위해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음식 여행’이 꼭 필요했는지는 별개의 문제고.

 

     C. S. 루이스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일은, 본능 가운데 하나를 택해 무슨 일이 있어도 추구해야 할 사항으로 절대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 책에 적용될 수 있겠는데, 음식 섭취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의 방향은 적절하지만, 모든 것을 음식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좀 과해 보인다. 물론 음식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의미 등이 결부되어 있을 수는 있지만, 꼭 그렇다고 “모든 길은 ‘음식’으로 통한다”는 식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주제였지만, 생각만큼 재미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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