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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 아웃케이스 없음
연상호 감독, 김혜나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아내를 죽이고 자포자기 상태로 어린 시절 친구인 종석을 찾아간 경민. 중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푸는 듯 했으나,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과거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면서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중학생 시절 연약한 ‘울보’ 경민은 소심한 ‘종석’과 함께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양아치 패거리들에게 늘 당하기만 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이가 나타나 패거리들을 단번에 제압해 버리지만, 결국 퇴학을 당하게 된다. 세상은 개처럼 난폭하지만 주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놈들과, 자신들처럼 열심히 사료를 먹고 살이 찌워진 뒤 토막이 나 개들에게 먹히는 것이 삶의 이유인 돼지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종석과 경민. 그들은 개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악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김철을 따라다니며 그가 ‘돼지의 왕’이 되어 자신들을 구원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철이 결국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사건은 끝나는 듯했다.
십 수 년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 날 있었던 충격적인 진실을 털어놓는다. 철이는 왜 죽어야 했는가.

2. 감상평 。。。。。。。
충격적인 비주얼의 애니메이션이다. 다루고 있는 소재도 그렇고. 감독은 세상 사람들을 개와 돼지라는 두 종류의 동물로 나누고는 주인공을 ‘돼지’의 무리 속에 넣어 둔다. 토막이 나서 개들에게 뜯어 먹히는 게 전부일 뿐인 돼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세상. 그 속에서 돼지는 그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때리면 때리는 대로, 욕하면 욕하는 대로 다 받아주며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그들에게 있어서 철이라는 인물은 그런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구원자와 같았다. 그런 철이 마지막에 주저하는 모습으로, 세상에 순응하는 돼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건 그들로서는 모든 구원의 소망이 사라져버리는 일일 테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고. 결국 그들은 철이를 옥상에서 밀어버림으로, 또 그런 일을 모른 척 하는 것으로 돼지들의 반란을 꾀하지만, 그렇게 괴물이 된 그들은 결코 구원을 얻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은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까지 죽인 실업자로, 또 한 사람은 자서전 대필 작가로 여전히 개들에게 굴종하는 삶을 살 뿐.

아쉽게도 영화는 여기에서 막을 내린다. 그들에겐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현실이 얼마나 냉혹하고 비참한가를 보여주는 것 말고는.. 어떻게 보면 사실적이라고 할 만하나, 뉴스만 봐도 훨씬 더 자극적이고 참혹하고, 잔인하고, 더러운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걸 매일 서너 번씩을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 영화는 뭘 더 더하고 싶었던 거냔 말이지. 이런 종류의 비극적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