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키도, 외모도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이경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특수청소(사람이 죽은 집을 청소하는 일)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경은 얼마 전부터 이상한 꿈을 꾸고 있었는데, 꿈속에서 그녀는 ‘다운’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여자로 살고 있었다. 부유한 집안에 훤칠한 키와 미모를 가진 다운은 이경과는 전혀 다른 생활 중.

 

     처음엔 단순한 꿈인 줄로만 알았지만, 이경은 꿈속의 다운이 또한 자신처럼 꿈속에서 이경으로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경이 잠이 들면 다운이 활동을 하고, 다운이 잠에 빠지면 이경이 활동을 하는 식. 여기에 이경보다 오 개월을 앞선 시간을 살고 있었던 다운은 꿈을 통해 서서히 이경을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다운과 그녀의 엄마가 벌이는 잔혹한 사건들,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이경과 그녀의 친구 유나.

 

 

 

2. 감상평    

 

     무심코 집어든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몰입도가 좋았다. 꿈을 통해 서로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두 사람이라는 설정은 흥미로웠고, 초반부터 빠른 인물 성격 설정이 끝나고 바로 속도감 있게 내용이 진행되는 면도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질질 끄는 부분 없이 성큼성큼 내용을 전개하는데, 어쩌면 한 주 한 주 인터넷에 그 내용을 올려가던 웹 소설의 특징이 반영된 게 아닌가도 싶다(어찌되었건 마음에 드는 포인트).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워낙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요즈음, 비슷한 또 한 가지 작품이 등장하는 게 신기하지만은 않았다. 또, 이경과 다운 사이의 5 개월이라는 시간적 격차는 작품의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조금은 잊혀진 듯한 느낌이었고(사실 다섯 달 전에 내가 뭐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차라리 5일 정도의 짧은 갭이었다면 좀 더 긴박감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이야기의 종반에 이르러서는 무당인 유나의 힘으로 두 사람의 영혼을 바꾼다던지 하는 식으로 약간은 산으로 가는 듯한 전개도 보여준다.

 

     차라리 초반에 쌓은 ‘꿈을 통해 두 사람이 의식을 공유할 수 있고, 둘 사이에 약간의 시간의 갭이 있다’는 설정을 끝까지 이어가면서 내용을 전개 시켰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자극적인 내용을 매주 이어가려는 욕심 때문이었는지 전체적인 무게감이 점점 떨어지는 듯했다.

 

 

     그래도 간만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차기작에선 좀 더 안정된 진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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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을 벗는 동안 뱀은 앞을 보지 못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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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춤
윤기형 감독, 이용한 목소리 / 이오스엔터 / 2012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1. 줄거리   

 

     여행가 겸 시인과 CF 감독이 자신의 주변에서 발견한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가고, 길에서 사랑하고, 길에서 죽는 녀석들의 삶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귀찮고 불편하게만 생각했던 그들도 우리와 함께 이 공간에 살 자격이 있는 하나의 생명임을 깨닫게 된다.

 

 

2. 감상평    

 

     사람들은 흔히 그 녀석들을 ‘도둑고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녀석들이 뭘 훔쳐가고 빼앗아 가던가. 기껏해야 다 먹을 수도 없으면서 욕심껏 샀다가 버린, 혹은 먹을 수 없는 것이라 어차피 버리는 것들을 좀 가져가는 것뿐인데 말이다. 지번인지 도로명주소인지 붙여 놓고 니 땅 내 땅 가르는 거야 인간들 마음대로 그어놓은 선인데, 자기들끼리 그 계약을 지키고 말고 하는 거야 뭐라 하겠냐만은 그걸 동물들에게까지 지키라고 강요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웃기다. 고양이들이 뭘 그렇게 잘못해서 때리고, 쫓아내고, 괴롭히는가.

 

     전문적인 도구나 특수 장치가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주변의 일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사용한 것이 오히려 더 잘 어울렸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고양이들도 그렇게 평범하고, 익숙한 모습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녀석들이다. 한 시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감독은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시키고 그냥 그렇게 녀석들의 삶을 차분히 따라가는데도, 그 모습이 어느 작품 못지않게 예쁘고 귀엽다.

 

 

 

 

     생명을 묘사하고 담아내는 작품, 그리고 그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관점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작은 경외감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영화 속 등장하는 눈을 찌푸려지게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 - 고양이들이 쓰레기 봉지를 찢는다고 다 죽여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나이 값 못하는 노인과 새끼 고양이를 ‘버리려고’ 나왔다가 친구가 갖고 싶다고 하니 돌변해서 돈 주고 사라는 싹수가 글러 먹은 어린 아이 -은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결여되어 있기에 참 추하다.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을 영화다. 생명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주는 게 더 큰 유익을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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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우리’, 즉 일반 대중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에 신물이 납니다.

조상이나 부모, 교육 시스템이나 다른 누군가를 탓할 뿐,

‘우리’ 자신을 탓하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특별대우죠.

늘 완벽하고 죄가 없다는 식입니다.

 

- C. S. 루이스, 『루이스가 메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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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각각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네 명의 수사관(사대명포)과 그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제갈정아(당연히 엄청난 고수다) 속한 신후부. 전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이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세력은 신후부의 수장인 제갈정아를 함정에 빠뜨리고, 결국 그는 또 다른 수사기관의 수장인 포신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갇히고 만다. 모든 증거가 제갈정아를 가리키는 것 같았고, 그는 뭔가를 알면서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한편 사대명포 중 한 명인 무정(무려 ‘유역비’다!!)은 가족을 죽인 암살자들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제갈정아를 친 피붙이처럼 여기고 의지하지만, 열두 명의 암살자들을 모두 죽였다는 제갈정아의 말과 달리 그 중 한 명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결국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와중에 사건은 어찌어찌 또 알아서 해결이 되어 간다.

 

 

 

 

2. 감상평    

 

 

     어렸을 때 무협지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느 친구들처럼 서너 작품은 중학생 시절 읽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검에서 기가 뿜어져 나오고, 맨손으로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는 일종의 판타지는 그 또래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딱 그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 여러 사람들이 돌려보던 무협지의 시대는 가고 이제 이런 세련된 무협영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매체가 가진 힘은 대단하니까.

 

     좀 과한 CG가 눈에 보이긴 하지만, 확실히 영상은 예전 무협영화 같은 걸 떠올리면 안 될 정도로 세련되어 졌다. 여기에 중화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미녀 중 하나인 유역비가 주연급으로 딱 등장하시고, 엽문4에서 봤던 황추생의 중후한 연기와 무술솜씨까지 볼 수 있으니 확실히 눈은 즐거운 작품.

 

 

 

 

     다만 시나리오가 아쉽다. 시리즈물로 제작된 영화다 보니, 각각의 인물들의 성격에 대한 소개는 앞서 첫 번째 작품을 통해 되었을 거라는 정도는 감안하더라도, 주연인 ‘사대명포’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고, 제갈정아를 제거하려는 세력의 수장의 의도가 딱히 위협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얼굴만이 아니라 복장까지도) 변할 수 있는 수하까지 두었으면서 직접 황제를 공략해서 왕이 되는 것도 가능할 법 한데 굳이 멀리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제갈정아를 해치려는 복잡한 계획을 세우는 것에 비해 나라를 뒤엎을만한 엄청난 계획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악역이 그다지 매력이 없으니 이쪽에 힘이 실리지 않고, 결국 영화는 유역비의 과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전반적으로 뭔가 폼은 잡은 것 같은데,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느낌. 그래도 어느 정도 재미를 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는 했다. 차기작에선 좀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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