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똑똑한 사람은 많이 있을지 몰라도

용기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모두 역사를 남의 일로 생각합니다.

 

일본인들이 명성황후를 살해했다면 당연히 복수를 하거나 사과를 받았어야죠.

그때 사과를 못 받았으면 그뿐이지

지금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그러진 역사에 대해 누군가를 꾸짖을 줄만 압니다.

 

- 김진명, 『황태자비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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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사기꾼 돈: 세상을 속여라
파르한 악타르 감독, 샤룩 칸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타고난 능력으로 전 세계에 걸쳐 악명을 떨치고 있는 범죄자 돈(샤록 칸E). 인터폴 인도 지부 소속의 로마(프리얀카 초프라)는 오랫동안 쫓아온 그가 스스로 나타나 자수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돈이 감옥에 들어간 건 새로운 ‘작전’을 짜기 위해서였고, 곧바로 함께 작전에 뛰어들 동료 범죄자와 함께 탈옥에 성공한다. 독일의 중앙은행에 있는 유로화 원판을 훔쳐내기 위한 미션 임파서블 급 작전을 시작한 돈.

 

 

 

 

2. 감상평   

 

     인도영화의 성장이 눈부시다. 처음엔 드라마성이 강한 작품들 위주로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이젠 이런 스릴러물, 블록버스터급의 작품들도 나오기 시작한다. 아직 스토리 라인 쪽은 확실히 부족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영화 속 소품으로 사용된 기술들, 영상들은 곧 우리나라를 따라잡을 것 같다. 이 영화만 하더라도 동남아는 물론 유럽 로케이션으로 찍은 데다, 인도의 IT 기술은 우리나라 못지않은 (어쩌면 그 이상의) 명성을 가지고 있으니..

 

     전체적인 구성은 조금씩 국내용 관점을 벗어나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여전히 중간에 등장하는 댄스 타임은 있지만, 횟수는 확실히 줄어들고, 그 형태도 조금은 편한 모습을 띄어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중요한 스토리라인을 짜는 데는 아직 익숙지 않은 것 같다. 영화 콘텐츠라는 게 화려한 영상으로만 승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주인공 돈의 성격 역시 ‘타고난 악당’과 ‘의적’ 사이에서 영화 내내 오락가락 하는 게 느껴지는데, 은행 털겠다고 사람들 마구 쏴 죽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의적은 좀 어울리지 않으니까.

 

     여기에 디테일 부분도 약하다. 베를린까지 가서 인도 출신 인터폴 형사 둘만 수사하는 것도 그렇고, 매력적인 여주이공이기도 한 여형사 로마의 손톱은 너무 길다. 언제 네일아트까지 받으러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액션까지 마다하지 않는 열혈 여형사에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실제로 그랬다간 금방 부러질 듯)

 

     영화 ‘내 이름은 칸’의 샤룩 칸이 주인공 ‘돈’ 역할을 맡았는데, 인도의 국민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액션에는 역시 잘 어울리지 않는다.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물론 부족한 부분도 제법 보이지만, 이런 속도라면 5, 6년 내에 우리나라 수준은 충분히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나라의 문화나 습관 같은 게 많이 드러나는 멜로나 드라마 쪽은 어렵더라도 액션영화 쪽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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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오스트레일리아
하워드 앤더슨 지음, 정해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어렸을 때 호주 남부의 한 동물원에 잡혀들어와 살고 있던 오리너구리 앨버트.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이 늘 동경하며 말하는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곳에 가기로 한 그는, 사육사 몰래 동물원을 빠져나와 대륙 남북을 종단하는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간다.

 

     하지만 앨버트가 만난 세계는 동물들의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인간 세계와 똑같이 속이고, 함정에 빠뜨리고, 착취하는 공간이었다. 의도치 않게 연달아 사건에 휩쓸리고 만 앨버트는 잭, TJ, 등 새롭게 만난 동료들과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된다. 졸지에 악명 높은(?) 갱단의 두목이라는 소문까지 퍼진 앨버트. 하지만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한 그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끝까지 싸워보는 수밖에.

 

 

2. 감상평   

 

     푸른 색 표지 위에 오리너구리 그림이 턱 하니 그려져 있는 게 인상적이다. 놀랍게도 소설은 모험을 떠나는 오리너구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을 하고, 장사와 도박, 무장까지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종의 우화다. 오리너구리 앨버트는 일종의 유토피아를 찾아 동물원을 탈출하지만, 그가 맞닥뜨린 건 인간사회와 똑같은 경쟁과 속임수, 다툼이었다. 작가는 동물들의 세계를 통해 인간사회를 풍자하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키며 이상향을 향해 계속해서 ‘뛰는’ 앨버트를 통해 꿈을 포기하지 말고 장애를 넘어서라고 충고한다.

 

 

     오리너구리를 비롯한 호주 특유의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면은 특색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내용이나 주제가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주인공 못지않게 요즘 내 상태가 암담했음에도 딱히 용기를 불러일으킨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사회 풍자가 특별히 탁월해서 맞장구를 치며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주제 또한 청소년 권장도서 정도를 넘어서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오리너구리만 빼면 묘사가 새롭다거나 하지도 않다.

 

     소설 내내 오리너구리가 뛰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어떤 모습을 떠올리며 쓴 걸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 둔해 보이는 동물이 물갈퀴가 달린 발로 육지에서 얼마나 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나쁘진 않지만, 임팩트도 부족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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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물과 같아서 언제나 낮은 곳에 고이기 마련이다.

 

- 강지영, 『하품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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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주인공이자 사건을 서술하는 관찰자인 히사타로는 특별한 능력, 아니 체질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이 되면 같은 날을 아홉 번이나 반복해서 겪게 되는 것. 정확한 원리는 모르지만 히사타로는 그걸 ‘반복 함정’이라고 나름 정리해 놓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히사타로의 가족과 친척들은 할아버지 댁에 모여 하룻밤을 보낸다. 모임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하루인가 싶었지만, 다음 날 아침 그는 할아버지의 집에서 눈을 뜨게 된다. 이른바 '반복 함정‘에 빠진 것.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보내는가 싶었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할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히사타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반복함정의 가운데 7일(첫 날은 반복되는 지 알 수 없으니 빼고, 마지막 날은 그대로 확정되어 다음날로 이어진다) 동안 용의자인 가족들을 하나씩 묶어놓으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할아버지의 살해는 계속된다. 과연 그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2. 감상평   

 

     묘하게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다. 특정인에게만 시간이 반복된다는 설정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소재가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둔 갈등과 경쟁, 그리고 사촌 사이의 로맨스까지 더해지면서 한결 복잡해진다. (이런 종류의 퍼즐식 작품에서 적당한 복잡함은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여기에 할아버지의 집이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없는 일종의 자체적 밀실처럼 설정되니 가족들 중 누가 진범일까 하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머리싸움까지 생기니 꽤나 몰입도가 높아진다.

 

     특히 일본 소설을 읽을 때 자주 느끼는 어려움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워낙에 길기도 한 데다, 이 녀석이 저 녀석 같고, 그 녀석은 왜 여기에서 이런 말을 하고 하는 식이라 초반에는 한참 헤매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등장인물을 모임에 참여한 가족들로 한정시켜 놓은데다가, 같은 사건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겪는다는 설정이라 인물들을 익히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물론 이 부분은 단순히 이름을 구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만이 아니라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하고.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이랄까, 공포감이랄까 뭐 그런 게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서 읽는 게 즐거웠다. 여기에 책 말미의 의미심장한 반전 비스무리한 내용에서는 나도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턱 하니 꺼내놓아(물론 앞서 힌트는 충분히 제시되었다) 끝까지 재미를 주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독특한 느낌의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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