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8년째
연극판에 있지만 제대로 된 배역 한 번 맡지 못했던 성근(설경구).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모의
회담에 김일성 역할을 할 배우를 찾던 중정 오계장(윤제문)의 눈에
그가 띄었다. 그
날부터 김일성이 되기 위해 모든 걸 쏟아 붓던 성근. 하지만
정상회담은 영구집권을 꾀하던 정치군인들이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기획한 쇼였을 뿐이었고, 결국
유신헌법을 제정하면서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연극은 취소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모든 것을 쏟아 김일성이 되기로 했던 성근은 자신이 진짜 김일성이라고 믿어버리는 망상에 빠져버렸고, 아들인
태식(박해일)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 두 사람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아버지의 집을 팔아 빚을 갚으려 했던 태식은 인감도장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기억을 되돌릴 필요가 있었고, 하는 수
없이 성근을 ‘수령님’이라고
부르며 집으로 모시고 온다. 이어
벌어지는 갈등과 회복의 이야기.

2. 감상평
。。。。。。。
한 때 설경구는 확실한 배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슬럼프 끼가 보이더니 요즈음에는 딱히 인상적인 작품이 없었다. 뭐
(사실인지는
알 수 없는) 개인적인
스캔들도 있었기에 연기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웠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하지만
그런 설경구라는 배우에게 이 영화는 다시 한 번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감이 팍 온다. 제대로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본인이
연기파 배우이기도 한 그는 영화 속 연극배우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한창
뜨고 있는 배우 박해일 역시 다시 한 번 약간 까칠하지만 속정 깊은 역할을 잘 연기해 내고.
전체적으로 영화도 재미있었다. 중앙정보부, 남북정상회담, 김일성
대역 같은 약간은 무거울 법한 소재들이지만, 영화
자체는 가족의 회복이라는 중심 코드를 가지고서 진행되기에 어려운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설정을 공들여서 세워가는 전반부에 비해 20년이
지난 이후를 그린 후반부가 좀 이야기의 힘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화 자체가 스스로를 김일성이라고 여기는 사내의 망상을 다루는 게 주가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약한 느낌이라는 건 좀 아쉬운 부분.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한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국가권력이라는 포인트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
속에서는 성근의 ‘망상’을, 완전한
연기를 할 기회를 놓쳐버린 명배우의 응어리 정도로, 그러니까
개인의 문제로 다루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한 국민을 헌법까지 무시하고 영구집권을 꿈꾸던 독재자와 그의 수하들이 망가뜨려놓은 이야기가
아닌가.
시종일관 고압적이었던 중앙정보부 오계장(윤제문)은
나중에 (연대
상으로 보면 아마도 김영삼 대통령 때를 가리키는 듯) 장관의
자리에까지 오르는데, 여전히
성근을 함부로 대하고, 성근은
그런 오계장, 아니
오장관의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사실
그는 성근에게 일종의 독재자였고, 그건
백주 대낮에 망상에 빠져 남조선 혁명을 해야 한다고 설쳐대는 노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다.

간만에 볼만했던 영화. 박해일의
파트너 역으로 나온 류혜영이라는 이름의 신인급 여배우의 얼굴도 기억해 둘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