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가족과 함께 흥남부두에서 퇴각하는 미군 배에 올라타고 피난을 내려온 덕수(황정민). 피난 도중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기 위해 배에서 내린 아버지는, 이제 네가 가장이니 남은 가족들을 잘 돌봐야 한다는 마지막 당부를 남긴다. 고모가 운영하는 상점이 있는 부산 국제시장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다. 서울대에 들어간 남동생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파독광부에 지원하고, 거기서 파독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영자(김윤진)를 만나 결혼을 한다.
고모가 돌아가신 후 술주정뱅이인 고모부가 덜컥 가게를 팔려고 내놓자 덕수는 자신이 그 가게를 사기로 하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베트남에 민간 기술자로 다시 한 번 떠나게 된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가장으로 살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살아오면서 그게 자신의 팔자라고 여기며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던 덕수. 어느덧 손주들의 재롱을 지켜볼 나이가 되어버린 그의 일대기를 통해, 격동의 한국 근대사가 스크린 위로 그려진다.

2. 감상평 。。。。。。。
마치 두 시간짜리 한국 근현대사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느낌이랄까.. 세계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역동적이었던 이 작은 나라의 지난 반세기를,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 세계 최빈국으로 허덕이던 시절부터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빛나는 역사가, 피난촌 텐트 교실부터 양옥을 구입하고 현대화된 시장으로 이어지는 덕수의 개인적인 삶과 지속적으로 오버랩되며 그려진다. 이 시기 영화에서 빠진 굵직한 내용은 아마 중동건설근로자 파견 정도?
황정민, 오달수, 김윤진 등의 연기파 배우들은 이젠 뭐 따로 지적할 필요가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덕분에 맡고 있는 캐릭터는 살아있는 누군가처럼 보일 정도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전 시대를 한 명의 배우가 다 맡았기에 특수효과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노년의 캐릭터들보다 오히려 젊은 시절의 배우들의 모습을 만들어 낸 특수효과에 좀 더 눈이 간다. 벌써 사십 중반의 황정민을 완벽하게 20대로 만들어 버리다니.. 계속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다보면 굳이 연기력 부족한 젊은 배우들을 끼워넣을 필요가 없어져버리는 건 아닐까? (아, 그래도 흥행을 위해 발연기 하는 연예인들은 계속 들어가려나)

감독은 아주 작정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워낙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담아내야 하기에 적당히 늘어지거나 쉴 만한 영화 속 벤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그렇게 달려오기도 했을 게다. 쉴 새 없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극한의 경계 부근에 몰린 채 살기 위해, 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애써왔던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았던.
영화 속 이야기는 단지 한두 사람의 특별한 이들의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또 개인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애써왔고, 그것이 오늘 이 나라의 번영을 가져왔다. 그건 대통령 한 명의 길이 남을 위대한 결단이나, 소수의 재벌들의 탁월한 능력 덕분에 (물론 그들의 ‘결단’과 ‘도전정신’이 아주 필요가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온 국민이 먹고살 수 있게 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점이 혼동되면 우리의 역사 이해는 대단히 불완전하고 왜곡되어 버린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룬 세대에 대한 마지막 찬가’ 같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들었다. 최근 들어 세대 간의 (특히) 정치적, 경제적 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노골적인 조롱과 무시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의 공로는 결코 무시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안 될 부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영화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 오늘을 이룬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최대한 빛나게 그려내려는 목적을 분명히 드러낸다.
영화가 영화다 보니 다른 영화보다 나이 든 관객들이 좀 더 많이 보였다. 뭐 그분들의 추억을 아름답게 묘사할 만한 작품이 한편 쯤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적당히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장면도, 감동과 대리적인 성취감을 느끼게 할 만한 부분도 있는, 건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