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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이름 짓기 - 기독교 세계관 라이브러리 003
제임스 사이어 지음, 홍병룡 옮김 / IVP / 2007년 9월
평점 :
1. 요약
。。。。。。。
책은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질문하는 한 아이의 물음으로 시작한다. 학교에서
둥근 지구본을 보고 그것이 지구의 모형이라고 배웠는데 그 지구는 무엇이 받치고 있느냐는 것. 아빠는
낙타가 바치고 있다고 대답한다. 아이는
이해가 되는 듯하지만, 이내
다시 와서 묻는다. 그
낙타는 무엇이 받치고 있죠? 캥거루. 캥거루는
무엇이 받치고 있죠? 거대한
코끼리야. 그러면
코끼리는요? 그
밑에는 계속 코끼리야!
이 이야기는 세계관의 속성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모든
세계 이해의 근본이 되는 것, 가장
기초적인, 모든
이론을 떠받치고 있는 그것. 결국
‘그
아래 있는 무한한 코끼리들’의
이름을 뭐라고 부르는가에 따라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드러나게 된다. 유물론자들은
‘물질’이라고
대답할 것이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언어’라고
이름붙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독교적 유신론자들은 그 코끼리의 이름을 ‘하나님’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여기에서 나온 것.
저자는 세계관에 관한 여러 철학자들의 정의를 살펴본 뒤(2장), 이
논의에서 가장 근본에 깔려 있는 것은 인식론이 아니라 존재론임을 보여준다.(3장) 이어서
세계관이 갖는 독특한 특징들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4-5장), 그것이
단지 각자의 세계 이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는 차원도 있음을 지적한다(6장). 책의
결말부인 7장에서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공들여 재 정의한 세계관의 개념이 실려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세계관이란
이야기의 형태로 혹은 실재의 근본적 구성에 대해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일관적이든
비일관적이든) 보유하고
있는 일련의 전제(부분적으로
옳거나 완전히 잘못된)로
표현되는 것으로서, 우리가
살고 움직이고 몸담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 주는 하나의 결단이요 근본적인 마음의 지향이다.(173)
8장은
일종의 부록처럼 보인다. 저자는
세계관 논의가 오늘날 학문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그 현상을 보여준다.
2. 감상평
。。。。。。。
오랫동안 기독교 세계관을 연구하고 많은 책들을 써 온 제임스 사이어가 이번에는 세계관 자체의 정의에 관해 탐구하는 책을
썼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의 세계관 개념들을 살피면서 세계관을 재정의 하는 작업을 시작하는데, 덕분에
책의 내용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세계관의
정의를 담고 있는 저자의 이전 저작인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 사상’ 정도를
생각했다면 살짝 당황할지도..
책은 필연적으로 저자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기독교적
세계관)을
따라가지만,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기독교 세계관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알버트
월터스의 ‘창조
타락 구속’ 이래의
많은 책들이 이런 구성을 따르고 있다.) 그보다는
철학적 논의를 따르고 있다는 게 맞아 보이는데, 이를
테면 저자가 초반에서 중요하게 제시하는 명제는, 세계관을
연구할 때는 ‘인간이
무엇을 아느냐(인식론)’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한 실재냐(존재론)’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전의 책(‘기독교
세계관과 현대 사상’)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지점, 그래서
종종 오해 - 세계관에
관한 논의가 너무 지적인 측면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 -를
받기도 했던 부분을 보완한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세계관에 대응되는 성경적 용어로서 ‘마음’이라는
영역을 제시한다.
성경에서 마음이란, 사람의
지적 측면만이 아니라 정서와 욕구, 의지, 영성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인간 자아의 핵심적 영역을 가리킨다. 만약
세계관이 결국 마음의 문제라면, 그것은
단지 우리가 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만 머물지 않고, 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된다. 세계관
논의가 지나치게 지성 위주로 진행되는 현실 속에서 이 점은 꽤 중요한 지적이다.(이
부분을 읽고서 비로소 달라스 윌라드의 ‘마음의
혁신’의
몇 구절을 떠올리며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아서 아무에게나 추천하기는 주저되지만, 책의
전체적인 논의를 정리해주고 있는 7장
정도는 확실히 읽어둘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