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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 샤히르 카지 후다 외 출연 / 하은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이슬람교가 국교인 방글라데시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촌장. 그는
젊은이들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고, 살아있는
것이 아닌 모든 형상을 금지하는 코란의 율법에 따라 마을에 텔레비전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하지만 어디 문화와 기술이라는 게 그렇게 막아질 수 있던가. 촌장의
아들부터가 아버지의 조치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그런
마음을 대놓고 표현할 정도로 아직 가부장적 전통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 여친이 더해진다면?
텔레비전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 엄숙주의와
쾌락주의가 유쾌하게 부딪히는 코미디 영화.

2.
감상평 。。。。。。。
국내에선 보기 드문 방글라데시 영화다. 그래도
우리가 잘 몰랐을 뿐이지, 매해
백 여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나라라고 한다. 물론
그 수준이 높다고는 할 수 없어서 배우들의 집단 반발하는 일도 있다고.. (우리나라
예전 수준인가보다)
영화는 시종일관 가볍게 진행된다. 사실
텔레비전 금지라는 명령 자체가 엄숙하기 어려운 명령이 아니던가. 아무리
종교적 율법을 가져오고, 가부장적
권위를 들이밀어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귀여운 호기심과 자유로움에 대한 젊은이들의 갈망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영화를
보면서 눈에 띄던 부분은 오히려 이 젊은이들의 순박함이었다는 거)

사실 영화 속 촌장은 종교적 엄숙주의를 대변한다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우는 노인처럼 보인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합리화하려는 특유의 똥고집 말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텔레비전 금지에 대한 근거를 코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슬람 종교지도자의 해석에 도리어 면박을 주는 촌장의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그는 단순히 ‘전통의
인물’이
아니라 지극히 ‘근대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일견
최신의 발견과 발전의 최첨단에 서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어버렸던 사람들 말이다.
영화 속 촌장의 모습은 그리 먼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마을 젊은이들에게 휴대폰도, 텔레비전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촌장의 고집스러움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종류의 권력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권위주의적 정권이나, 노조를
결성하기만 해도 당장에 해고의 위협을 가하는 재벌 사주들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촌장들’이지만,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조금 더 ‘작은
촌장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통해 그런 촌장의 고집을 통쾌하게 꼬집는다. 마을
주민들에게 텔레비전을 금지시켰던 촌장은, 평생의
숙원이었던 성지순례를 떠났다가 사기를 당해서 비행기도 타지 못한 채 허름한 호텔(이라지만
우리나라 여관 수준 정도?)에
며칠 동안 시름시름 앓는다. 그러던
중 텔레비전으로 메카의 성지순례 장면이 중계되자, 그
앞에 앉아 오열을 하는데, 이
모습이 참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그토록
증오하던 텔레비전으로 알라 앞에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
이 영화를 단순히 종교적 아집에 대한 비판으로만 읽어내려는 태도는, 그래서
또 하나의 ‘촌장스러운’ 시각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종교적 전통 위에 두고 현대화를 비난하는 행동이나, 스스로를
현대적 전통에 두고 종교를 비난하는 것이나 근본적으로 얼마나 다를까.) 결국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것, 요새
유행하는 말로 ‘소통’일
것이다.
아직 우리는 다 알지 못하고,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 C. S. 루이스는
그의 자전적인 우화인 『순례자의
귀향』에서
이렇게 말한다.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한 쪽으로 정하지 말고, 불확실한
상태로 지내는’ 것이야말로
이성적인 태도라고. 귀담아
들을만한 말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