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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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경성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에서 만난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 두
사람 모두 노래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실력자들이었지만, 각자의
목소리는 서로 결이 달랐다.
소율의 정인이자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은
불행한 시대 조선의 민초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자 하지만, 소율은
그런 윤우의 노래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윤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소율의 친구인 연희. 우연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된 윤우는 연희를 통해 자신의 노래를 발표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틈이 생기는 소율과 연희, 그리고
윤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

2.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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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까칠하게 요약하자면, 자신의
친구와 애인이 바람이 난 걸 알게 된 여자의 복수 이야기.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에 나오면 딱 일 것 같은 소재지만, 이게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가
연기하기 시작하고, 여기에
고운 색과 아름다운 음색이 덧붙여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똑같이
우유와 설탕, 밀가루를
줘도 누구나 다 똑같이 작품에 가까운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극의 전개 자체가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한효주 정도의 배우가 나오면, 감독이나
시나리오는 온통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마련이다. 비련의
여주인공이든, 최종적인
사랑의 승리자가 되든.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천우희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오히려 한효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그러지고 축소되어 버린다. 복수라는
것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법이니까. 그런데
한 편으로 한효주라는 배우가 이런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배우가 됐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흐트러지는 느낌이다. 특히
윤우가 그토록 강조하면서 오래된 애인까지 버릴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선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느 순간 실종되어 버렸다. 극
중 윤우가 작곡하고 연희가 부르는 노래들의 내용을 보면 그저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당시 ‘신여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 지극히
통속적인 노래들인데, 오히려
‘조선의
마음’ 운운하려면
정가 쪽에 특화된 소율이 더 낫지 않은가?
사실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윤우가
소율과 함께 바라보며 장엄하게 꿈을 낭독할 때 비춰졌던 헐벗은 민초들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도
잘 차려입고 즐기러 다닐 줄 아는 사람들일 뿐. 결국
이런 상황이면 뭐 대단한 거 하겠다고 애인 친구랑 바람이나 났는데, 딱히
하는 건 없었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는가.(절대
내가 한효주를 더 좋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전개는 해어화니, 예술을
아는 꽃(여자)이라니
하는 애초의 중요한 설정들을 어느 순간 날려 버린다. 너무
큰 틀만 보느라 중요한 디테일을 잃어버린 셈인데, 잃어버리면
안 되는 너무 중요한 디테일이었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배우들이 직접 불렀다는 노래들에 있다. 한효주, 천우희, 그리고
차지연이 부르는 노래는 꽤나 오랜 준비와 연습을 거쳤구나 싶은 수준이다. 아, 그리고
유연석 연기 잘 하더라. 볼꺼리는
여러 가지 가지고 있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