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은 물질 너머의 모든 것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경험주의는 감각을 벗어나는 것은 모두 실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자연주의는 자연적인 것 너머의 모든 것은 실재가 아니라고 한다.

범신론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일자이외의 것은 실재가 아니라고 한다.

 

이런 세계관들은 일종의 환원주의라고 불 수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실재를

한 가지 차원으로 환원해 버리기 때문이다.

환원주의는 장난감 상자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모두 장난감이 아니라고 우기는 아이와 같다.

 

- 낸시 피어시, 세이빙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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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로마의 귀족 벤허(잭 휴스턴)의 집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로마인 메살라(토비 켑벨)가 있다. 둘은 형제처럼 지내며 우정을 쌓았지만, 어느 날 메살라가 성공해 돌아오겠다며 집을 떠난다. 몇 년 만에 돌아온 메살라는 로마의 유대총독인 빌라도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벤허가 집에 숨겨주었던 소년이(부모가 모두 로마군에게 죽임을 당해 복수심을 갖고 있었다) 빌라도를 향해 활을 날리면서 졸지에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만다. (사실 메살라로서도 어떻게 대놓고 구해주기 어려운 상황.)

 

     결국 로마 해군의 갤리선 선창에서 노를 젓게 된 벤허.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그가 타고 있던 배가 그리스군과의 싸움에서 패해 난파되면서 벤허는 가까스로 한 해안에 도착한 벤허는, 그곳에서 아프리카 출신의 부유한 상인 일데르임(모던 프리먼)을 만나 그의 말을 돌봐주게 된다. 마침 예루살렘에서 빌라도가 주최하는 전차경주가 열리고, 벤허는 여기에 참여해 로마군 대표로 나온 메살라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마침내 전차 경주가 열리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이 예사인 이 경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나선 벤허와 메살라.

 

 

 

 

2. 감상평 。。。。。。。

 

     자막 번역이 실망스럽다. 영화 자막에는 벤허를 자꾸 왕족으로 번역하는데, 정신 차리자. 이 시기 유대 지방에서 왕족은 헤롯 가문뿐이었다. 이쪽은 성부터가 벤허라지 않는가. 유다 벤허. 귀족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떠오르지 않았던 걸까. , 메살라가 전투 중 지휘관으로부터 즉석해서 장교로 임명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네는 이제부터 대위라니.. 로마군에 언제부터 대위, 중위, 소위가 있었나.(물론 살짝 대사로 루테넌트라는 말이 들린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대본 자체에 문제고) 또 로마군 장교가 되어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메살라를 부하장교가 부를 때 호민관님이라고 부르는 장면도 나오는데, 호민관은 로마시민권자들 중 특히 로마 평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선출하는 관리다. 호민관이 유대속주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 소소한 대사 문제를 넘기고 그래픽 쪽으로 보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게 예루살렘이라는 고(古)도시의 전경이다.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니 로마니 하는 당시 최강대국들이 공략을 했는데도 수년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지형 때문이었는데, 이 부분이 아주 멋지게 표현된다. 고도시 특유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로마병사들이 행진해 들어가는 영화 초반부의 장면은 압권이었다. 정복군들이 부르는 군가소리가 좁은 골목골목에 울려퍼지는 모습을 보는 피정복민들의 심정이 어땠을지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다만 여기에서도 고증의 문제가 눈에 들어오는데, 실제로 로마군은 붉은 망토를 두르지 않았다는 점. 붉은 빛을 내는 염료가 비쌌기 때문인데, 이 영화에는 일개 병사들까지도 붉은 색으로 치장된 옷을 입고 있다. 과거 영상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해 붉은 색을 많이 썼다는데, 이제는 좀 다른 식이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외에도 실제로는 가이사랴에 머물었던 빌라도가 마치 예루살렘에 상주하더 것처럼 묘사되던 부분이나, 예루살렘에 대규모 전차경기장이 들어서는 장면 역시 고증에 문제가 있던 부분.(그래도 전차경기장의 웅장한 모습은 또 다른 압권이기도 했다.)

 

 

 

 

     워낙에 대작으로 알려진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나름 애를 썼다. 원작(보통 50년대의 작품을 원작이라고 부르던데, 사실 20년대에 무성영화로 이미 제작된 적이 있다고 한다)의 설정과 달라진 부분들이 몇 있긴 한데, 사실 뭐 원작을 보던 세대는 아닌지라 딱히 거슬리지는 않는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에 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한데, 반역죄로 노예가 된 주인공 벤허가 로마 총독이 주최하는 전차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과정이 겨우 돈 때문이라는 점은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영화의 약간 달라진 결말도 생각해 볼 부분인데, 좀 서둘러 화해로 얼버무려진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실 메살라가 주도적으로 벤허를 궁지에 몬 것도 아니고, (반역자 무리의 일원을 숨겨준 것도 벤허이고, 로마군인인 메살라로서는 자기 목숨부터 부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이후 벤허와의 만남 부분에서도 여느 영화의 악독한 캐릭터와는 달랐다. 어쩌면 그도 마음 한 구석에 부담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영화 말미의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사실 둘 사이의 대립과 긴장이 왜 그렇게 심했는지부터가 잘 설명되지 않아서, 오히려 화해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도 있었다.

 

     예루살렘과 전차경기장의 전경을 재현한 CG가 가장 인상적. 스토리의 짜임새는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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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안에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을 만큼
당신의 비즈니스를 설명하라.

 

- 하마구치 다카노리, 『사장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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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건 정말 좋아해 본 사람은

언젠가 좋은 책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C. S. 루이스, 세상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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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피를 흘리며 서울역 안으로 들어오는 노숙자 노인으로부터 시작되는 영화. 곧 노인은 좀비로 변했고, 그렇게 우리가 영화 부산행에서 봤던 전대미문의 사태가 시작된다.

 

     ​이 혼란의 와중에서 돌아다니는 주인공 혜선은 집을 나와 남자친구인 기웅과 함께 여관에서 살고 있는 캐릭터. 돈 문제로 싸우고 헤어진 두 사람은, 곧 각각의 자리에서 좀비들과 맞닥뜨리면서 서로를 애타게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여기에 집 나간 딸을 찾기 위해 나타난 아버지까지 등장.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서울역 부근은 좀비들에게 점령된 상태. 두 사람은 과연 이 지옥 같은 도시를 빠져나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2. 감상평 。。。。。。。

 

     일단 애니메이션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동작들, 그리고 거친 느낌을 주는 움직임이 눈에 좀 거슬리는 건 사실.(근데 이건 감독의 전작인 사이비돼지의 왕같은 작품들에서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주연인 세 캐릭터의 성우를 전문 성우들이 아니라 류성룡, 심은경, 이준 같은 배우들이 맡은 것도 약간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 확실히 더빙은 그냥 연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

 

     그런데 이 애니가 더 불편한 건 역시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여관에서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주인공. 남자친구라는 녀석은 빈둥거리다가 돈이 떨어지니 여자친구를 성매매 알선하려고 나서다가 싸우고 욕이나 한다. 시야를 조금 더 넓혀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 사태가 어떤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경찰이나, 좀비 떼들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족히 백 명은 넘는 시민들이 골목에서 나오지 못하게 차벽을 치고 물대포를 쏘는 모습(, 이거 어디선가 봤던 그림이구나!)까지.. 어디 하나 마음을 줄 만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는 불안하게 진행되고, 불안하게 고조되다가, 불안한 결말을 맞는다.

 

 

 

 

     갑자기 온통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세상은 정말 무서울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미 서울이라는 도시는 충분히 무섭다. 노숙자가 피를 흘리며 걸어가는데도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로지 동료 노숙자 한 명만이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그 역시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총을 겨누고(난 현재의 귀족들의 정부는 자기들의 재산과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시민들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리고도 남을 것 같다), 가출소녀를 애타게 찾는 건 아버지가 아니라 포주였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사라져버린 도시는, 그 자체가 지옥과 같을 뿐. 이런 곳은 결코 안전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좀비로 변해 서로를 물고 뜯으러 다니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현실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로 소개되고 있지만, 내가 아는 프리퀄의 정의와 맞는지는 모르겠다. 시점 상 부산행의 공유가 서울역에서 KTX에 타기 전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야 할 텐데,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수방사가 출동해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마당에 영화 부산행속 공유가 그렇게 편안하게 열차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떤 기사인가에서, ‘부산행의 첫 장면에 열차로 뛰어들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던 소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 혜선이라는 내용을 봤었는데, 그렇게 되면 더더욱 두 영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미 모델하우스에서 좀비로 변해버린 혜선이 어떻게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열차에 뛰어들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영화는 좀비라는 소재를 공유하면서, 거의 근접한 시점(물론 서울역이 약간 이전 시기인 듯은 하다)에 서로 다른 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두 작품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게 프리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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