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가 비가 쏟아지는 밤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밖에 나왔다가 자신의 카페 근처에서 울고 있는 한 여자를 본다. 여자를 카페로 데리고 들어와 따뜻한 차를 주면서 그녀를 위로하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남자. 그건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였다.
한 학교에 같이 다니는 관민록(동자건)과 소백지(임백굉). 둘은 절친이다. 비록 성적은 변변찮고, 장난도 심하지만 어두운 구석은 없는 그런 캐릭터. 관민록은 같은 반인 심예(안탁령)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심예 역시 관민록이 딱히 싫지는 않았지만 좀처럼 쉽게 승낙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심예는 최상위권의 성적으로 수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관민록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관민록의 헌신적인 모습은 결국 심예의 마음을 움직인다. 커플 탄생.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국 서로 다른 대학에 들어가게 된 심예와 관민록.(소백지는 역시 관민록과 함께...)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고, 관민록은 심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직 연애를 위해 사는 것처럼 생활한다. 하지만 아무리 관민록이 헌신적으로 자신을 쏟아 부어도, 섬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엄연한 현실. 그렇게 조금씩 심예의 마음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지만, 관민록은 너무 어렸던 건지 이 변화를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2. 감상평 。。。。。。。
요 몇 년 새 자주 보이는 대만식 청춘 로맨스 영화다. 90년대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더 강하게 공감을 표할 수 있는 여러 소재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건데, 확실히 이즈음 3, 40대가 문화소비의 선두주자라는 걸 보여주는 현상인 듯. 덕분에 그 세대의 가장자리에 아주 살짝 걸치는 나도 꽤나 즐겁게 이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요즘 나오는 대만 청춘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우선 교복차림의 등장인물들이 향수를 자아내는 소재들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는 점. 그리고 또 한 가지의 특징이 있었으니.. 학창 시절 만난 그 커플들은 한결같이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못한다는 점. 첫 사랑은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걸까. 어쩌면 너무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일지도.
그런데 이 영화의 경우는 그 결말이 좀 더 비참하고, 충격적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노을이 지는 바닷가라는 낭만적인 장면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이 결말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이 많이 갈리기도 하는 것 같고. 어떤 리뷰에서는 모든 게 심예 때문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둘은 나이가 같았지만 생각하는 지점이 달랐다. 진관록이 지금 당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못지않게, 심예는 늘 미래를 보고 있었다. 당연히 이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대화가 되지 않는 때가 늘어난다. 좀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얼마나 함께 갈 수 있을까? 이래서는 함께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장거리 연애에서 ‘장거리’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옳았다.
진관록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고, 그렇게 착한 남자를 차버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다반사고, 특히나 상대가 자신과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드는 상황에서는... 물론 그래도 진관록을 응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만..(왠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 ㅠㅠ)
그리고 진관록의 극단적 선택은 꼭 심예 때문만은 아니지 않았나. 거기에는 (젊은이들이 자주하는 실수인) 실연의 상처에 빠져서 어머니의 심각한 상황에 제대로 관심을 두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문제는 이 사건들이 한꺼번에 닥쳐왔고, 진관록은 그 문제를 헤쳐 나가기엔 너무 약한 로맨티스트였다.

거리보다 중요한 건 같은 꿈을 꿀 수 있느냐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의 감정’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충분하지만, 감정은 언제나 흔들릴 수 있는 거니까. 보다 단단하고 성숙한 ‘사랑의 의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어릴 땐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젊음의 열병엔 경험이 약이다.(약인지 마취제인지..)
약간은 충격적인 결말이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큰일을 벌여놓은지라 감점은 어쩔 수가..) 우리와 비슷한 정서에, 앞서 말한 것 같은 향수의 정서까지 더해지니... 비슷한 영화가 다시 나와도 또 보게 될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