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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몬스터
조디 포스터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6년 12월
평점 :
1. 줄거리 。。。。。。。
주식 투자 관련 텔레비전 쇼 ‘머니 몬스터’를 진행하는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 사건이 일어나던 날에도 평소처럼 정신없이 방송을 시작했지만,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온 의문의 남자 때문에 순식간의 방송사고가 일어난다. 카일 버드웰(잭 오코넬)이라는 사내는 총을 꺼내들고, 리에게 폭탄이 장치된 조끼를 입힌 것.
카일은 리가 지난 번 방송을 통해서 강력하게 추천했던 투기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자신의 재산을 모두 잃은 상황이었다. 그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 그토록 완벽하다고 찬사를 바치던 최신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토록 거액의 손실을 낼 수 있는지, 책임 있는 대답을 듣고 싶다는 것.
그렇게 시작된 인질극은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중계되면서, 마침내 사건을 일으킨 기업의 사기꾼 회장 앞까지 이르게 된다.

2. 감상평 。。。。。。。
지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월 스트리트의 부도덕한 행태를 고발하는 영화가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절대로 손해 보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처럼 광고했던 “최첨단 기술”이라는 것이, 사실은 “폭탄 돌리기”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임이 드러났으니, 이 막장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도 당연. 이 작품도 그런 노선 위에 서 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관계자들은 모두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자신의 입으로 방송에서 ‘이 회사의 주식은 은행 예금보다 안전하다’고 목소리 높여 외쳤던 리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다 쇼였을 뿐이라고 발뺌을 한다. 엄청난 사기를 친 기업의 CEO는 사람들이 추적할 수 없는 곳으로 잠적하고, 회사의 관계자는 그저 모든 것이 알고리즘 상의 ‘결함’이었다며 프로그램에 책임을 돌린다.
이런 상황에서 ‘논리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인질범의 요구는 너무나 정상적인 것이라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 이런 요구가, 과연 총을 들어야만 할 수 있는 그런 요구인가? 재벌들에게는 푼돈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소시민들에게는 평생을 모든 재산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린 마당에, 그 이유를 묻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게 아닌가.
카일은 처음부터 누구도 해치고 싶어 하지 않았고(실은 조끼에 들어 있는 것은 폭탄이 아니라 찰흙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잃어버린 돈을 돌려내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원한 것은 ‘대답’, 프로그램의 결함이라는 어쭙잖은 변명 따위가 아닌, 진짜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는 결국 전 세계로 송출되는 방송 앞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밝혀낼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었다. 거대 자산가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은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 잔인한 진리..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그렇게 힘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했다’는 말을 이끌어 내면서 역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겠는가. 금수저들은 자신들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며, 그래도 된다고 처음부터 확고하게 믿고 있는 확신범인 경우가 많아서, 어지간한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잘못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물론 금수저가 아니라도 권력에 오랫동안 취해 있다 보면 그런 식으로 사고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총을 들고 그 일을 하는 것이 100% 칭찬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법조차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상대를 대상으로, 소시민들은 무엇으로 자신의 뜻을 표시할 수 있을까?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를 통해서만? 민주주의는 그렇게 몇 년마다 하루씩 작동하는 체제가 아니지 않던가? 물론 규정과 절차는 소중한 가치이지만, 그것들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보다 더 우월한 어떤 것을 지켜내기 위한 상대적이고 도구적인 중요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나라는 카일과 같은 사람들이 굳이 총을 들고 스튜디오에 난입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고, 또한 그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당하는 억울한 일의 원인이 투명하게 밝혀지는 사회일 것이다. (어디 은밀한 곳에서 자기들끼리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나눠 갖는 건 조직폭력배들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원리일 뿐이다.)
예수께서는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마도 투명성은 천국의 주요 원리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조폭의 원리를 몰아내고, 천국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한 발씩만 앞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