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오래 전 소설을 써서 한 작은 상을 타기도 했던 료타(아베 히로시). 하지만 그 이후 변변한 작품을 써 본 적도 없고, 지금은 생계를 위해 흥신소에서 일을 하며, 주로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뒷조사를 하며 살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언제나 본인은 이 모든 일이 그저 작가로서의 ‘관찰’을 위한 일이라고 허세를 부리지만.
료타에게는 그와 똑같은 삶을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연금생활을 하는 어머니와 누나가 있다. 그는 벌써 몇 번이나 이 둘에게 손을 벌렸던 것 같다. 둘은 료타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면서도, 또 ‘대기만성’이라며 언젠간 잘 될 거라고 그리 확신 없는 기대를 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아, 그리고 료타에게는 또 한 사람, 지금은 이혼한 전처 쿄코와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이 하나 있다. 두 사람이 왜 이혼을 했는지는 이미 충분히 설명한 것 같고.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 어느 날,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들을 데리고 료타는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간다. 쿄코에게는 아이가 너무 가고 싶다고 한다고, 그리로 아이를 데리러 오라고 말하고는. 그날 저녁 아이를 데리러 옛 시댁을 찾아간 쿄코는 료타와 어머니의 능청스러움 때문에 하룻밤을 묵게 된다. 철저하게 그 의도된 하룻밤 동안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일어날까.

2. 감상평 。。。。。。。
영화를 보는 내내 이 한심한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저절로 든다. 내가 왜 이런 고민을 사서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드는 와중에서도 영화는 정해진 스토리대로 계속 진행된다. 뻔히 보이는 수작으로 쿄코를 어머니 집으로 데려오고, 이제는 어머니와 아들이 한통속이 되어 능청스러운 작업(?)을 진행하는 데에 이르면 문득 짜증이 날 정도. 이 남자 어디까지 구질구질해질 건가. 그리고 이 엄마는 또 뭔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솔직히 여전히 남자에게는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물론 그가 가지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가 가진 가능성의 한계, 즉 지금 당장 더 나은 무엇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그리고 사람의 성품이라는 게 쉽게 바뀌지 않는 것도. 이 모든 것을 이해해도 그의 태도는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남의 뒷조사를 하던 중 수작을 부려 삥 뜯은 돈마저 경륜장에서 도박을 하다가 날려버리니 뭐.
사실 료타 못지않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이런 아들과 짝짜꿍이 되어 전 며느리를 집에 불러다 어떻게든 다시 아들과 이어주려는 건 지나치게 자기 아들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그런데 작품 속 대사를 통해, 적어도 어머니에 대한 공감은 조금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아들에게 ‘언제까지 잃어버린 걸 쫓아다니고, 이루지 못할 꿈이나 꿀 거냐고’ 핀잔을 준다. 비록 그녀는 아들의 뜻에 따라 이 작전에 참여하고 있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연륜은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아무리 한심해도 어머니니까 그런 아들도 품어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때부터 영화를 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얼마 후 료타와 쿄코가 잠시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결정적인 장면이 나온다. 쿄코는 ‘다 끝났으니 좀 보내달라’고 말하고, 료타는 ‘알고는 있었다’고 대답한다. 어쩌면 료타는 태풍처럼 불어 닥친 여러 가지 일들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뛰어다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태풍이 불어오던 날 있었던 이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비로소 태풍이 불 때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그것이 지나가기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이고, 태풍이 다 지나가면 어찌되었든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던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료타의 어머니는 이미 죽은 남편을 통해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아들과 꼭 닮은 그녀의 남편은 제대로 하는 것이 글씨 쓰는 것 밖에 없었다니까. 아들이 아버지처럼 태풍의 시절을 지나고 있고, 태풍이 지나가면 아들도 다시 일어나 자기의 길을 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랄까, 뭐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태풍이 부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도 이와 비슷한 것일 게다. 조금만 참고 버티면 뭐든지 새롭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 물론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그 모습이 꼭 이전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잃어버린 것만 붙잡고 있다면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