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의 독재는 결국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것이었다.

이웃에 대한 두려움,

감시에 대한 두려움,

경찰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그러나 공포의 시절, 우리 세르비아인들은

두려움의 가장 큰 적수가 웃음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 스르자 포포비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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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지음 / 오르페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시집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마지막으로 시집을 봤던 게 학교에 다닐 때였던가. 알라딘 북플에 올라온 글을 보다 보면 자주 시집에 관한 포스팅을 보게 되는데, 그게 머릿속에 남았는지, 도서관에 간 김에 모처럼 시집을 한 권 꺼내 들었다.

     여러 시집들 중에 굳이 이걸 꺼내든 이유는 책장을 넘기다가 본 한 구절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었는데, 이런 내용이다.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업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거의 수필처럼 보이는 산문시인데, 평범한 시골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사건 속에서 깊은 아쉬움, 아련함, 미안함을 끄집어내는 능숙한 솜씨가 마음에 와 닿았다.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귀농을 한 시인은 이 작은 시집에서 전원적인 풍경을 물씬 담아낸다. 일상적인 일들, 풍경들에서 작은 것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런 소리들을 듣지 못하는 나 같은 도시인들에게 번역해 준다. 덕분에 시들을 읽으면 눈앞에 파란 풀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모두 마흔다섯 편의 시들이 실려 있는데 물론 다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아니고, 앞서 인용했던 것 외에 두세 편 정도가 더 있었다. 한 달에 한 권 쯤은 시집을 일부러라도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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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질문을 끌어내는 곳이라고 알려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회의 분위기는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 엘리자베스 오코너,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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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 진주만 공습 이후 자원입대를 결심한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훈련소에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양심에 따라 총기를 손에 드는 일을 거부한 것.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하나같이 비난하거나 그의 신념을 꺾으려고만 한다.

 

     ​명령불복종으로 감옥에 가기 직전, 가까스로 무기를 들지 않을 헌법적 권리를 인정받게 된 그는, 의무병으로 훈련을 마친 후 동료들과 함께 최전선 오키나와의 핵소 고지 점령 작전에 투입된다. 치열한 전투 끝에 고지를 점령하지만, 이튿날 숨어 있던 일본군의 대규모 반격으로 부대는 거의 궤멸상태에 이르고 모두 급히 후퇴한다.

 

     ​그러나 부상을 입고 애타게 위생병을 찾는 전우들을 두고 그냥 갈 수 없었던 데스몬드. 그는 그날 밤이 새도록 일흔다섯 명의 부상병들을 홀로 고지 밖으로 구조해 내는 데 성공한다.

 

 

 

2. 감상평 。。。。。。。

     고대 로마군에는 시민관이라는 떡갈나무 가지로 만든 관이 있었다. 이건 전쟁시 동료나 아군측 시민을 구해온 병사들의 머리에 씌워주는 명예로운 관이었다고 한다. 두려움이 극한에 달하는 전쟁터에서, 자신이 부상을 입으면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 후방으로 이송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큰 위로과 격려가 된다. 때문에 로마군에서는 그 일에 대해 큰 영예를 수여했던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속에는, 로마군 소속이었다면 시민관을 한 트럭은 받았을 주인공이 등장한다. 적군이 활보하는 전장에서, 홀로 무기도 없이 일흔다섯 명의 전우들을 구해 나온 영웅적인 인물. “One more, one more"를 외치며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작품이 담고 있는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그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을 것처럼 표현해 낸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건, 역시 2차 대전의 배경 위에 전개되는 대규모 고지전. 이런 걸 이 정도의 규모와 이 정도의 퀄리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역시 엄청난 자본의 헐리우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걸까. 물론 최근에는 우리나라 영화들 중에도 제법 수준 있는 전쟁장면을 그려내는 경우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영화는 많지 않을 것 같다.

 

 

 

 

​     흔히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 속 데스몬드는 이른바 양심적(혹은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일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병역을 수행하는 것 자체는 수용하지만 총을 들기를 거부했으니 신념에 의한 집총거부자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을 그를 겁쟁이, 배신자, 명령불복종자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정작 전장에서 그는 누구보다 용감했다. 사람들의 판단이라는 게 얼마나 부족한 근거 위에 세워지곤 하는 지를 보여주는 부분. 그리고 여기엔 다분히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터부, 배타심이 엿보인다.

 

     ​뭐 여기서 이 문제에 관한 긴 논의를 다 옮길 필요는 없겠지만, 좋은 사회는 나와 다른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사회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들과 다른 것(물론 이게 이유 없이 의무를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을 선택해도 비난받거나 따돌림을 받지 않을 수 있을 때, 좀 더 창의적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도 나타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집단주의가 횡횡하는 사회는 그 경직성으로 인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법이다.

 

 

     ​잔혹한 장면이 좀 걸리긴 하지만(멜 깁슨이 이런 그림들을 좋아하는 듯), 메시지는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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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마침내 2년 계약직이지만 합격 소식을 듣게 된 영실(강예원). 그것도 무려 국가안보국(국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조직)이라는 나랏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곳에서 하는 일이란 고작해야 인터넷 댓글달기와 이상한 사이트 돌아다니기.. 그나마 2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상사인 박 차장(조재윤)으로부터 해고통지를 받는다.

     그러나 그 즈음 박 차장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기관의 자금 5억 원을 날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우연히 이를 알게 된 영실이 그 5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비밀잠입(?)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앞서 잠입해 있던 경찰청 열혈형사 나정인(한태아)와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사건의 핵심에 조금씩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최종보스....

 

 

매우 익숙한 앵글

 

 

2. 감상평 。。。。。。。

     개봉한 지 며칠이 되었는데 겨우 10만 명이 본 상황. 이쯤이면 확실한 흥행 참패다. 물론 영화의 흥행이라는 게, 계절이라든지, 경쟁 작품들, 심지어 정치적 상황 같은 것들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되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는 작품 자체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적인 얼개가 너무 엉성하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문제, 보이스피싱, 국가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의 비도덕성 같은 굵직한 주제들을 몇 개 던지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썩 이야기 속으로 잘 녹아들어가지 못한다. 주인공 강예원이 연기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에는 개연성이 부족하고, 심지어 정당성까지도 없어서 좀처럼 영실 캐릭터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

     덕분에 영화 속 긴장감을 유발하는 익숙한 장면들에서도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에 이 영화만큼 지루한 차량 추격전이나 격투신을 본 적이 없다. 격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영화에서 이 부분을 담당하는 건 한채아였는데, 겨우 합만 맞춘 정도의 액션으로는 누구의 눈을 끌 수 있을까. 전혀 세 보이지 않는 여배우의 걸크러쉬 코스프레를 보는 듯해서 말이다.

 

 

남는 건 강예원의 슬랩스틱 뿐..

 

 

     결국 영화 전체에서 남는 건 강예원의 망가지는 연기뿐이었는데, 뭘 해도 어설픈 착한 언니라는 모습은 전에 예능프로그램인 진짜사나이에서 나왔던 아롱이캐릭터의 반복, 그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구조, 액션, 캐릭터, 어디 하나 좋은 게 없는 총체적 난국. 쉬는 날 그냥 재미있게 즐기자는 가벼운 바람도 이뤄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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