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여자 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암스)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게 된 크리스(다니엘 칼루야). 그 자체로만 보면 별 문제의 소지가 없을 것 같지만, 크리스는 머뭇거리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흑인이었고, 로즈는 백인이었기 때문.
마침내 로즈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생각보다 로즈의 부모는 크리스를 환영하는 눈치다. 그러나 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가 집안을 감돌고, 마침 파티를 위해 저택을 찾는 수많은 손님들도 친절하지만 묘하게 이상한 분위기를 계속 조성한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

2. 감상평 。。。。。。。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연애..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인종차별’적 주제를 다루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영화 속 등장인물 중 누구도 인종적 차별, 그러니까 흑인의 열등함을 조롱하건, 비난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끊임없이 흑인의 신체와 뛰어난 재능을 칭찬한다. 그것도 그냥 겉치레나 비꼼이 아니라 진짜로.(근데 그게 엉뚱하게 발전되니 문제..) 어쩌면 인종차별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강하게 있었던 게 아닐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인종차별에 관한 어떤 비판적 시각도 담고 있지 않다는 건 아니다. 감독은 오히려 좀 다른 차원에서의 차별에 관해 말하고 있다. 영화 속 백인들은 흑인을 칭찬한다. 하지만 그들의 칭찬은 어디까지나 신체적인 능력, 하드웨어적인 부분들에 국한될 뿐이다. 그들은 흑인들도 그들과 동등한 인격적 존재로서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그들이 앞서 했던 모든 칭찬과 찬사의 진정성은 의심받는다. 다 인정하겠는데 이것 하나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그런데 그 '하나'가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면, 그건 대상을 완전히 부정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인종차별이 철폐되었고, 심지어 흑인 대통령까지 나온 미국이지만, 이런 뿌리 깊은 차별에 관한 의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감독은 이런 부분을 비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 후반의 괴기스러운 상황은, 이런 오래된 흑인에 대한 착취를 살짝 바꾼 버전에 불과하다. (물론 이 말이 영화가 놀랍지 않다거나, 뻔하다는 말은 아니다)
『바야돌리드 논쟁』이라는 흥미로운 책을 보면, 신대륙에서 원주민들과 만나게 된 유럽인들의 철학적 혼란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들은 이 새로운 인종을 과연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법정에서 논쟁을 벌인다. 이 때도 그들은 원주민들의 신체적 능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을 인격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 이것은 노예는 '말하는 짐승'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유구히 흘러온 서구식 전통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롭게 주목했던 부분은, 흑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경계만큼이나, 백인들에 대한 흑인들의 경계 역시 강하다는 점이었다. 주인공 크리스는 물론, 공항교통경찰인 그의 절친 역시 지속해서 이런 두려움을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그런 불안한 상태에 대한 그림.. 복잡한 인종적 구성을 갖고 있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약점일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90년대나 그 이전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단 주 무대가 도시가 아닌 시골 대저택인데다, 인물들의 복장이나 말투, 그리고 모여서 하는 퍼포먼스, 심지어 후반부의 반전도. 오래된 영화라는 느낌을 준달까. ‘고전’까지는 아니라도, 올드한 분위기가 나는 건 분명하다.
후반부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시각적 공포나 일부러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대신, 심리적 공포 쪽에 무게를 둔 영화다.(개인적으로 이 쪽을 좀 더 높게 평가한다) 오히려 제일 무서웠던 장면은 영화 시작 전 영화사 소개 부분..;; 뭐 꼭 봐야 할 영화까지는 아니지만, 볼만은 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