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1920년대 일본 땅에 거주하던 한 무리의 조선 젊은이들은 울분을 삼키며 침략자들에게 한 방을 먹일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일제는 그들을 ‘불령선인’이라고 불렀지만, 이들은 그걸 도리어 자신들의 단체 이름(불령사)으로 삼을 정도로 호기로웠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분노한 백성들이 폭동의 조짐을 보이자, 일본정부는 조선인들이 지진 중 우물에 독을 타고 불을 질렀다는 허위소문을 퍼트렸고, 일본 전역에서 6천 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불법적으로 살해되기에 이른다. 이런 광범위한 인종차별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되자 다시 희생양을 찾는 일제. 그 결과 불령사의 리더였던 박열(이제훈)과 그의 연인 후미코(최희서)가 대역죄목으로 잡혀 들어간다.
처음부터 무리한 기소. 그러나 박열과 후미코는 당당히 재판을 받기로 했고, 이 기회를 통해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2. 감상평 。。。。。。。
영화 포스터가 너무 강렬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기사를 통해서 잘 알려진 그 특별한 사진도 그렇고. 이 영화를 선택한 건 80%는 그 두 장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실제 영화는 포스터만큼의 강렬함을 던져주지는 못한 느낌이다.
우선 주연이었던 이제훈의 연기인데, 실제 박열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포스터에 나온 것 같은 강렬한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이건 단지 연기만이 아닌 게, 스토리 자체에도 스크린 전체를 쾅쾅 때려대는 내용은 없었으니까. (전반적으로 많은 돈을 들인 것 같지는 않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법정물로 변한다. 조선과 일본의 관심사가 몰린 박열의 재판을 두고, 서로 다른 속셈을 갖고 있는 박열 측과 일본 정부 측의 심리전. 그리고 이 과정에서 두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심리변화가 더해지면서 나름 흥미롭게 진행되긴 한다. 일단 법정이라는 장소 자체가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는데다가, 박열이 일본의 대법정 안에서 벌이는 연극, 여기에 이준익 감독 특유의 유머가 살짝살짝 양념으로 뿌려지니 종종 극장 안이 피식 하는 웃음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영화 속 또 하나의 볼꺼리는 박열과 후미코의 법정, 그리고 수감 중 연설 장면들이다. 아나키스트로서, 또 조선인으로써 천황을 정점으로 아시아의 수많은 사람들을 압제하는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을 엄중히 꾸짖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면서 영광스러운 역사만을 강조하는 우익 정치인들을 향한 것으로도 보였다.
사실 그 행태만 보자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대응은 거의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관동대지진과 관련된 조선인 학살 소식이 외신 기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내무대신 미즈노가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부분을 보자. 옆에 서 있던 총리대신(인지 사법대신인지)은 그러다 진상이 밝혀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묻자, 내무대신 미즈노는 이렇게 대답한다. 위원회의 활동기간을 줄이고,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해두면,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릴 거라고. 이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를 대하던 박근혜 정권의 태도와 거의 데칼코마니 수준으로 닮아 있지 않은가.

이준익 감독은 지난 번 ‘동주’에 이어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조선인 젊은이들의 불안을 자주 그리는 것 같다.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벌이고 성공해 낸 것은 아니지만, 마음 속 의기를 버리지 않고, 권력에 굴복하거나 현실에 순응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이들. 비록 그 두 사람 모두 그리 편안한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이 또한 젊은이다움의 한 모습은 아닐지. 그리고 이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향한 감독의 찬사는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