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날마다 온 동네의 문제가 될만 한 일들을 집어와 민원을 넣는 민원왕 나옥분(나문희). 그리고 그녀의 앞에 나타난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 영화의 초반은 이 둘의 갈등을 만들어 가는데 할애된다.
옥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어를 배우려고 애를 쓰고 있었고, 우연히 민재가 영어에 능통한 것을 알고는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영어수업은 시작되고, 동생과 단둘이 살고 있는 민재에게 옥분은 친할머니처럼 다가온다.
얼마 후, 옥분이 그토록 간절히 영어를 배우고자 했던 이유가 밝혀지는데...

2. 감상평 。。。。 。。。
음.. 동네 민원(민폐)왕으로 알려진 할머니에겐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이라는 게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하고 외로운 사건이었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 축. 후반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감독은 전반부의 웃음을 꽤나 과장했는데, 그 때문인지 영화의 전반과 후반이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든다.
나문희의 연기 내공은 보통이 아니고, 이제훈의 콧날은 참 날카로웠다. 이렇게 많은 나이 차가 나는 콤비가 영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은 역시 둘 다 연기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기 때문. 때문에 후반으로 접어드는 도약 부분의 어색함도 어느 정도 만회되는 듯.

물론 영화 속 옥분이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사죄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런데 이건 영화적 감동이라기보다는 그냥 소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민족적 상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감독이 어느 정도 말아먹으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이 소재는 사람의 마음을 쾅쾅 두드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왜 옥분이 그렇게 열심히 민원을 넣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단지 외로워서?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서? 민원은 누군가의 불법행위를 법에 따라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말한다. 그런데 옥분은 뒤에 밝혀지는 것처럼, 엄청난 전쟁범죄의 희생자이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지 못하고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녀는 그런 행위들을 통해서 자신이 겪은 거대한 위법행위를 누군가 법적으로 처리해달라고 외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옥분의 민원을 접수하는 구청은, 그녀를 그저 귀찮은 민원인으로 치부하고 만다. 마치 천 번이 넘는 집회를 하고 있는 정대협의 외침에 귀를 막은 채 망언만 거듭하고 있는 일본 극우인사들처럼. 어쩌면 우리도 귀찮다는 이유로 그들의 호소에 제대로 도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던 건지도 모른다.
영화 속 문제의 해결은 미 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남의 입을 통해 요구해야만 하는 이 가련한 사람들에게 ‘승리’나 ‘해결’이라는 말은 아직 가당치 않다. 난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면 패권국인 로마로 달려와 엎드려 해결을 요청하던 2천 년 전 야만족들(혹은 잘 쳐서 속국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물론 그네들이 문제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처지가 안타깝다는 거지.

분명 감정을 움직이는 바가 있는 영화인데, 좋은 ‘작품’이라기엔 좀 아쉽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 가장 아쉬운 부분인데, 영화의 무대가 구청 민원실에서 미국 하원 청문회장으로 옮겨 가는 과정이 좀 갑작스러워서 잘 와 닿지 않는다. 또, 후반의 반전에 너무 힘을 주다보니, 초반에 벌여놓은 소재들(예컨대 재개발업자의 불법)을 다 회수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편집 과정에서 설명이 사라졌는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메시지에는 분명 공감할 수밖에 없고, 또 분명 어느 정도 재미도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