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천문학을 전공하고, 과학사로 학위를 받은 후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고전과 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흥미로운 인물이 이 책의 작가인 장샤오위안이다. 이 책은 그가 쓴 평생에 걸친 책 사랑에 관한 에세이다.

 

     문화대혁명이라는 험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님의 직업 덕분에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 금서를 돌려보느라 밤을 새우곤 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의 평생에 걸친 책 사랑의 여정은 시작된다. 책의 첫 부분은 그렇게 작가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만난 책과 지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두 번째 부분은 본격적으로 기관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책장을 갖게 된 이후의 이야기. 이 과정에서 책과 관련된 다양한 관심사들,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수만 권의 장서를 갖고 있으면서, 각각의 책들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정말 애서가다운 모습이 매 페이지에 걸쳐 쏟아진다. 또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중국 사회의 연구문화와 관련된 비평들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책을 고리로 해 만나게 된 새로운 인연들에 관한 설명. 물론 이런 인연에 관한 내용은 앞선 부분에도 등장하긴 하지만, 뭐 여튼 여기에 소개되는 세 명의 인물은 작가가 좀 더 특별하게 여기고 설명하고자 했던 것일 게다.

 

  

2. 감상평 。。。。。。。

 

     집에 다녀오는 길에 전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간단히 읽을 만한 책을 새로 대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들렸다. 그런데 웬걸, 가볍게 읽을 책을 가볍게 고르려던 처음의 계획은 금방 실패해버렸고, 곧 신간코너에 꽂힌 책을 하나하나 살피다가, 문학코너로 넘어가 프랑스, 영미, 중국과 일본문학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데려갈 만한 책들을 한참 고르다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대학시절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이런 도서관 탐험에 빠져버린 것이. 그렇게 한 시간 동안 고른 세 권의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공교롭게도 책에 빠져 살았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 이런 우연의 일치가.. 

 

 

     사실 처음엔 좀 더 말랑말랑한 책인 줄 알았다. ‘고양이의 서재라지 않는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 고양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서재에 관한 이야기를 쓴 줄. 그런데 정작 책엔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작가 자신의 소원 중 하나가 고양이처럼 한가롭게 서재에서 뒹굴 거리는 것이라는 말에서 나온 제목인 듯하다.

 

     애초의 예상과는 달랐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왠지 피식피식 미소를 띠며 읽게 된다. 나도 저렇지 맞장구를 치게 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지금도 리뷰를 쓰고 있는 책상 바로 옆 책장에 꽂혀 있는 “C. S. 루이스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나도 약간 병이다 싶을 때가 있으니..

 

     물론 차이점도 있는데, 우리 집엔 작가에 비해 책이 훨씬 적다. 뭐 한 200여 권이 좀 넘을까? 일단 책을 보고 꼭 다시 봐야겠다 싶은 책들만 두고, 나머지는 주변에 선물하거나 팔거나, 버려버리니까. , 예외는 앞서의 루이스 컬렉션인데, 여기엔 C. S. 루이스를 다룬 책이 아니었다면 수준이 낮아서 감히(?) 꽂혀 있기 어려운 책도 남아 있다.

 

 

     읽고 쓰는 것으로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삶을 사는 작가가 부럽다. 그야말로 모든 애서가들의 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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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1-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200권 밖에 없어요?
제2의 피천득 선생이 여기 있었네.ㅎ
가끔 저한테도 버려 주세요.ㅋㅋ

노란가방 2018-01-17 15:59   좋아요 0 | URL
ㅋㅋ 저야 뭐 애초에 보는 책이 많지 않아서리..
스텔라님이 훨씬 많이 보시지 않습니까.
 
한나의 아이 (양장) - 정답 없는 삶 속에서 신학하기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홍종락 옮김 / IVP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이 시대 영미권에서 교회에 관한 탁월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쓴 자서전이다.

 

     텍사스에서 조적공(벽돌을 쌓는 건축노동자)이었던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 스탠리는 자신도 아버지와 친척들의 직업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조적공의 일을 어느 정도 배우고 해 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건축현장이 아닌 학문계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결국 대학에서의 교직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우어워스의 평생을 둔 관심 중 하나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애초의 남부 특유의 감리교적 전통 아래서 교회 생활을 시작했지만, 자신이 정말로 신앙을 갖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을 했던 것. 그는 가톨릭, 메노나이트, 복음주의 교파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동료와 분위기 아래서 일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앙을 찾아가게 된다.

 

     또 한 가지 관심사는 윤리학이었다. 사실 하우어워스는 윤리신학자라기 보다는, 신학적 (소양이 깊은) 윤리학자라고 불리기를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기독교 윤리학이 필연적으로 세상의 실제적 문제들을 다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과감한 평화주의를 채택했던 그는, 반전운동이나 인종차별 철폐, 성차별 거부에 (평화주의적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는 보수적인 이들로부터 미움을 사는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책에는 하우어워스가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은 수많은 사람들(그리고 수많은 책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정말로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아내 앤의 이야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현된 그녀의 정신질환은 하우어워스가 거의 평생을 지고 가야했던 십자가였다.

 

 

 

 

2. 감상평 。。。。。。。

 

     한 사람의 일생을 보거나 읽는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감동을 준다. 특히 그 기록이 억지로 잘 보이려고 꾸며대거나,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된 형편없는 책과 거리가 멀다면 더더욱.

 

     하우어워스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을 솔직하게 내어 보이고 있다.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매순간 열성적으로, 그리고 진실하게 살기 위해 애써왔던 한 사람의 삶은 자연스럽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특히 진리를 향한 그의 오랜 탐구의 여정들, 지적인 면과 삶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신의를 지치기 위해 애써왔던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평생을 배우고, 새로운 것에 열려 있는 인물은 많지 않다. 자기의 것을 완고하게 고수하면서 그 자리에 머물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 주장했던 것에 교조적으로 매달리거나, 어느 순간 고민 없이 반복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우어워스는 좀 다르다. 그에게서는 자주 새로움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향한 탐구를 그치지 않았던 삶의 태도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넘어가는 대신 끝까지 문제를 파고들어가려 했던 성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류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지적으로나, 말과 삶의 일관성에 있어서) 정직하고자 했던 이의 삶에선 참 배울 점이 많다.

 

 

     책 속엔 하우어워스와 관계된 수많은 사람들(상당수는 학자들)과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들의 목록이 잔뜩 등장한다. 덕분에 두께가 제법 두툼해졌지만, 이 부분 또한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좋은 참고 목록이 될 듯하다. 본격적으로 하우어워스의 작품세계에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면 꼭 딛고 넘어가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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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우리로 하여금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게 하고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을 비하하도록 부추긴다.

광고는 좌절된 욕망의 긴장을 조장하고 또 조장한다.

광고계의 거물들은 자랑스럽게 스스로를 불만을 파는 상인이라고 부른다.

프레데리크 베그베데는 거리낌 없이 선언한다.

나는 광고인이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행복한 사람은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 세르주 라투슈, 낭비 사회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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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법칙의 비밀
테리 길리엄 감독, 맷 데이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시점은 아마도 가까운 미래.(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업과 기술이 있지만 전체적인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봐서) 주인공 코언(크리스토프 왈츠)는 날마다 회사에 출근해 복잡한 수식을 게임식으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퇴근한다. 화재로 싸게 나온 한 성당을 개조한 집에 사는 그의 현재 가장 큰 소원은, 재택근무를 하는 것.

 

     그가 그토록 재택근무를 하려는 이유는 전화를 받기 위해서다. 어느 날 밤 걸려온 한 전화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중후한 목소리를 들었고, 그는 그 전화가 자기 인생의 의미를 설명해주려는 것이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를 두고두고 후회하며 언제 그 전화가 다시 올 줄 몰라 누구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붙어있고 싶었던 것.

 

     ​늘 거절당하던 요청이었지만, 어느 날 회사의 최고경영자로부터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진다. 대신 그는 제로법칙의 비밀을 푸는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했다. 좀처럼 답에 접근하지 못하는 작업의 연속으로 점점 지쳐가는 코언. 그런 그의 의욕을 북돋기 위해 나타난 미모의 콜걸 베인슬리(멜라니 티에리), 그리고 갑자기 들이닥쳐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밥(루카스 헤지스). 영화 포스터의 설명처럼, 코언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인가.

 

 

 

2. 감상평 。。。。 。。。

 

     영화가 한참이 진행되어도 스토리를 파악하는 데 힘이 들 정도로 설명이 부족하고, 아니 영화를 다 본 후에도 코언이 컴퓨터 앞에서 하던 짓이 어떤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분명 사람은 등장하고 대화도 하고 있지만, 그 대화가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허공을 가르고만 있다. 이래선 좋은 평점을 받기가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끌어내는 평들도 사실 대화와 스토리 전개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저 설정에서 뭔가를 발견하는 정도다. 예를 들면 종일토록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극히 경계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자신을 늘 우리라고 부르는 주인공의 모습, 또 주인공이 베인슬리와 만남을 가질 때 사용하는 가상현실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다.

 

     ​물론 영화 속 설정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영화는 종합예술 아닌가. 그 설정이 가진 의미가 확실해지려면 스토리와 대사 등과 결합해 일종의 개연성을 만들어 내고,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원하는 메시지가 적절하게 전해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게 부족하다.

 

 

 

 

​     그놈의 제로 법칙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그게 (영화 속 인물이나 관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포스터 하단에 쓰여 있는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밝혀진다는 도발적 문구는 거짓말 수준의 카피 문구다. 실제로는 어디에서도 그런 의미는 보이지 않으니까. 물론 이 영화가 아주 극단적인 허무주의에 기초해 있고, 그런 의미 따위는 고민해 봤자 어차피 다 쓸 데 없는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몇몇 철학적 질문이 아주 던져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은 자신이 던져 놓은 질문에 답할 능력도, 아니 어쩌면 그럴 의사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좀 노골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그냥 망상에 빠져서 고립된 채 죽어가는 어떤 중년 남성의 이야기

 

 

     ​포스터나 영화 소개글을 보고 뭔가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걸 기대했다는 아주 실망할 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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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연이은 군사반란으로 독재자들이 이 나라를 옥죄고 있던 시절, 그런 체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법조차 우습게 알며, 정권에 반대하는 인물들을 잡아 고문하면서도 자기들이 애국자라고 믿고 있던 권력의 주구들에 의해 대학생 한 명이 세상을 떠난다. 고문 흔적이 역력한 시신을 서둘러 화장으로 없애버리려 했던 그들은, 평소와 달리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부검을 지시하는 최검사(하정우)에 의해 방해를 받게 된다.

 

     조금씩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감추려는 자와 드러내고 고발하려는 자들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이 가운데 수많은 소시민들이 톱니바퀴처럼 자신의 역할을 감당한다. 결국 드러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전말. 전국의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났고, 시민들도 대대적으로 거리로 나서 이런 반인권적 범죄를 자행하는 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친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든 작품.

 

 

 

 

2. 감상평 。。。。 。。。

 

     연초부터 대작을 봤다. 사실 이런 사건은 어디 한 곳에서 차근차근 일어난 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물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강을 이룬 모양을 띤다. 때문에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그것도 내러티브 형식으로 그려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감독은 어려운 작업을 용케 잘 해냈다.

 

     ​그리고 여기에 감독의 노력을 충분히 반영해 줄 배우들이,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떼거리로 등장한다. 극 초반을 이끌어간 하정우나 중후반의 유해진은 이야기를 끌어나갈 힘을 가진 배우들이었고, 이희준이나 김태리는 적절하게 받쳐주는 조연을 잘 연기해냈다. 짧은 등장이지만 인상적이었던 김의성이나 설경구도 자신의 발자국을 분명히 남겼고, 무엇보다 박처장 역의 김윤석은 캐릭터에 맞춰 외모까지도 바꿔내는 진짜 배우였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영화는 독재자의 몰락이라는 거악의 처단을 그려내지는 못했다. 여기에서 처벌되는 것은 박종철을 살해한 일선 경찰과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그 지휘관뿐. 하지만 역시 실제 역사를 아는 우리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치지 않고, 결국 민주화라는 거대한 물결을 이끌어내는 시발점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 조무래기 경찰들의 구속만으로도 일종의 승리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후 김대중, 김영삼이라는 두 민주화 지도자의 합의 실패로 다시 군사정권이 연장된 것은 옥의 큰 티다.)

 

     ​이런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그리고 아마 실제로도) 유명한 몇몇 정치지도자들의 영향력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의 작은 활약이었다. 한 검사는 직위를 잃을 각오를 하고 의문점 가득한 젊은이의 죽음을 밝히기로 결심했고, 권력의 위협에도 부검의는 자신이 본 그대로 발표를 한다. 한 말단의 교도관은 기꺼이 수감된 민주화운동가의 편지를 밖으로 옮기기로 결심했고, 끝끝내 거리를 두려던 그의 조카는 삼촌과 가족들이 겪는 불의한 일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들 중 누구도 사건 전체를 기획하거나 이끌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의 힘이 모여 사건은 일어나고 말았다.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그런 작은 결단과,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하는 용기, 그리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연대의 믿음인 듯하다. 30년 전과는 달리, 우리는 그리 비교적 최근에 그런 힘이 실제 변화를 완성해 낸 경험을 가지고도 있다.

 

 

 

 

     ​모두가 조금씩만 용기를 낸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진 곳이 될 수 있다. 귀찮다고, 해 봐야 소용없다고, 나보다 훨씬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현상유지는커녕 현재보다 더 악화된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말이다.

 

     슬프고, 보고 있는 것이 괴롭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용기를 북돋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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