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연이은 군사반란으로 독재자들이 이 나라를 옥죄고 있던 시절, 그런 체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법조차 우습게 알며, 정권에 반대하는 인물들을 잡아 고문하면서도 자기들이 애국자라고 믿고 있던 권력의 주구들에 의해 대학생 한 명이 세상을 떠난다. 고문 흔적이 역력한 시신을 서둘러 화장으로 없애버리려 했던 그들은, 평소와 달리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부검을 지시하는 최검사(하정우)에 의해 방해를 받게 된다.
조금씩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감추려는 자와 드러내고 고발하려는 자들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이 가운데 수많은 소시민들이 톱니바퀴처럼 자신의 역할을 감당한다. 결국 드러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전말. 전국의 대학생들이 들고 일어났고, 시민들도 대대적으로 거리로 나서 이런 반인권적 범죄를 자행하는 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친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만든 작품.

2. 감상평 。。。。 。。。
연초부터 대작을 봤다. 사실 이런 사건은 어디 한 곳에서 차근차근 일어난 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물줄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강을 이룬 모양을 띤다. 때문에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그것도 내러티브 형식으로 그려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감독은 어려운 작업을 용케 잘 해냈다.
그리고 여기에 감독의 노력을 충분히 반영해 줄 배우들이,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떼거리로 등장한다. 극 초반을 이끌어간 하정우나 중후반의 유해진은 이야기를 끌어나갈 힘을 가진 배우들이었고, 이희준이나 김태리는 적절하게 받쳐주는 조연을 잘 연기해냈다. 짧은 등장이지만 인상적이었던 김의성이나 설경구도 자신의 발자국을 분명히 남겼고, 무엇보다 박처장 역의 김윤석은 캐릭터에 맞춰 외모까지도 바꿔내는 진짜 배우였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영화는 독재자의 몰락이라는 거악의 처단을 그려내지는 못했다. 여기에서 처벌되는 것은 박종철을 살해한 일선 경찰과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그 지휘관뿐. 하지만 역시 실제 역사를 아는 우리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치지 않고, 결국 민주화라는 거대한 물결을 이끌어내는 시발점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 조무래기 경찰들의 구속만으로도 일종의 승리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후 김대중, 김영삼이라는 두 민주화 지도자의 합의 실패로 다시 군사정권이 연장된 것은 옥의 큰 티다.)
이런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그리고 아마 실제로도) 유명한 몇몇 정치지도자들의 영향력이 아니라 평범한 소시민들의 작은 활약이었다. 한 검사는 직위를 잃을 각오를 하고 의문점 가득한 젊은이의 죽음을 밝히기로 결심했고, 권력의 위협에도 부검의는 자신이 본 그대로 발표를 한다. 한 말단의 교도관은 기꺼이 수감된 민주화운동가의 편지를 밖으로 옮기기로 결심했고, 끝끝내 거리를 두려던 그의 조카는 삼촌과 가족들이 겪는 불의한 일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들 중 누구도 사건 전체를 기획하거나 이끌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의 힘이 모여 사건은 일어나고 말았다.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그런 작은 결단과,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하는 용기, 그리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연대의 믿음인 듯하다. 30년 전과는 달리, 우리는 그리 비교적 최근에 그런 힘이 실제 변화를 완성해 낸 경험을 가지고도 있다.

모두가 조금씩만 용기를 낸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진 곳이 될 수 있다. 귀찮다고, 해 봐야 소용없다고, 나보다 훨씬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현상유지는커녕 현재보다 더 악화된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말이다.
슬프고, 보고 있는 것이 괴롭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용기를 북돋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