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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감독, 아야노 고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계약직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나나미(쿠로키 하루). 소심한 성격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제대로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못하는 그녀는, SNS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유키마스(아야노 고)라는 인물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어느 날 미팅 어플을 통해서 남자를 만났고, 그와의 결혼을 통해 뭔가 돌파구를 찾는 듯했지만 그런 꿈도 잠시. 곧 얼토당토않은 음모(?)에 빠져 자신도 모르는 새 결혼은 파경을 맞는다.
어이없는 상황 가운데 울며 길바닥으로 나온 나나미였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연약해보이기만 하던 그녀가 또 용케 혼자서 일을 찾고 머물 곳을 마련하면서 삶을 이어간다.(사실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유키마스가 그녀 앞에 나타나 새로운 일거리를 알선해 주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을 무명배우라고 소개한 마시로(코코)를 만나게 된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서로 잘 맞는 것 같은 두 사람. 얼마 후 둘은 다시 만나서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닌, 나나미가 알지 못했던 사연이 또 하나 감춰져 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다시 등장하는 유키마스. 그는 정말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인간이었다.

2. 감상평 。。。。 。。。
아.. 포스터에 속았다. 전체적으로 약간 흐린 색감 위에 어딘가를 바라보는 배우의 옆모습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처음엔 일본식 감성 충만한 멜로물인 줄 알았다. 영화 제목에도 ‘신부’가 들어가지 않던가. 영화 초반부만 해도 어느 정도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휴대폰 어플로 남자를 만나는 주인공, 그리고 약혼식과 결혼식에 대한 묘사들. 지속적으로 여자가 어딘가에 자신의 생각을 남기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포인트로 여겨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후의 전개는 평범한 멜로를 떠올리고 있으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갑자기 남편이 바람이 났다는 주장을 하는 남자가 등장하고, 그런 남자의 주장을 별다른 의심조차 하지 않고 또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주인공. 대책을 세우기 위해 간 호텔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그 이면에 갑자기 그 놈이 등장하는 장면부터 이 영화의 장르를 의심하게 되었다. 이건 어쩌면 스릴러나 음모이론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하는.(그런 건 아니었다)
주인공 나나미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다 못해 답답하게 여겨질 정도로 순진한 인물이다. 누가 와서 뭐라고 말하면 그대로 다 믿어버리는.(심지어 그 놈까지)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런 성격 때문인지 끊임없이 상황에 밀려 이리저리 치인다. 그런데 황당한 건 그렇게 치인 후에는 또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뭔가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 마치 바람이 불면 어디든 부는 대로 날려가서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 씨앗처럼 말이다.

처음엔 이 무슨 역대급 답답한 캐릭터인가 싶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잠잠히 내용을 복기해 보면 그녀는 생각만큼 약한 인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늘 조용조용한 목소리에, 소극적으로만 보였던 그녀는 요즘 영화들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 인물들처럼 충동적이지도, 극단적이지도 않다. 어쩌면 좀 더 현실적인 성격이었을지도.
사실 그녀의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장면은 언제나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이 해 주는 일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유키마스 캐릭터와 대조되기 때문인데(사실 난 그 녀석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나 대조를 통해 평가하는 건 온당한 일이 아니니까. 남에게 피해 한 번 주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포용해주는 그녀에게 ‘약지 않다’고 지적하는 건 슬픈 일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는 늘 행복해 보인다. 뭔가 계속 속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떠밀려 가는 느낌이면서도 말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인데, 반대로 대가를 바라며 뭔가를 하는 사람들은 (예컨대 유키마스 같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와 기분을 살펴야 하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나나미의 삶과 선택은 쉽게 따라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분명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속 그녀는 ‘독립된 존재’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실제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련된 존재’로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도(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 형제도 친구도 없는 나나미야 그렇게 ‘얻어내려 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사람들은 그게 또 말처럼 쉽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이만큼 시시하고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도 없을 텐데, 감독은 꽤나 웅장한 배경음악을 사용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물론 가끔 그게 좀 과장되었다 싶기도 하지만, 영화에서 뭔가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는 배경음악만한 게 또 없으니까. 이 감독, 분위기는 늘 잘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