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이루면 적이 생기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는 적이 생기지 않는다.


- 시오노 나나미그리스인 이야기 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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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 차별과 혐오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해용 옮김, 오찬호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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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롭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저자는 인류에게 나타나고 있는 차별 행위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이익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제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서 차별이 등장했다는 것. 누구나 다른 사람을 차별함으로 괴롭힐 수 있고, 심지어 이 때 일종의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니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저자는 가해자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고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건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앞에 케이크를 놓아두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차별을 하고자 하는 충동 자체는 향사회성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시종일관 주장하는 책이니 당연한 결론이다.

 

향사회성 자체는 생존에 필요한 요소지만, 그것이 부정적으로 표출되었을 때는 분명 문제다. 여기에 차별에 대한 동조압력까지 더해지면, 그곳은 지옥이 된다. 오늘날처럼 자연에 대한 투쟁보다는 인간 사회의 조화와 연대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개인들의 피해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발전 지체, 혹은 퇴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따돌림, 혹은 차별이 어느 한 나라나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지메(집단 따돌림)’라는 외래어를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알게 만들어준 이웃 나라 일본의 상황은 왠지 좀 더 심할 것 같다는 선입관 비슷한 인식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이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실제로 책에는 특별히 학교에서 일어나는 차별 행위에 관한 언급이 자주 보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의 아이들이 모두 힘을 합해’, ‘다 같이 사이좋게지내기를 강요받고 있으며, 이것이 개성적인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하고, 자신이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일탈자를 누구보다 빨리 색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지나친 집단주의가 문제라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군대 안에서 이런 식의 병적 행동들이 자주 나타나곤 하니까.

 

 

저자는 여러 호르몬과 본능에 관한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이런 행위가 우리의 유전자 안에 박혀있다는 것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차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운명론을 설파하는 듯도 하다. 물론 저자는 어떻게 이 부정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해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인다.

 

저자는 상대방이 질투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거하고,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갖추고, 때로는 언더독 효과를 이용하는가 하면, 상대와 거리를 좀 두거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하나하나 잘 기억했다가 이용해 볼 만한 포인트들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내용은 작정하고 괴롭히려는 악인들이 널려 있는 사회에서는 소극적 대처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는 좀 더 적극적이고 실제적 대안으로 사각지대를 줄일 것을 주장한다. 이를 테면 강인해 보이는 사람에게 학교 순찰을 맡기거나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식이다. , 다양한 사람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돌리는 사람이 있으면 아예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의 유동성을 높이면 된다는 것.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범죄자들에게 무슨 무슨 교육을 수십 시간씩 강제하는 벌칙조항들이 시행되고 있다. 성범죄자 재범방지 교육, 음주운전 특별교통안전교육 등등.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옳다면, 이런 교육들은 거의 쓸모가 없다. 교육 정도로 사람의 충동을 자제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대신 감시카메라를 늘리고, 감시하는 인원을 확충해서 사각지대를 줄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문제행위가 적발되었을 때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 비슷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에게 강제로라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를 인식하도록 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물론 단순히 억압적 정책만이 아니라, 위에서도 언급한 관계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교화 못지않게,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모든 일탈행위들을 막을 수 없다면, 강력한 처벌과 확실한 감시가 필요하다. 이쪽도 못하면서, 온정주의에 기반한 가벼운 처벌과 말랑말랑한 교육만 붙잡고 있는 건 사실상 더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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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떤 사건에

신이 부여한 형이상학적인 목적이나

계획이 있는지를 검증할 능력이 없습니다.

과학은 다만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

다른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

필연과 우연으로 설명할 뿐입니다.

 

- 강영안, 우종학, 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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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는 사자 - C. S. 루이스의 영적 세계, 나니아를 발견하다
브루스 L. 에드워즈 지음, 김은희 옮김 / 죠이선교회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자연히 그 연구서들도 적지 않게 나왔는데, 이 책도 그런 나니아 연구서 중 하나다. 저자는 나니아 연대기에 담겨 있는 주요 주제들(용기, 변화와 회개, , 구원 등)을 중심으로, 연대기 속 장면들을 풀어낸다. 학술적인 분석서라기보다는, 소설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문학참고서에 가까운 느낌.

 

 

     책의 제목인 길들여지지 않는 사자란 나니아 연대기 속 등장인물인 아슬란을 부르는 이름이다. 그는 만나는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지만, 또 동시에 그들을 구하는 존재다. 아무 것도 약속하지 않고,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나타나고 행동하는 그는 길들일 수 없는 존재.

 

     일곱 권으로 구성된 나니아 연대기의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아슬란과 연결되어 있다. 그가 직접 등장하던 등장하지 않던. 사람들은 그를 의식하거나 무시하고, 이는 그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건 아슬란이 상징적으로 가리키는 그 분, 즉 예수 그리스도로 바꿔놓아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각 챕터가 시작하기 전, 이 장에서 주로 설명되는 책과 장이 어디인지를 미리 언급해서 읽어올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은 친절한 부분이다. 하지만 루이스의 생애와 그의 작품들을 한 데 엮어 기독교적 교훈을 이끌어 내는 이 책의 구조가, 루이스와 나니아 연대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전개가 큰 무리 없이 이해되겠지만, 그렇지(익숙하지) 않다면 살짝 산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점이 책을 읽어가면서도 주의력을 좀 흩어놓는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내용은 나쁘지 않았만, 구성이 좀 더 분명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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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운 병사들에게 을 수여했다. 그 중에서도 전장에 있는 풀을 엮어서 만들었다는 풀잎관은 혼자서 한 군단급 이상의 부대를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였다. 오늘날에는 머리에 관을 씌워주는 대신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여겨지는 미군 명예훈장은 아마 고대 로마의 풀잎관과 비슷한 영예일 것이다. 영화는 마땅히 명예훈장을 받아야 할 사람이 그렇지 못한 비틀린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그 주인공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 공군항공지원대 소속의 의무병 피츠였다. 당시 미군의 한 부대가 적들의 매복에 걸려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상자를 수송하기 위한 헬기에 타고 있던 피츠는 의무병이 실려올라오는 것을 보고 자신이 내려가 부상당한 의무병의 임무를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뻔히 죽음이 예상되는 그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을 구하고 전사한다.

 

     ​수많은 부대원들이 피츠로 인해 용기와 영감을 얻고, 무엇보다 생명을 구했지만, 왜인지 피츠에게는 최고훈장인 명예훈장이 아닌 낮은 등급의 훈장만이 수여되었다. 생각해 보면 대규모 아군이 큰 피해를 입은 전투는 분명 작전상의 실수나 오판이 개입되어 있을 게 분명했고,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쪽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을 게다. 훈장의 누락은 이 과정에서 매우 고의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

 

 

 

 

     안타깝지만 세상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 같다. 정치적인 이유로 공은 가려지고, 과는 부풀려지기도 한다. 손톱만한 잘못으로 충분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정치적인 공격으로 낙마하기도 하는 모습을 우리는 봐오지 않았던가.

 

     장교로 군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인가 표창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 표창장이라는 게 무슨 큰 훈련을 끝내거나, 아니면 그저 정기적으로 주는 식이어서, 내가 받았던 것들은 같은 병과에서 돌아가며 받는 식이었다. 진급에 아주 작은 점수가 더해지긴 하지만, 단기복무 후 전역할 예정이었던 나는 딱히 받을 필요가 없으니 다른 사람을 주라고 해도, 어차피 한 해에 같은 걸 몇 개를 받든 가점은 더 되지 않는다며 극구 받으라고 해서 받긴 했었다

 

     줄 이유가 없다면 안 주면 그만일 텐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건 또 안 된단다. 상이 남발되면 적절한 공적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고, 그러면 정말로 중요한 자리에 올라야 할 인재들이 묻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겨우 표창장 몇 개를 가지고 진급이 결정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경향들, 말하지 않고 묻어가는 분위기들은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30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당시 부대원들은 피츠에게 명예훈장이 추서되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다. 생각해 보면, 상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주기 위해 노력하는 건, 그만한 공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이다. 명예와 인간의 도리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한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해 헌신과 희생을 한 이들을 마땅히 칭송하는 게 유리할 테니까.

 

 

 

 

    한편으로 영화 속에는 전쟁으로 인한 다양한 부수적 영향들에 관한 이야기도 보인다. 최악의 전투에 참여한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다양한 부대원들의 모습은 전쟁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이들이 아니지만, 군인의 의무에 따라 명령을 수행한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건, 애초에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모순적인 일인지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는 반전운동이 한창이었던 60년대 미국에서, 베트남전에 참가했다가 돌아온 사람들을 향해 보여주던 냉소적인 반응 부분이다. 참전용사 중 한 명의 트라우마는 한 술집에서 그가 겪었던 적대적인 반응에 기인하고 있었다.

 

     물론 베트남전은 미국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비열한 속임수로 시작된 전쟁이었다(하지만 뭐 모든 전쟁이 대개 정략적 목적을 위한 이기적 판단이지 않던가). 하지만 그 전쟁에 참가해 군인으로서의 용기와 이타심, 또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던 이들의 그 행동 자체는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사람들은 이 둘을 혼동하고 있었다. 실은 그들이 조롱하던 그런 자질들로 인해 그들의 삶이 지켜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명예를 받아 합당한 일들에 제대로 된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모든 제복이 경의를 받아야할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는 제복은 지금보다는 더 큰 영예를 얻는 게 맞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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