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좀 다짜고짜 시작한다. 별 하는 일 없이 방구석에서 게임 방송을 하며 소일하는 준우(유아인)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서울시에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졌고, 갑자기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다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감독은 상황은 이미 벌어졌다고 치고, 이제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집중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하지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세팅으로 인해 이야기 전체가 붕 떠버리는 느낌이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주인공 격인 중우에게는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고, 하루하루 지나면서 점차 떨어져가는 식량과, 구조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려가는 과정도 썩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이 부분은 애초에 유아인의 연기도 한 이유인데, 시종일관 뚱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그가 우연히 만난 생존자가 하필 비슷한 또래의 유빈(박신혜)이었고, 그녀의 도움으로 빠져나갈 길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도, 충분한 설명이 없어 좀 생뚱맞아 보인다. 마치 벨트스크롤 게임을 하듯, 수없이 달려드는 몹들을 처리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가끔 중간 보스를 만나고 하는 스타일로 진행될 뿐,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오직 살아야 한다는 생존본능만 보인달까.

 

 

 

 

     사실 비주얼적으로 봐도 딱히 눈에 띄는 장면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비슷한 좀비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들만 연속해서 붙여놓은 느낌. 빛과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급격히 변화를 일으켜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사람으로서의 인식은 모두 사라져버린 좀비들과 숨고, 달리고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

 

     ​남녀 주인공들을 세워두었으니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뭔가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또 그런 쪽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 시간은 겨우 며칠이고, 온통 좀비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다른 게 생각나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일테고.

 

 

 

 

     그닥 인상적인 게 없었던 좀비재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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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하던 곳에서 홈페이지에 게시하기 위한 이미지를 몇 장 만들었는데,

거기 사용된 무료 폰트 몇 개를 가지고,

헤움디자인 쪽에서 저작권 위반이라고 고소를 했더라구요.

(그만 둔지 2년이 되어가는데)


애초에 무료배포 폰트이고, 

관련된 내용으로 상업적 이익을 얻은 게 전혀 없다고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고소를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여기저기 이런 식으로 고소하는 게 그 회사 특기였던 듯.

무슨 보물찾기처럼 고소할 대상을 찾아서 신고하는 이벤트까지 하던..


덕분에 처음으로 검찰청에서 날아온 문자도 받아봤습니다.

스팸문자인가 해서 정말 검찰청에 전화까지 해봤던.. ㅋㅋ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했는데

다행이 결국 각하 처분이 나긴 했습니다.

심란한 며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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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8-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놀라셨겠슴다.
이참에 또 한 번 세상 공부하셨네요.
그래도 각하됐다니 다행입니다.

노란가방 2020-08-06 14:3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별 일이 다 있네요.
그냥 돈을 4백 만원 내든지, 고소당하든지 선택하라는 식이라서
돈 버는 방식 참 고약하다 싶네요.

겨울호랑이 2020-08-0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송이나 분쟁에 휘발리면, 사안의 경중을 떠나 일단 머리부터 아프더군요. 관련해서 경험치가 쌓이면 모를까,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법적 분쟁 자체가 스트레스인 듯 합니다. 길게 진행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

노란가방 2020-08-06 15:3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말이에요..
순간 뭘 해야 하지 싶고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북한의 핵무기를 모두 반출하는 대신 종전협정에 서명하는 북미간의 마지막 회담이 열리던 북한의 한 호텔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북측 최고 존엄을 가장 근거리에서 모시는 호위총국장의 주도로 일어난 사건의 배경에는미국과 일본그리고 중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회담장에 중재자로 참여했던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세 정상이 납치되어 비밀리에 개발한 북한의 핵잠수함 백두호에 감금된 상황에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잠수함 안팎의 노력이 동시에 진행된다.






     같은 스틸레인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내용상 서로 이어진다는 게 아니나남과 북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해석을 말한다전편과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주연인 정우성과 곽도원의 진영이 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떠올라서 재미있었던 부분이다그리고 정우성 같은 대통령이라면(외모와 사고관을 두루 포함해서당장 다음 대선에 나와도 뽑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뭐 잘 생긴 배우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예는 많이 있기도 하니까.)


     영화 외적인 잡설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보면확실히 잘 만든 영화다정치와 외교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을 재미까지 섞어서 이렇게 그려내면 상업 영화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전편이 비밀 작전을 중심에 둔 첩보물의 성격이 좀 더 강했다면이번엔 확실히 외교라는 요소가 들어가서 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여기에 어느 정도 현실 인물들의 성격까지 반영시키면서 몰입감도 높였고.


     중국을 견제하기 원하는 미국은 일본을 대리전으로 몰아넣고자 하지만또 일본은 중국 대신 한국과의 싸움으로 방향을 돌려 자국의 이익을 얻고자 한다여기에 북한의 일부 강성파들이 호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데한미중일의 물고 물리는 입장 차와 정치적실리적 계산을 따라가다 보면오히려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들이 순진해 보일 정도다물론 순치 관계의 혈맹 운운하며 중국이 자신들을 전적으로 지원해줄 것이라는 대책 없는 판단은 처음부터 허깨비 같은 것이었고결국 그 가짜 비전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방향은 다르지만 이 주장과 묘하게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어디선가 잔뜩 본 것 같기도...)






     얼마 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분석해 둔 책을 읽으면서 외교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 적이 있다국내 문제만 두고도 입장이 천지차이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하물며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어디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을까자신이 가진 패를 모두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가의 운명을 가를 판단을 내리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영원한 적도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격언처럼외교는 단순한 기대나 경험으로 적당히 눙칠 수 없는 일이다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일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또 그 복잡한 입장들 사이에서 창의적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한 게 외교라는 게 아닌가 싶다꽉 막힌 관계 속에 있는 지금 가장 필요한 태도도 바로 그런 것일 테고.


     영화 속에서 본 평화협정이 현실에서 체결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물론 어디 기회가 한 번만 있을까애초에 우리의 힘과 의지만으로 될 일이 아니기도 했고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지그리고 이런 노력은 단지 정부의 담당자들만이 아니라좀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영화 속 정우성의 마지막 대사처럼우리는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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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 [영화] 결백

18일 - [영화] 인베이전

19일 - [영화] 침입자

24일 - [책] 유대인의 역사

27일 - [책] 몽골제국의 후예들

30일 -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31일 - [영화] #살아있다



6월 말 했던 발목 수술 덕분에 컨디션이 내내 다운되었던 7월.

두꺼운 책 한 권을 끼고 있었던 덕분에

겨우 두 권밖에 못 봤다.

영화 몇 편으로 빈공간만 조금 채운 정도.

8월에는 좀 회복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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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8-0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목 수술...? 어쩌다...?
그래도 워낙 두꺼워 분권했다면 2, 3권 하지 않았을까요?
참, 서점은 잘 되시나 모르겠네요. 서점 얘기 좀 가끔해 주시지...
아, 발목이 아파서 힘드셨겠어요.

노란가방 2020-08-04 21:09   좋아요 0 | URL
네. 원래도 세 권짜리 책이었으니까요.ㅋ
책방은... ㅠㅠ 잘 안 되네요. ㅋ
그래도 투잡이라 한 쪽에서 벌어서 다른 쪽을 유지시키는 수준입니다.
그나마 혼자라 가능한 경제겠죠. ㅋ
 
몽골제국의 후예들 -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이주엽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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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나라는 어디일까정답은 대영제국이다그러면 그 다음은바로 몽골제국이다근대의 발달한 통신과 교통수단그리고 무기를 통해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대영제국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어떻게 몽골은 그보다 5백 년이나 앞서서 아시아와 동부 유럽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울루스라는 체제가 있었다당연히 그 당시 이렇게 넓은 영토를 중앙집권식으로 다스릴 수는 없었고때문에 각지를 울루스라고 불리는 일종의 하위 영역으로 나누어서 일종의 봉건제 국가로 운영했다시간이 지나면서 각 울루스들의 독자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서로 분화되었고주변 세력들과의 대결을 거치며 하나씩 사라져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비록 새로운 나라로 이름을 바꾸긴 했으나 몽골 제국이 사라진 이후에도 여러 나라들이 몽골을 계승해 왔다고 말한다역사책을 읽다 보면 한 번씩은 접하게 될 이름들인 무굴제국티무르제국오스만제국 같은 나라들까지도 언급되고 있으니 일단 흥미가 생긴다.



     어떤 나라를 후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이전에 존재했던 나라의 백성들이 이후 그 자리에 세워진 나라로 편입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단지 그 정도로 후계국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물론 저자도 단지 그 정도의 주장만을 하는 건 아니다여기에 후계국으로 소개되는 나라들은 상당수가 몽골을 자신들의 전신으로 스스로 주장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인 무굴제국을 보면애초에 무굴이란 몽골이란 뜻의 인도어이었고사실 그 나라의 정식 명칭은 티무르 왕조나 구르칸 왕조라고 불려야 한다고 한다이 제국의 창시자인 바부르는 자신을 칭기즈칸의 후손이라고 자부했다.(관련 삽화만 봐도오늘날 인도인들의 외형과는 사뭇 다른정말 동아시아쪽 외형이 뚜렷한 바부르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 중앙아시아에 수립된 여러 왕조들이 공통적으로 자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그만큼 몽골제국의 영향력이 이 지역에 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중앙아시아에 건설된 여러 후계국들이 곧바로 투르크화된 것으로 생각하지만(지금도 위키백과에는 실제로 그런 식의 서술이 보인다), 저자는 여기에서 당시 투르크라는 명칭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오늘날과는 달랐다는 주장을 한다예컨대 위에서 언급한 무굴제국을 세운 바부르는 투르크인이라는 집단명을 티무르 제국의 일원을 가리키는 것으로만 사용했다는 것(75). 그리고 아예 오늘날과 같은 투르크인의 정체성은 근대 이후에야 발생한 것이고 그 이전에는 내륙아시아 유목민을 좀 더 폭넓게 지칭했다는 주장도 더해진다.(42-43) 그렇다면 이들 계승국가들에서 몽골제국 계승의식은 좀 더 강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오스만제국까지 계승국의 범위를 넓힌 것은 솔직히 약간 무리처럼 느껴진다애초에 오스만 왕조가 일 칸국의 제후국이었고후에 오스만 제국의 제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근의 또 다른 몽골제국 계승국인 크림칸국의 군주가 그 제위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 정도는 충분한 근거라고 보기엔 약하다.


     또위에서 말한 투르크화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해도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현지세력과의 교류를 통해 혈통이라든지문화라든지 현지화가 이루어졌던 면도 아예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무굴제국만 하더라도 몇 대가 지나면서 왕의 외모에서도 더 이상 몽골족의 외형이 사라지기도 했다.


     사실 애초에 계승국이라는 개념을 종주국과 피종주국혹은 문화적 침략의 수단 같은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얼마든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인접국혹은 후계국이 문화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고몽골제국 같은 강한 인상을 남긴 국가들의 영향이 이후 세워진 나라들에 남아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테니까.


     이 외에도 수많은 칸국들에 관한 언급도 약간은 생소하게 느껴졌지만동시에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이제까지 역사라고 하면 보통 서유럽 중심의 역사와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아시아 역사 정도였기에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그 인근 지역(동부 유럽이라든지남아시아라든지)의 역사 쪽은 아는 게 별로 없었다좀 더 폭넓은 독서 욕구를 북돋게 해 준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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