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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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의 일부는 남아 있던 마리우스는 갑자기 소아시아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물론 이건 단순한 여행은 아니었고최근 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상치 않은 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소아시아 북동부의 폰투스 왕국에 미트리다테스라는 이름의 새 왕이 나타나 국력을 기르며 주변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는 여섯 번이나 집정관이 되었지만예언에 따르면(그리고 역사에 따르면아직 한 번의 집정관 기회가 더 남아 있었다.


     이야기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술라는 여전히 음침한 구석이 있지만조금씩 사회적 명망을 얻어가고 있었다여전히 여자와 관련된 스캔들 때문에 최고참의원의 눈 밖에 나서 잠시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수도 담당 법무관이 되고이어서 앞서 마리우스가 느꼈던 의혹이 점점 실현되어 가고 있던 소아시아에서의 문제를 멋진 연극으로 해결해 낸다.

 


     이 번 책에서 작가는 소아시아를 새로운 무대로 삼고 있다정치적으로민족적으로또 혈통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지역의 여러 나라들의 문제는 어느 한 가지 해법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어 보인다재미있는 포인트는나름 계몽된 군주로 보였던 미트리다테스를 만난 마리우스와 술라의 태도인데그들은 수 십 만의 대군을 부릴 수 있는 미트리다테스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일견 로마인들의 자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후반에 술라와 미트리다테스가 직접 만나는 장면에서 그 이유가 설명된다술라의 군대가 도로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미트리다테스는 병사들은 쓰고 버리면 그만인데다가어떤 길이든 있기만 하면 채찍을 써서 병사들을 이동시킬 수 있다.”며 구태여 길을 더 낫게 만들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한다애초에 잘 훈련된 병사들의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이후 원활한 보급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작전을 꾀할 수 있다는 군사적 목적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미트리다테스는 로마를 이길 수 없었다.

 


     또 한 가지는 이 시기 결혼에 관한 부분이다드루수스와 카이피오 집안의 결혼 중 하나(드루수르와 카이피오는 서로의 여동생과 결혼을 했다)는 완전히 망가져버렸다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버지를 대신하는 오빠의 명령으로 카이피오와 원하지 않은 결혼을 했던 리비아는 결국 남편이 없는 사이 불륜관계를 맺다가 발각되어 이혼을 당한다(리비아는 기꺼이 응하고불륜 상대와 결혼해 몇 년간 즐겁게 살다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비단 리비아의 불행한 결혼을 가부장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그 시대 수많은 가정들은 그런 식으로 맺어졌고모두가 리비아의 경우처럼 이혼으로 끝난 건 아니었으니까그보다는 결혼에 대한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을 가졌던 고대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면 좋을 것 같다결혼과 이혼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웠고정치적인 이유로경제적인 이유로 맺어지는 커플에 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사실 결혼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이 생겨나기 이전에는 이런 모습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적이었다결혼에서 그 당사자들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개념은 오롯이 기독교의 산물이다.

 


     이번 권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주제는 로마 시민권이다특히 이탈리아 반도 안에서 살아가는 이탈리아인들은 로마 시민권도그보다 낮은 급의 (투표 참여가 불가능한) ‘라티움 시민권도 갖지 못하고 있었다반면 그들은 전쟁에 나갈 때마다 병력제공을 요구받았고시민권자가 아니기에 세금(직접세)의 부담도 가지고 있었다전쟁에서 이탈리아인들이 전사하는 수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땅은 로마에서 온 돈 많은 귀족들이 차지하는 결과가 반복되면서 이들의 불만은 점점 늘어간다소위 동맹시 전쟁이 일어날 전조가 무르익고 있었다.


     하지만 로마의 귀족들은 이런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자신들이 마치 태초부터 신성한 피를 가지고 태어나기라도 한 양이탈리아인들의 불만을 어이없는 일로 무시해버린다동맹시 전쟁으로 서로간의 엄청난 피해가 생긴 이후에야 비로소 시민권 확대를 생각했으니어느 시대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닌 사람은 소수라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로마의 귀족들이 이탈리아인들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었다는 점에 있었다사업상 매우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만났을 뿐이고이런 사회적 차단벽은 문제 해결을 막는 위험요소였다생각해 보면 이런 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지만.

 


     작가의 글쓰기 방식에 서서히 익숙해지는 듯하다로마 공화정이라는 거대한 고목이 서서히 쓰러지는 과정을 다양한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기술이 훌륭하다마치 드라마를 보듯큰 줄기와 거기에서 뻗어나오는 지류가 교차되면서 지루함도 덜어주고흥미로운 건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한 이 시점이 로마 공화정의 전성기였다는 부분이다전성기 로마는 동시에 쓰려지고 있었다.


     여전히 큰 그림에서의 분석은 부족하지만이게 역사 소설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제 그런 불만은 묻어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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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반지성주의와 성령 충만이 

양립 불가능하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성령은 누구신가그분은 진리의 성령이시다

이 말은 예수님이 그분을 즐겨 묘사하신 표현 중 하나였다.


- 존 스토트살아 있는 교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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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가 만난 그리스도 - 루이스 신학과 신앙의 핵심
박성일 지음 / 두란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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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이름이 왠지 낯이 익다기억을 더듬어 보니 앞서도 루이스에 관한 글을 썼던 저자다올 봄에 읽었던 본향으로의 여정이라는 책그 책은 루이스를 한 명의 신학자로 정의하고그의 신학 전반의 개념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시도를 담고 있었다앞서의 그 책이 일종의 루이스 신학 총론이었다면이번 책은 기독론즉 루이스의 신학작업 중 그리스도에 관한 내용만 따로 떼어서 설명하는 내용이다.


     앞선 책에서도 언급했듯저자가 보는 루이스 신학의 핵심은 초자연주의와 구원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다그리고 이 개념의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있다그러니 루이스의 신학 전반을 살펴본 후 그리스도에 대한 그의 이해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지도 모르겠다.

 


     흥미롭게도 1장은 루이스가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통상의 조직신학 책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인데애초에 루이스는 그런 책을 써본 적도 없고자신의 이야기를 통해또 그가 만들어 낸 이야기들을 통해 이 내용을 진술했으니 이런 식의 접근은 좀 더 루이스(연구서)답긴 하다.


     저자에 따르면 루이스가 그리스도를 만난 것은각종 설화들(다른 책들에서는 자주 신화로 번역된다)의 진정한 실현이 그리스도에게서 나타났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이것만이 진실이고 나머지는 거짓된 신앙과 설화가 아니라(만약 이게 기독교가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루이스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을 것이다), 모든 신화들(그리고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이해할 수 없는 경험들’)이 가리키고 있는 것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그는 그분 앞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책의 2장에서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좀 더 분석적으로 설명한다.

 


     루이스가 활동하던 당시인 20세기 초중반에는 소위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것이 신학계의 유행이었다이 당시의 자유주의 신학은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하게 기존의 신학진술들을 재해석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여겼었고그 근본적인 추동원리는 유물론과 자연주의였다당연히 성경에서 신비로 여겨지는 많은 부분들을 삭제하는 것이 세련된 신학 작업인 양 젠 체하고 있엇다.


     하지만 루이스에게서 우리는 초자연주의라는 중요한 요소를 발견한다루이스는 성육신을 기독교의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물론 이 사건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매우 힘들다대신 루이스는 이를 역사적으로 설명하려는 방법을 취한다더 높은 것이 낮은 자리로 내려온다는 원리는 우리가 이 우주 안에서 수없이 목격하던 현상이라는 것이다성육신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발견한 루이스에게이 개념을 축소시키려는 시도는 기독교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 4장은 대속이라는 주제를 다룬다저자에 따르면루이스의 대속은 형벌의 대속보다는 보상으로서의 의미가 좀 더 강하다그러나 순전한 기독교에서 루이스 자신이 언급했듯그는 대속에 관한 여러 구체적 이론들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해야 정통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중요한 건 그리스도가 어떤 의미로서든 대속적 사역을 감당하셨고우리는 그분이 유일한 중보자임을 신뢰하고 의지해야한다는 것이라는 말이다.

 


     작은 책에들어가야 할 내용을 열심히 담아냈다보통의 조직신학 책과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도 눈에 들어온다다만 한 사람이 만난 그리스도에 관한 생각을 신학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처음부터 일종의 종합을 생각하며 사고하는 것과다양한 저작물들에서 추출해 내서 재구성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내 경우엔루이스의 다양한 저작에서 읽었던 그리스도에 관한 그의 이해를 한 권으로 종합했다는 차원에서의 의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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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도 채 안 걸리는 예식에 온통 혈안이 되어 

평생의 관계를 가꾸는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게리 토마스사랑학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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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 네버랜드 클래식 46
김경미 옮김, 클레어 지퍼트 그림, 루시 모드 몽고메리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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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머리 앤’ 시리즈는 무려 11권이나 된다고 한다.(그 중 마지막 권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가족들이 남은 원고를 바탕으로 출판했다고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이 긴 이야기를 통해 앤이 점점 성장해 중년의 부인이 되는 과정까지를 그려냈다그 중 이 책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전작인 빨간머리 앤에서는 처음 에이번리 마을의 초록지붕 집으로 입양되어 들어와 벌인 꼬마 숙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렸다면이 두 번째 책은 어느 덧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자신이 졸업한 그 에이번리 마을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앤을 볼 수 있다.(하지만 여전히 앤의 나이는 우리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다.)

 


     첫 번째 이야기를 워낙 즐겁게 읽었기 때문에 혹 두 번째 이야기가 앞서의 감상을 망가뜨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무엇보다 순수하면서 날마다 경이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앤의 성격이 자라면서 변해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염려가 컸다하지만 다행이도 여전히 앤은 경이로운 아가씨였다초록 지붕 집으로 처음 입양되었을 때의 조금은 가련한 모습은 이제 다 벗어버렸고나이 어린 쌍둥이 동생들을 듬직하게 돌보고학교에서는 성실한 교사로 노력하고 있지만여전히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죽은 참나무 껍질의 냄새에서 천국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앤은 종종 성급하게 판단하고 일을 저질러 버린다.(아직 고등학생 나이라니까하지만 조금씩 앤도 성장하고 있었다이웃집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의 거침없는 말버릇에 대해서, ‘어떤 게 버릇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따끔하게 충고를 할 줄 도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앤의 성장을 가장 선면하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은이야기의 후반앤이 대학에 가기 위해 사랑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부분이었다미련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그건 확실히 이제 앤이 점점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미련 때문에 더 악화시키곤 한다.

 


     이번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안심되었던 부분은앤의 주변에 조금씩 그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었다앤이 학교에서 가르치던 소년 폴이 그랬고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 만나게 된 라벤더가 또 그랬다이들은 모두 상상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앤은 그들을 만났을 때 즉각적으로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걸 느낀다.


     나이 차를 넘어 진정한 동료를 만났을 때의 기쁨은 C. S. 루이스가 네 가지 사랑에서 언급한 바가 있는데그 중 이런 구절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에게 동일한 관심을 갖고 있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될 때이는 참 경이로운 경험입니다전에는 불분명했던 것이 이제 명확해집니다전에는 얼마쯤 부끄러이 여기던 것을 이제는 대놓고 인정하게 됩니다.”

 

     기차역에서 자신을 데리러 사람이 오지 않을까 염려하던 작은 소녀가이제 자신만의 세계를 점점 넓혀가는 모습이 괜시리 뿌듯하달까대충의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앞으로의 앤의 행보도 계속 응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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