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 - 높아진 자아, 하나님을 거부하다
팀 켈러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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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에도 언급되어 있는 방탕한 선지자란 요나를 가리킨다이 책은 일종의 요나서 강해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전반부(파트 1~3)는 요나서의 각 장을 일정부분씩 나누어 설명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고후반부(파트 4)는 요나서 전체를 두고 세 가지 큰 주제를 뽑아 제시하는 내용이다.


     잘 알려진 설교자이자 목회자인지라책 전반에 걸쳐 잘 구성된 설교 원고를 읽는 느낌이었다서문에도 언급되듯저자는 세 번에 걸쳐 요나서 전체를 강해하며 연속설교를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아마도 그 내용들을 바탕으로 삼아 쓴 게 아닌가 싶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요나서의 핵심은요나가 가진 국수주의적 태도배제와 혐오 등에 관한 비판이다나와 우리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면 그건 죄로도 발전할 수 있는데그 이유는 우리의 하나님이 차별 없이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기 때문이다소아(小我)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하나님의 길로부터 우리를 스스로 떨어뜨리게 만든다.


     저자는 우리가 한 배를 타고 있다고 말한다신자나 비신자나 모두 똑같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교통체증과 대형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이런 면에서 책은 최근 점점 주목받고 있는 공공신학의 한 자락을 담고 있기도 하다.


     최근 강하게 느끼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교회가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거의 훈련받지 못했다는 점이다우리는 지나치게 내부지향적으로만 신앙생활을 해왔던 게 아닐까그래서 달팽이 껍질 같은 얇은 외피가 벗겨지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그런데 흥미로운 건교회는 일찍부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포용하고 함께 묶어내는 데 능했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엔가 중요한 걸 잃어버린 셈이다.


     이 외에도 죄의 특징에 관한 인상적인 묘사들(방사선에 노출된 것과의 유사성)이나요나가 겪었던 폭풍과 같은 사건의 유익스스로를 괜찮은 신자라고 여기는 이들이 성경을 오용하는 방식나아가 정치적 문제를 대하는 입장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곱씹으며 읽을 만한 내용들이 많다.

 


     문장과 개념을 다루는 재능이 있는 저자의 글을 읽는 건 즐겁다(물론 좋은 번역자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베타랑 운전사가 운전하는 편안한 자동차에 올라 타 있는 느낌이랄까더구나 그 운전자가 지금 이 차가 어디로 가야하는지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빠른지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이젠 안심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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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채업자인 두석(성동일)은 몇 십 만원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우발적으로 채무자의 딸인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잡아 온다하지만 처음부터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인지 막상 데려온 승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그러는 동안 채우자였던 승이의 엄마는 불법체류혐의로 강제소환되고덜컥 승이를 맡게 된 두석의 아이 돌보기가 시작된다.


     본성은 악하지 않은 사채업자가 담보로 맡은 어린 아이를 온갖 정성으로 키우려고 애쓴다는있을 법 하지 않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어린 승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의 연기를 보는 맛으로 본다고 하는 게 일반적인 감상인 듯한데정말 찰떡같이 배역에 맞춰 연기를 해 낸다사실 성인 승이 역의 하지원은 그냥 특별출연 정도인 듯한데주연 목록에까지 올라있는 건 홍보용이었을까.

 





     사실 영화의 초반에 벌어지는 사건은 범죄다사유가 어찌됐든 아동 유괴는 그냥 대충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식의 실수나 해프닝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감동 비슷한 감정을 주는 이유는그렇게 만들어진 관계가 결국에는 일종의 가족으로 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결혼과 출산으로 이루어지는 보통의 가족들과는 조금 다르지만함께 먹고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족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도 존재하는 거니까.


     오직 의 자아실현이 인생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숭배되는 시대에나를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행위는 미련해 보일 수도 있다영화의 중심인물인 두석은 그런 인물이다무심한 얼굴로 은근히 챙겨주는 소위 츤데레우연히 맡게 된 어린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뛰는 그의 모습은 자연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누군가의 이웃이 되어주는 일이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혼자 있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온갖 귀찮은 일들에 말려들어가게 될 테니까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게 미덕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영화 속 두석과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뉴스꺼리가 될 정도다요즘엔 이런 일은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데그런 드라마가 여전히 시청률이 나오는 건어쩌면 우리가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예수님은 누가 내 이웃인가라는 질문에, “네가 이웃이 되어 주라고 대답하셨다당시 유대인들은 철저하게 너와 나를 구분하고, ‘우리의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차별을 당연시했다(물론 이건 유대인들만이 아니라 그 시대 일반적인 윤리적 관점이었다). 상대를 이런 저런 기준에 맞춰 구별하고그 틀에 맞지 않으면 배제하고 혐오하는 사회 속에서그분이 제시한 윤리는 매우 색달랐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닌데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어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우리는 이런 사람을 찾지만해답은 우리가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는 게 아닌가 싶다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영화 속 두석처럼 어딘가에서 사그라지지 않고좀 더 많이 칭찬받고 칭송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이다좋은 꽃은 잘 가꿔지는 정원에서 자라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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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혹시라도 내가 하는 말에 독설이라고 섞여 있을까봐

세 살 아기에게 생선 가시를 발라주듯이 

꼼꼼하게 말에서 가시들을 바르기 시작했다.


우석훈매운 인생달달하게 달달하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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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20-11-09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아이에게 생선 가시를 발라내 주듯
말에서 가시를 빼려고 애쓴다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생기는 분별력은 아닐게다.
(우리 주변에서 그 반례를 수없이 볼 수 있으니까.)

부디 이렇게 나이를 먹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좀 더 분명하게 보고,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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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책에서 말하는 개념을 정리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겠다여기서 말하는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은 기본적으로 모두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말한다기업의 가장 주된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는 말그리고 이 두 기업의 차이도 오롯이 시장 평균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느냐가 기준이다무슨 윤리적인 기분을 적용한 건 아니다예컨대 저자가 뽑은 위대한 기업’ 중 하나는 담배회사다.


     사실 위대한 기업이라고 번역된 원문은 단지 great company이다기본적으로는 규모를 가리키는 great이지만저자는 단순히 ‘(규모가 큰대기업이 아니라 적어도 15년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대단한 기업을 가리키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써 놓고 보니 괜찮은 표현인데이 책의 콘셉트를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하자면, “나름 수익을 내는 기업에서 대단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정도가 아닐까?

 


     책은 대단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을 명료하게 정리해 제시한다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단계5의 리더십을 가진 리더다이들은 쉽게 말해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쏟아내면서도자기 자신의 명성이나 과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책임감 없는 리더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무너져 내리는지를 생각해 본다면리더에 대한 강조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두 번째는 이 책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으로사람을 먼저 모아야 한다는 부분이다책의 표현으로 하자면 버스에다 적합한 사람들을 먼저 태우고 나면(부적합한 사람들은 내리게 하고버스는 적절한 곳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흔히 말하는 인사의 중요성을 가리킨다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또 동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가르쳐 일하게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


     세 번째는 분명한 현실 인식 부분이다무조건적인 긍정이 능사는 아니다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 없이 내미는 긍정적 예측은 구성원들을 절망시키기 쉽다이를 위해서 진실이 들려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리더의 눈치를 살피며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되는 회사는 곧 망한다.


     네 번째는 저자가 고슴도치 콘셉트라고 부르는 개념이다여기에는 세 가지 지수가 제안되는데깊은 열정을 가진 일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경제 엔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이 세 가지가 만나는 지점을 파악해 집중하는 것이이런저런 일에 손을 대며 정력을 낭비하는 일보다 낫다는 것의외로 많은 기업들은 정확한 분석이 아닌 허세로 사업을 시작한다.


     다섯 번째는 흥미롭게도 규율에 대한 강조다흔히 회사가 커지면 온갖 종류의 관료제적 절차들과 단지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난다이런 것들은 초기의 창조성과 열정을 사그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저자는 관료제 대신자기 규율적인 문화를 통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쓸 데 없이 낭비되는 요소를 줄이고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건데여기엔 역시 앞서에서도 말한규율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은 기술이다그러나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기업으로 가는 필연적인 단계는 아니었다그것이 우리 기업의 고슴도치 콘셉트에 맞는지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다이와 관련해 저자는 기술이 도약의 발동기가 아니라 가속 페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곱 번째는 축적의 중요성인데어떤 대단한 기업도 단 한 번의 특별한 결정과 판단으로 그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는 통찰이다최소한 몇 년 동안의 지속적인 분투가 쌓일 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생각해 보면 한 방에 뭔가를 이루려는 투기적 심리를 가지고 지속적인 성공을 얻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마지막 장은 그렇게 오른 대단한 기업이라는 자리에 어떻게 오랫동안 머물 수 있을까에 관한 내용이다중요한 건 그 자리에 오르게 해 주는 핵심적인 가치들을 보존하면서변화되어 가는 상황에 끊임없이 적응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의외로 많은 조직들이 과거의 성공에 머문 채 적응을 피하다가 스스로 무너지곤 하니까.

 


     간만에 경제가 아닌 경영에 관한 책을 읽는다사실 경영이라는 분야는 단지 회사를 운영하는 데만 사용되는 게 아니고다양한 조직과 공동체를 관리하고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연구 분야다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해그리고 내가 이끄는 그룹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얼마나 어설프고 형편없는지...


     책의 구성이 명확하고빙빙 돌리는 식의 문장이 아니라 상당히 속도감을 갖고 읽을 수 있다각 장의 말미에는 주요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서 정리도 쉽고주요 개념을 적절한 상징으로 만들어 놓아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예를 들면필요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라든지고슴도치 전략이라든지 하는 것들.


     조직의 발전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을 때 챙겨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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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처음 보는 이름으로 통장에 3만원이 입금되었다. 오늘까지 이틀을 기다려봤지만 별다른 연락이 없다. 아마도 책방 유튜브에 적힌 계좌를 보시고 어떤 분이 후원을 해 주셨나 보다.


화요일 오후에는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계시는 한 분이 근처를 지나는 길이라고 근처 빵집에서 빵을 한아름 사들고 깜짝 방문을 하셨다. 차를 마시면서 한 시간 여 이런저런 대화를. ⠀ 


책방을 연지 이제 만 2년이 되어 간다. 여전히 애초 생각했던 것처럼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이렇게 가끔씩 반응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힘이 된다. 카톡으로 영상들 잘 보고 있다며 감사하다고 기프티콘을 보내주시거나, 계좌로 후원을 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종종 교재 구입 문의도 들어온다. ⠀ 


솔직히 그만 할까 하는 생각도 몇 번인가 들었지만, 이런 분들 때문에 아직 조금 더 도전을 해 보려고 한다. 최근에는 책방을 옮길 새 자리를 찾는 중이다. ⠀ 


여러분  구독 좀 많이 해 주세요!!

(아래 링크 주소, 혹은 유튜브에서 '구름책방'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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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11-0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릭해도 바로 창이 열리지는 않아 링크 복사해갑니다!^^

노란가방 2020-11-05 00:52   좋아요 0 | URL
에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