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실재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술가는 

그가 몸담고 살아가는 창조 세계를 멸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세상이 자신이 해방되어야 할 무엇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화가의 경우라면 사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뒤에서 보게 될 것처럼 

화가는 가능한 한 성실하게 그 사물을 있는 그대로 

베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원할 경우 예술을 추상화하는 자유를 누릴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자유롭게 

그 사물의 사랑스러운 구체적 면모들을 깊이 연구하여 

그것을 포착하여 표현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행동하는 예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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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골드
사이먼 커티스 감독, 헬렌 미렌 외 출연 / 나연미디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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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제가 아시아 지역에서 만행을 저지르고 있던 20세기 초중반유럽에서는 나치에 의한 각종 악행들이 벌어지고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구역질나는 행위는 홀로코스트였다무려 6백 만 명의 유대인들을 학살한 이 반인륜적 사건은 인류역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한 장이라고 할만 했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세기 후반이지만영화의 주인공 마리아(헬렌 미렌)를 따라 60여 년 전 나치 점령 하의 오스트리아로 들어가게 된다사업에 성공해 오스트리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마리아의 가족들은 유대인이었다나치는 처음에는 유대인들에게 모욕을 주었고그들의 재산을 빼앗고나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일을 일으켰다이 과정에서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많은 미술품들도 강탈당했는데우리의 주인공 마리아의 숙모를 그린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우먼 인 골드”)도 그렇게 빼앗기고 만다.


     영화는 남편과 함께 간신히 미국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 마리아가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삼촌이 유산으로 남겨 준 그림들을 되찾기 위해 오스트리아 정부와의 법정 소송에 나서는 이야기다무력을 동원한 병합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이라는 측면에서일제에 대한 강제징용위안부 배상 이슈를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를 보며 눈에 들어오는 요소 중 하나는나치 점령기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조직적인 약탈과 공격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가 오스트리아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있었다는 점이다유대인들에 대한 실제적인 조롱과 린치를 담당한 건 어제까지 이웃으로 살던 오스트리아인들이고미국으로의 도피 과정에서 마리아 부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고발했던 것도 오스트리아인들이었다.(물론 아무 말 없이 그들이 간 곳과 반대쪽을 가리킨 오스트리아인도 있었지만)


     폴 존슨의 책에 따르면실제로 오스트리아인들은 유대인 학살을 지휘한 지휘관들이기도 했다유고슬라비아의 전범 5천 여 명 중 절반이 오스트리아인이었고나치 소속의 유대인 말살부대의 1/3이 오스트리아인이었으며유대인 학살이 이루어진 수용소 6개 중 4곳이 오스트리아인들에 의해 운영되었고희생된 6백 만 명 중 절반이 오스트리아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영화 속 얄미운 이미지들이 꼭 허구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던 거다.(아니 실제는 훨씬 더 잔인했을 수도)


     이런 전력을 가지고 있던 오스트리아인들인지라역사 바로잡기의 일환으로 과거 빼앗긴 예술품들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했다그러나 영화 속에 그려진 것처럼그 프로그램은 다분히 형식적인 요식행위였고실제로 자신의 피해를 증명하고 예술품들을 돌려받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하물며 그게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유명한 작품이라면...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 많은 문화재들이 불법적으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여전히 태반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고당연히 일본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시점을 뒤로 돌리면조선 말 미국이니 영국이니 프랑스니 하는 나라들이 강탈해 간 문화재들도 적지 않다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도 결국 사람에서 시작했다변호사로서의 개인적 성공을 뒤로하고 승리할 확률이 낮은 문화재 환수 소송에 나섰던 쉔베르크(라이언 레이놀즈), 그리고 나치 활동을 한 아버지에 대한 참회의 마음으로랜드와 마리아를 도와주었던 기자 체르닌(다니엘 브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무 연고도 없는 오스트리아에서의 일처리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에게 한 없이 실망하게 되지만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거둘 필요까지는 없다사람은 집단으로만 규정되는 게 아니고개인으로서의 독특성과 독립성도 있으니까어떤 조직이나 지역성별민족에 속해 있다고 해서그를 함부로 규정지으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종종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잔잔하지만 한 번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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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
문승연 지음, 이수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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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전에 봤던 동화책 보다는 글씨의 양이 적고대신 그림이 더 많다작품 자체가 이야기 보다는 이미지 쪽에 더 집중한 느낌인지라 책의 주요 대상도 좀 더 어려 보인다글씨를 몰라도 그림만 보며 책장을 넘길 수 있을 만한.


     대신 색감은 훨씬 다채로운데스토리에 그림과 색칠이라는 소재가 들어가기도 한다엄마가 목욕물을 준비하시는 동안 두 어린 남매가 바디페인팅 물감을 꺼내 서로의 몸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려간다는 이야기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확장시켜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색감의 그림들이 아이들의 시각을 적절히 자극해 줄 수 있을 것 같고그림으로 표현된 상상의 세계가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을 듯하다그 상상의 세계가 눈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도 그려질 수 있었으면 더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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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결사대, 마을을 지켜라 고래뱃속 창작동화 (작은 고래의 바다) 3
박혜선 지음, 정인하 그림 / 고래뱃속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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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이 얼마 전 네 번째 조카를 낳았다벌써 큰 조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어서 골랐다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인데재미있는 발상에 은근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토끼는 마을 주민이라고는 딱 할머니 세 분만 사는 어느 시골 마을 근처에 살고 있는 녀석이다친구들로는 고라니멧돼지비둘기다람쥐가 있는데여느 때처럼 할머니들이 농사짓는 작물들을 마구 헤쳐 먹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계속 이렇게 들짐승들이 농사를 망치면 마을을 떠나야겠다.


     할머니들이 떠나면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된 동물들은 비밀 작전을 통해할머니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도록 만들고자 한다농작물은 특별한 날에만 조금씩 먹고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해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게(?) 해야겠다는 것그렇게 할머니들과 함께 사는 법을 택한 동물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할머니들도 그런 동물들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살게 된다는 이야기.

 


     일단 그림체가 귀엽다비밀결사대 동물들도 그렇고할머니들도 개성 있게 잘 그렸다그림작가에게 박수를갈수록 노령화 되어가는 농촌 문제와자식들이 오기를 바라며 자신의 생일날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준비했지만 결국 친구 할머니들과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숙자네 할머니의 이야기에서는 살짝 찡하기도 하고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토끼의 관점에서 조금은 엉뚱하게 이해하고 서술하지만그게 더 마음이 아픈.


     이야기는 종을 뛰어넘는 공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세상은 인간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조금 더 빨리 기억해야 했다이야기 속 동물들조차 할머니들과 함께 살기 위해 자신들의 탐욕을 절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데우리는 얼마나 더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을 해치며 욕심을 채우려고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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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의 자리로 - 그 나라를 향한 순전한 여정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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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읽었던 기도의 자리로와 함께 나온 책이다기본적으로 앞선 책의 리뷰에 썼던 내용과 비슷한 감상이다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 루이스의 글은 조금 어색하고기존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차이점을 두어야 한다는 출판사와 번역자의 의식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한다.(어느 쪽이 원문을 더 잘 번역했다는 말은 아니다개인적으로 그 정도의 실력은 없다.)

 


     번역에 관한 이슈를 잠깐 미뤄두고 보면역시 루이스는 루이스라는 생각이 든다여러 권의 책들에서 뽑아낸 단편적인 글들이지만금세 그의 논리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이번 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중심으로 모은 글들인데,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가 다른 피조물들과의 관계도 교정한다는 내용을 바큇살과 중심축테두리에 빗대 설명한 순전한 기독교의 한 부분부터 그 비유의 적절함에 감탄하게 된다전쟁의 상황에서도 지적 활동과 미적 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국가나 이념에 대한 과도한 충성이 왜 기독교적이지 못한 지를 능숙하게 설명하는 부분 등도 아주 인상적이다.


     C. S. 루이스는 20세기 전반부를 살다 간 인물이지만그의 글은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그 사유의 깊이는 물론독자와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전달하는 표현력과 문장력까지개인적으로는 20세기에 나타난 교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루이스의 책은 초기 교부들이라고 불리던 분들의 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 책의 바른 용도는 아직 루이스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글을 소개하고나아가 이 책 속에 언급된 원래의 책들을 찾아 읽어보도록 만드는 것일 듯하다이 책이 좋았다면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직접 그 글의 원래 맥락이 무엇이었는지 찾아서 읽고 좀 더 큰 기쁨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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