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에밀 아자르자기 앞의 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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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먼드의 앤 네버랜드 클래식 47
루시 M. 몽고메리 글, 마크 그래함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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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머리 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자신의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서였는지 재잘거림을 쉬지 않으며 초록지붕 집에 도착했던 어린 앤이이번 작품에서는 벌써 대학생활을 시작했다에이번리라는 작은 마을 떠나 레드먼드라는 큰 도시에 나가는 설렘과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쁨을 배경으로어디에 있든 변치 않는 사물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앤의 능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연애라는 소재다. 10대 후반이면 한창 이성을 향한 관심이 폭발할 시기이기도 하고이 책이 쓰였을 당시에는 20대에 접어들면 이제 결혼을 생각하던 시기이기도 했으니까앤은 물론앤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입만 열면 연애와 결혼 이야기들이다.


     마침내 여전히 낭만적인 사랑과 연애를 기대하고 있던 앤이 푹 빠질 만한 로이가 나타난다.(앞서 어린 시절 친구인 길버트의 프러포즈를 거절했다!) 로이의 집은 부유했고그는 시를 써서 보낼 줄 알았고훌륭한 매너를 가지고 있었다심지어 외모까지 훌륭했다그러나 로이에게는 앤이 간절히 바라는 무엇이 없었다그야말로 앤이 바라던 이상형이었지만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앤은 그의 프러포즈를 거절했고결국에는 길버트의 두 번째 청혼을 받아들인다.


     앤과 그의 친구들이 연인과 배우자를 만나는 이야기를 통해작가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그건 화려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재력도 아니고누군가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아니다. C. S. 루이스의 말처럼 연인들을 서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지만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이가 되어야 하니까.

 


     조금은 더 어른스러워진 앤의 모습이 왠지 아쉽다어린 시절의 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일까작가는 이후 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이야기들까지 여러 권의 책들로 썼지만내가 읽은 시공주니어에서는 딱 이 책까지만 출판을 했다앤의 사랑스러움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시기가 여기까지였기 때문일까.


     부디 앤의 앞길에 더 많은 행복한 일들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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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옹호론으로 치자면 기독교인들 이상 가는 것이 없다

그들의 기쁨그들의 확신그들의 온전함이 

기독교를 다시 보게 한다

그러나 기독교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 역시 기독교인들이다

그들이 우울하고 기쁨이 없을 때

그들이 경건을 앞세워 자만과 독선을 보일 때

그들이 편협하고 억압적일 때기독교는 끝도 없이 죽는다.


- 쉘던 베너컨잔인한 자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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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6-12 17:24   좋아요 1 | URL
왜 비밀글이 됐을까 모르겠네요.
잘못 눌렀나봐요^^
더 반갑네요
C.S.Lewis 엄청 좋아하거든요^^

노란가방 2021-06-12 17:29   좋아요 1 | URL
오... 루이스를 좋아하시는 분이군요!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에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루이스에 관련된 영상들을 계속 제작하고 있는데요
시간 되시면 한 번 들어와 주세요~ ^^ (유튜브 ‘구름책방‘입니다)

그레이스 2021-06-12 17:39   좋아요 0 | URL

꼭 보겠습니다
 



부끄러움.


     영화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친일전력을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1985뜬금없이 서로 민족 정론지를 자처하며 상대를 친일 언론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가관이다하지만 감독이 추적해 본 결과일제강점기 두 신문은 누가 더 추하다고 할 것도 없이일왕 내외의 사진을 1면에 실으며 충성을 보여주고일제가 일으킨 동아시아 전쟁에 끌려갈 조선 청년들의 지원을 위해 열성적인 독려를 한다심지어 이름에 조선이 들어간 그 신문은 제호 위에 빨간 색 일장기를 컬러로 인쇄해 박아 넣었을 정도.


     친일 본능은 해방 후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제 친독재 본능으로 색깔을 바꾼다오늘날 북한의 기관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지도자 찬양 기사들로 지면은 가득 채워졌고이에 반발하며 언론의 자유를 외쳤던 기자들은 모두 해직되었다당시 조선일보 사장이 직원들에게 경고하는 유치한 선전포고문은 이 조직의 수장에게 애초부터 언론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


     더 어이가 없는 건이런 역사가 뻔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한 두 신문사 관계자들은 뻔뻔스럽게 자신들의 친일전력을 부인하면서 마치 대단한 언론자유의 투사인 양 행세했다는 점이다이쯤 되면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

 





혼맥.


     영화 중반부감독들은 이 두 신문사와 관련된 인물들이 결혼으로 형성한 혼맥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다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정계와 재계를 막론하고 어지럽게 얽혀 있는 관계도를 좇다 보면언론개혁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지를 금세 깨달을 수 있다.


     이들이 이런 복잡한 관계를 만든 이유는 역시 권력을 얻기 위해서이다언론의 본연은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이지만이들은 스스로 권력이 되기로 작정했던 것이다이들에게서는 제대로 된 생각이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철저하게 정파성을 지닌 의견나아가 앞서 사장들이 국회에 나와서 자기들이 했던 행적을 뻔뻔하게 부인했던 것처럼몇 달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바뀐 논조들을 보는 것도 드물지 않으니...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언론 권력은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다작은 문제를 부풀려 엄청난 일로 만들거나자기들과 한 편인 이들의 문제는 애써 덮어 버린다애초에 일관된 논리 따위는 필요도 없으니 생각할 것도 없이 공장식으로 기사들을 쏟아서 진실을 가린다그리고 그 최종적인 목표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더 키우는 것이고마치 암세포처럼 주변의 세포로 갈 영양소를 빨아들여 혼자만 커지는 것 같달까.


     물론 이 두 신문사들의 모든 기사가 다 엉망인 건 아니다분명 읽어볼 만한 내용도 있고꽤 전문성을 보이는 분야도 존재한다다만 전체적 논조가 그 괜찮은 부분까지 삼켜버릴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문제.

 





폐지수출과 기레기.


     최근 이 신문사들이 ABC협회에 조작된 발행부수를 보고해 광고비를 과다수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그리고 곧 엄청나게 찍어낸 신문들은 실제 유료구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고포장도 뜯지 않은 채 폐지로 수출되기도 한다는 후속 보도도 이어졌고언론사로서 부끄러운 내용들이지만여전히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은 뻔뻔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뭐 이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 같은 건처음부터 구독자들로부터 받은 구독료가 아니라부동산 투기나 광고비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별 의미도 없는 기사뭉치를 그토록 열심히 써댈 수 있었던 것도애초에 좋은 기사를 써서 구독자를 늘려야한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기레기라는 멸칭이 흔하게 들리는 상황은 사회 전체로 볼 때 결코 건강한 모습은 아니다언론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피해를 입는 건 시민들이니까사회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언론들이 다수 존재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가장 좋은 건 이들이 조작과 선동을 중단하고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정파성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사안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도하게 되는 일이겠지만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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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며 기다리는 하나님나라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지음, 전나무 옮김 / 대장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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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하르트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는 않다그런데 이게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은 게이 책의 서문에서 한참을 설명하는 게 블룸하르트가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인물이라는 내용이니까.


     블룸하르트는 독일 출신의 목회자로신유의 은사를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회자가 되었지만특별한 능력만 바라고 모이는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한다이후 목회직을 내려놓고(박탈당하고독일 사회민주당에 가입해 지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가(이 점에서는 네덜란드의 아브라함 카이퍼를 떠오르게도 한다), 첫 번째 임기를 마친 후 재선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세상을 떠났다.

 


     블룸하르트가 평생 강조했던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나라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그의 아버지가 설립한 공동체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서 블룸하르트는 오직 자신들의 위안에만 집중하는 신앙을 보았기에 그곳을 떠났고그가 정당에 가입했던 것도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열일곱 편의 설교문이 실려 있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도 행동이다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삶의 중심을 가 아니라 하나님과 그분의 사역에 두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그의 이런 강력한 사회참여적 메시지는 당연히 종교를 영적인’ 영역에만 두려고 하는 이들의 반발을 불러왔고블룸하르트가 목사직에서 면직되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끔찍한 상황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무력한 종교는 우리를 구원할 수 없을 것”(79)이라고 말한다. “감정적인 체험을 따라다니는 신앙생활”(96)도 그는 경계한다심지어 주님을 진심으로 따르는 자들에겐 실제적인 일들이 너무 많이 맡겨져서 오랫동안 기도한다거나 교회에 앉아 있을 시간조차 없을지도 모른다(97)고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블룸하르트는 하나님나라의 현시를 굳게 믿고 있었던 것 같다블룸하르트에게 그 나라는 먼 훗날혹은 우리가 죽은 뒤에나 맞이하게 될 위안의 상태가 아니고지금 여기에서 체험하고또 그것을 위해 애써야 할 실제적인 것이었다그리고 이 인식은 복음서 속 예수님의 그것과 일치한다여기에 실린 그의 말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면그건 많은 교회들이 얼마나 복음서로부터 멀리까지 떨어져 나왔는지를 생각해 봐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장이 아니라 일복(작업복)’을 입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교회기독교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복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건우리의 길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표지 중 하나인 것 같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쉼과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다그러나 기독교 신앙은 침대에 누워서 잠투정을 부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계획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을 길러내야 한다오늘 우리는 제대로 그 길을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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