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 환율과 금리로 보는
오건영 지음 / 지식노마드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유튜브에서 종종 시청하는 채널의 콘텐츠가 있다요새 많이 유행하는 경제방송을 한다는 채널인데사실 그날그날의 주가 시황이라든지 추세라든지 하는 내용은 별 관심이 없지만그 중에서도 유독 챙겨보는 콘텐츠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오건영이 등장하는 영상들이다


     생긴 건 평범한 동네 아저씨처럼 순한 외모인데일단 설명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가 추임새를 넣기 전에는 쉬지 않을 정도로 줄줄 이야기가 흘러나온다최근에는 칠판에 필기까지 하면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영락없는 일타강사 느낌이다.


     그가 하는 설명은 거시경제와 관련된 조금은 큰 이야기들이다자신은 주식이나 부동산은 잘 모른다고 몇 번이나 겸양의 표현을 하지만(사실 조금 알지도...) 일본의 금융위기유럽 재정위기우리나라의 IMF사태 등등 굵직한 경제위기들의 원인을 딱딱 떨어지게 분석하는 게 저절로 빨려 들어간다.

 


     그의 설명이 매력적인 건이런 식의 위기에 관한 설명에 꼭 따라오기 마련인 음모론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사람이라는 건 은근히 단순해서어떤 위기가 찾아오면 희생양을 만들어서 모든 문제를 지게 하는 간단한 방식에 쉽게 빠지곤 한다


     물론 앞서 언급한 정도의 대규모 경제위기라면그 안에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 개인들이 없을 리는 없지만모든 걸 그런 식으로 몰고가다보면 진짜 이유를 놓치기 쉽고그러면 다가올 또 다른 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오건영은 이 위기들을 분석하는 데 환율과 금리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풀어가려고 한다(다른 이유가 없다는 게 아니다). 요새는 재태크나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 환율이니금리니 하는 것도 뭔지는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 책에서 풀려나오는 이야기들은 이 두 요소가 훨씬 더 큰 효과를 일으키는 나비의 날개짓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에 감탄을 하면서동시에 나랏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툭툭 경제에 관해 던지는 말들이 얼마나 수준이 낮은지가 떠올라 씁쓸했다물론 정치인들이 경제에 관해서 박사가 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너무 한두 가지의 요소를 가지고 전체를 본 양 호들갑을 떤달까뭐 애초에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상대방 공격하는 것 말고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걸 보기 쉽지 않긴 하지만.


     당장 내수 규모가 작아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는 북한처럼 폐쇄적인 경제로 운영할 수 없다필연적으로 개방된 상황에서 다른 경제주제들(국가와 기업들)과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이런 상황에서는 단지 우리 내부의 경제정책을 원칙에 맞게 쓴다고 해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예컨대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에서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안 그랬다간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경기가 하강한다), 중국의 환율이 절하되면 우리나라 수출이 어려워진다사실 국력이 약한(미국에 비해선 안 약한 나라가 없겠지만나라로서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 길을 찾지 않은 채 자존심이니 정당성이니 하는 문제만 가지고 나서다간 꼼짝없이 위기에 몰리고 만다.


     어차피 모든 정치인이나 관료가 경제학의 대가가 되기 어렵다면폭넓은 의견을 듣고 균형감각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이왕이면 이 책의 저자 같은 사람에게 배우면 더 좋을 것 같고.(저자를 청와대 비서관으로~) 적어도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개인적으로는 경제도 경제지만역사에 대한 경제적 분석일종의 경제사로 읽혀서(내가 역사를 좋아한다는 건 아는 사람은 알 거다흥미진진하게 읽었다저자가 쓴 다른 책들도 곧 구해서 읽어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할 수 있는 힘.


영화는 어느 평범한 날 아침 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려는 한 은행원(성규조우진)에게 걸려온 전화로 시작된다전화 속 목소리는 지금 타고 있는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자신의 말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터뜨리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차에서 내리기만 해도 터진다는 위협에 두 아이의 목숨을 건 도박을 하기 어려웠던 성규는 결국 지시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는 대부분 성규의 자동차라는 좁은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콱 막힌 상황을 풀어주는 장치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규가 받고 있는 협박 전화였다협박범은 영화 상영시간 내내 끊임없이 성규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고이건 단순히 돈을 뺏어가겠다는 일반적인 범죄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협박범은 대화를 원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물론 그 방식은 부적절했지만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말 따위는 들어주지 않을 상대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하고 싶을 때하고 싶은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이다그 힘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묻혀버리기 일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협박범처럼 누군가(종종 이 누군가는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한다)의 목숨을 거는 절박한 사람들도 나오곤 한다조금 더 일찍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까.

 





양복 입은 범죄자.


신약성경의 야고보서에는 재미있는 표현이 등장한다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곤 하지만정작 우리를 억압하고 법정으로 끌고 가는 건 부자들이라는 말이다(약 2:6). 영화 속 성규의 직업은 은행원이었다바닷가가 보이는 호화로운 집에비싼 자동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그는 성공한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과 재산은 누군가의 눈물 위에 쌓은 것이었다강도나 도둑이 몇 사람에게서 빼앗은 수 백 만원의 불법적인 수입은양복 입은 사기꾼과 지능범죄자들이 수백수천 명에게서 뽑아낸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악한 재물에 비해 새발의 피 정도에 불과할 때가 많다.(하지만 대개 이쪽은 훨씬 낮은 수준의 처벌로 넘어가곤 한다그나마 사면으로 일찍 풀려나기 일쑤고)






작은 범죄에 엄격하고큰 범죄에 관대한정신 나간 법문화는 결국 사회를 말라죽게 만든다역사를 봐도 한 공동체나 국가가 망할 때는 항상 법집행의 문란함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는 모습이 등장하곤 한다결국 누구도 공동체를 위해 나서지 않게 되고그런 공동체는 작은 위협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값비싼 양복이라는 겉모습에 휘둘리지 않는 정의로운 사법행정은 꿈만 같은 일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달랐다

훨씬 과감했다

그 뻔뻔함은 우리가 알고 있되 헤아리지 못했던 것을 일시에 일깨웠다

바로 우리는 어디에 있든 다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한 데다 

사회정치경제 논리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정신적으로도 서로 얽혀 있다는 것 말이다.


파올로 조르다노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팀 켈러의 일과 영성 - 인간의 일과 하나님의 역사 사이의 줄 잇기
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일상신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학을 신학자들만 하는그들만의 작업이 아니라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날마다 살아가는 현장을 성경적으로 해석하는 일로 바라보려는 (바람직한생각 때문이다그중에서도 은 우리가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고이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이번 책에서도 팀 켈러는 다루려는 주제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설명한다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저자는 일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선함과 유익을 정의하고(1), 이것이 왜 오늘날처럼 변질되었는지를 분석한 후(2), 어떻게 하면 일이 가진 본래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을지를 제안(3)한다창조타락구속이라는 전통적인 기독교 세계관의 틀을 따른 알찬 구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만그 이 갖는 신학적 의미를 제대로 알고 하는 경우는 적은 듯하다그저 밥벌이를 위해서, ‘하는 수 없이’ 매일 무표정한 얼굴로 출근을 하는 사람들로 도로와 전철은 날마다 가득 찬다앞서도 말했듯우리가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의 시간이 그렇게 우리를 소진시키기만 하는 시간이어도 되는 걸까그건 이상한 일이 아닐까?


     저자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여하신 특별한 사명으로서의 일을 강조한다그건 우리에게 맡겨진 하나님의 명령이다인간은 근본적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일이 영혼을 고치는 약이 아니라 영양을 공급하는 밥이라는 지적은 탁월하다매일매일 노동을 통해 무슨 특별한 물리적정서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은가장 온전한 그 나라에서 우리가 얻게 될 참된 만족과 유익즐거움을 제한되게나마 동료 인간들에게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지적도 크게 와 닿는다(이 점은 모든 좋은 열매는 천국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는 C. S. 루이스의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통찰은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자동적으로 이런 선한 목적을 위해 봉사하게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저자는 다른 이들을 섬기도록 하나님이 주신 과업으로 일을 새로이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일상적인 일은 소명이 될 수 없다면서일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적한다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지 못하면우리는 언제까지나 일에 관한 세상적 그림에 따라 노예처럼 매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일에 관한 성경적 비전을 왜곡시키는 다양한 타락의 양상을 지적하는 2부도 꼼꼼히 살펴볼 만하다특히 직업적인 성공에서 구원(자존감과 자부심)을 찾으려” 하는 모습에 관한 지적은 탁월하다흔히 타락하면 떠오르는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와는 달리이쪽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좋은 보수와쾌적한 사무실을 얻는 일이다하지만 이 역시 일에 관한 타락한 비전이라는 것은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결국 이런 잘못된 비전은 우리를 일중독으로 몰아가고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 인간을 부품화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오늘날 노동과 관련된 일 전반에 깔린 인간성 소외현상은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일을 통해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능숙한 사역을 꼽는 부분도 인상적이다일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은 결과는 어찌되었든 의도만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이 아니다직장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웃는 얼굴’ 이상을 보여주어야 하고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비그리스도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만약 그렇지 않다면기독교인들이 가진 자원은 금세 바닥나고 말 것이다)


     다만 일에 관한 바른 비전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방법을 좀 더 담아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책은 이 주제에 관한 신학적 고찰을 잘 정리했지만저자도 언급하듯 무엇인가를 잘 가르친다고 해서 그걸 배운 사람들이 그대로 해 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물론 그 부분을 다루기 위해서는 또 다른 책 한 권이 필요할 것 같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일 [책] 킵차크 칸국

6일 [책] 행동하며 기다리는 하나님나라

7일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

10일 [책] 레드먼드의 앤

16일 [책] 고양이를 버리다

17일 [책] 정통

19일 [영화] 미드웨이

20일 [책] 서점의 일생

22일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23일 [책] 교회 다닌다고 말도 못하고

25일 [영화] 언더 더 스킨

27일 [책] 일과 영성

29일 [영화] 발신제한

30일 [책]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뭔가 혼자 바쁜(벅찬) 요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