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고릴라를 사냥한 건 외국인들이지 현지인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럽 식민주의자들은 고릴라를 지키겠다며 

공원 예정 부지에 살고 있던 현지인들을 쫓아냈다.


- 마이클 셸런버거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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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영화는 블랙 위도우 나타샤의 과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여기엔 그녀의 가족이 있었는데사실 그 가족은 소련에서 보낸 공작원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팀이었던 것작전의 성공 후 구성원들은 뿔뿔이 흩어지지만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타샤와 그녀의 동생 옐레나가 만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이런저런 사연 끝에 부모 역을 하던 두 사람과의 재회도 이루어지면서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어디 가족이라는 게 꼭 한 가지 방식으로만 구성될까인류 역사상 수많은 형태의 가족들이 있었고이들은 단순히 혈연으로만 연결되었던 게 아니었다가짜 가족 따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든 가족이라는 건 그렇게 가볍게 치부되기는 훨씬 묵직한 존재다.


가족이란 나라는 존재의 뿌리근원을 찾는 일과도 관련되어 있다뿌리의 결손은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듯가족은 사람이 앞으로 힘차게 나갈 수 있는 지지기반이 되어 줄 것이다이런 면에서 여기저기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도하는 뉴스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기의식을 가지고 들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 히어로.


온갖 초능력자들와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히어로 영화의 홍수 속에서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는 독특하다특별한 괴력을 지니거나초자연적 능력을 가지지도 못했지만본인의 훈련과 성품으로 마블의 히어로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니까.(이런 면에서 비슷한 위치인 원더우먼과도 좀 다르다.)


블랙 위도우를 단독 주연으로 하고 있는 이번 영화에서도사실 액션보다는 그런 주인공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서사가 중심이 된다로봇이나 초인과 달리 인간은 과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나타샤 역시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의 기억들의 만든 긴 그림자 속에서 복잡한 심정을 보여준다.


최근 자주 보이는 고민하는 히어로를 그리나 싶었는데애초의 의도가 그런 거였다면 빌런 쪽에서 바로 그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어야 했을 듯하지만 의외로 빌런은 허술했고나타샤를 제대로 괴롭히지도 않는다덕분에 뭔가 쾅쾅 터지긴 하는데 그리 긴장감까지는 주지 못한다.




 


안녕.


영화 개봉 전 알려지기로이번 영화를 끝으로 그동안 블랙 위도우 역을 맡았던 스칼렛 요한슨이 마블을 떠난다고 한다사실 히어로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그 와중에 마블 캐릭터들 중 나름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캐릭터가 블랙 위도우여서 그런지 아쉬운 감이 좀 있다뭐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테니...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 못지 않게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도 참 매력적이었다언젠가 요한슨을 다룬 다큐 비슷한 프로그램을 봤는데대학시절 학업도 굉장히 열심히 했던 데다가단순히 얼굴과 몸매로서가 아니라 연기자로서 일을 하고 싶어서 신인 때부터 굉장히 열심히 연습과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마블 영화 속 블랙 위도우처럼 탁월한 하드웨어나 초능력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그 자리에 오른 것 같아서 왠지 응원을 하게 된달까.


그래서 그런지 마블에서의 마지막 영화 속요한슨의 얼굴은 조금 지쳐 보이기도 하다조금은 쉬면서 또 다른 연기인생을 잘 그려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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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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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에 과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그야말로 취향저격이었던 책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고등학생 소년 린타로가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서점에서 말하는 고양이를 만나 신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책 읽는 일 말고는 특별히 잘 하는 게 없는 린타로였지만고양이는 바로 그런 린타로이기에 책을 구하는 이 모험에 적합하다고 설득한다.


     린타로의 모험은 세 차례에 걸쳐 이어지는데그 때마다 각각 책을 오용하는 빌런 같은 인물들을 만난다작가는 이들에게오늘날 독서를 망가뜨리는 세 가지 착각을 투영시킨다무조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전제 아래새로운 책을 읽느라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보지 않는 캐릭터(‘가두는 자’)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캐릭터(‘자르는 자’), 그리고 책을 단순한 상품으로만 여기는 캐릭터(‘팔아치우는 자’)가 그들이다.



     작가는 이들과의 논리 대결을 통해 진정한 독서란 이런 것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내용실제로 작품에는 책을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린타로는 할아버지와 함께 하며 했던 대화들을 자주 떠올리는데이런 내용이 있다.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며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책을 읽으면 집중력이 좋아지고성적에도 도움이 되고무슨 삼십팔년 된 질병이 낫고 하는 식의 기능적 관점과는 조금 다른조금은 감상적인 대답이지만사실 문학이라는 게 그렇게 실용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읽고 쓰는 건 아니니까정확히 말하면 문학이 갖는 효과는 그런 도구로 측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내가 가진 도구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해서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기는 건 어린아이들이나 할 짓이다.


     결국 린타로는 세 차례의 모험을 통해 책들을 구해내는 데 성공하지만현실은 어떤지 모르겠다이런 책이 나와야 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닐지...

 


     또 한편으로 여전히 책과 그것을 읽는 행위를 신비한 일로 연결시키는 관점이 존재한다는 게 흥미롭다오래 전읽고 쓰는 일이 특별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여겨졌던 것처럼사람이 직접 무엇을 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무제한적인 위임이 확산되어가는 이 시대에도 다시 한 번 읽기는 특별한 능력으로 인정받게 될까.


     읽기 능력의 쇠퇴는 필연적으로 이해의 부족을 낳고그건 책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소통에도 장애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오늘날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분열되고다투고충돌하는 이유도 어쩌면 이런 사회적 자폐증상이 확산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읽기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따로 왕도가 없다는 점이다마치 운동처럼그저 매일매일 읽어가는 게더 잘 읽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지속적으로 근육에 자극을 주고피곤할 때까지 달리고걷고당기고미는 것 말고는 근육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보조제는 말 그대로 보조적’ 역할일 뿐이다).

 


     자책을 구하러 가자그건 당신이 오늘 책 한 권을 열어탐험하려는 마음을 가지고조금씩 읽어나가는 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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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7-26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의 독서에 관한 말이 너무 와닿는데요!?
˝똑같은 문장을 몇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며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
너무 공감해요~♡

노란가방 2021-07-26 11:21   좋아요 1 | URL
네. 그렇죠? ^^ 책을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세 마음에 와 닿는 그런 이야기..
 
마침내 시인이 온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김순현 옮김 / 성서유니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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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터 브루그만의 책을 몇 권 읽다 보니그의 책이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것을 깨달았다하나는 바로 직전에 읽었던 또 다른 책인 완전한 풍요처럼 조금은 대중적인 독자를 염두하고 쓴 책이고또 다른 한 종류는 이 책처럼 조금 더 학문적인 배경을 지닌 독자를 위해 쓴 책이다물론 모든 책이 명쾌하게 이 구분에 따라 나뉘는 건 아니지만당연히 후자 쪽이 조금 더 읽기에 까다롭다.

 


     이 조금은 현학적인 문장으로 가득 차 있는 책에서 저자는 설교자들에게 시인이 되라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요청한다여기서 말하는 (시의 반대말인) ‘산문이란 판에 박힌 공식들로 체계화된 세계를 말하고, ‘는 도약하는 언어기습과 마찰과 속도로 낡은 세계를 깨뜨려 여는 언어를 가리킨다조금 쉽게 말하면체제 순응적인 설교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그저 피상적 위안과 순종만을 요구하는 그런 말들 대신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와 체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그것이 일으킨 결손을 채워줄 수 있는 설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와 산문이라는 메타포를 조금 더 생각해 보자우리는 시에서 평소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만한 이상한 논리조금은 과장스럽게 드러내는 현실에 관한 인식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도약 등을 볼 수 있다저자는 우리의 설교에서 이런 성격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마치 무슨 계산 공식처럼 하나님과 그분의 뜻을 이해하려고 할 때가 많다(특히 보수적인 쪽에서). 문제는 이렇게 될 때마치 우리가 하나님을 모두 아는 것처럼 생각해 버리기 십상이라는 점이다몇 줄의 교리로 모든 것이 요약되는 신앙여기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 책에서 아주 새로운 교리를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니다오히려 죄와 그 속죄소외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교적 공동체로서의 교회안식일과 희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삶의 원리에 대한 복종(이 점은 저자의 다른 책인 안식일은 저항이다에서 좀 더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세상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과 그로 인한 진정한 자유 같은 전통적인 주제들을 되살린다.


     때문에 어떻게 읽으면 그냥 익숙한 내용들을 조금 어려운 말과 표현으로 써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저자의 말처럼이런 교리들을 건조한 산문으로 써 놓으면 금세 그것은 우리의 실제 삶으로부터 유리된다소위 정통주의자들이 빠졌던 함정에 그대로 따라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당연한 한 문장을 듣는 이들의 삶과 엮어내 생생한 그림으로 보여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설교라는 매우 실천적인 분야에 관해 말하고 있지만여타의 설교학 교과서처럼 명확한 지침을 담고 있지 않다그리고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설교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회중이 그런 설교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이 시처럼 자유자재로 변하는 문장들 속에서어떤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어스름하게 빛을 볼 수 있을 뿐이다뭐 시에서는 그 정도면 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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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3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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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책의 주인공은 단연 술라다소시오패스끼가 다분한 술라라는 인물은마침내 로마의 집정관이라는 자리에 올랐고이탈리아 동맹시들과의 전쟁이 마무리되어 가던 무렵소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폰토스 왕국의 미트리다테스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몰고 나서기 직전이었다그러나 술피키우스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자신을 지지하는 군대를 몰고 로마로 진격해 반대파들을 학살하고 권력을 장악한다.


     사실 이 당시 로마는 군대가 없는 도시였다고대의 여러 도시들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또는 최고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성벽을 높이 쌓고 무장병력을 가까이에 두었던 것과는 달랐다그건 역설적으로 로마라는 도시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군대가 없어도 누구도 쳐들어올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런 상황을 깨뜨린 것이 바로 술라다그는 최초로 군대를 몰고 수도로 진격한일종의 쿠데타를 일으킨 인물이었고로마는 외적이 아닌 동족의 칼날에 의해 피로 물들었다사실 사람들은 술라가 오랜 금기를 깨고(관례에 따르면 로마의 신성경계선 밖에서 무장을 해제하고 난 후에야 로마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그런 짓을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고이는 그의 친위쿠데타(그는 현직 집정관 신분이었다)가 쉽게 성공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 벽이 무너지고 깨져버리면이후에는 같은 일을 하는 데 문턱이 훨씬 낮아져 버린다술라의 쿠데타는 곧 밀려났던 마리우스의 역쿠데타를 불러왔고조금 뒤에는 그 유명한 카이사르의 쿠데타로 이어진다힘과 공포로 세워진 질서는 그만큼 허약해서 깨지기도 쉬었던 탓이다술라는 아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 귀족파인 술라와 민중파인 마리우스의 대립구조를 명확히 그린다그러나 이 책의 작가인 콜린 매컬로는 두 세력의 성격을 그렇게 분명하게 나누지 않는다오히려 술라를 도발하는 계기가 된 술피키우스라는 인물은 극렬 보수주의자였고그가 술라를 견제하려 했던 이유는 직전에 벌어진 동맹시 전쟁의 참상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었다고 묘사한다.


     책에는 술피키우스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구절이 있다. “술피키우스가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했기 때문에 수많은 이탈리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그가 현재의 체제가 갖는 정당성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인데이런 점에서 꽤나 휴머니스트에 가깝다목적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중요하지 않은 목숨들을 희생시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게 고대의 사고방식이었으니까.


     결국 작가는 이 사건을 목적지향의 술라와 인간의 중요성을 자각한 술피키우스 사이의 가치관의 충돌로 묘사했던 것 같다흥미로운 해석인데덕분에 술라의 반대편의 중심인물 중 하나였던 마리우스의 자리가 애매해져버렸다결국 이번 권에서 그는 일곱 번째 집정관에 대한 예언에 집착하는 노망난 늙은이로 그려진다.

 


     책은 그렇게 폭도들과 함께 권력을 잡은 마리우스가 며칠 만에 세상을 뜨는 데서 끝난다역사라는 이름의 스포일러는 이제 돌아온 술라에 의한 또 한 번의 피의 숙청을 예고하는데이 이야기가 또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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