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애슐리 도슨 지음,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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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하루에도 100여 종의 생명체가 멸종되고 있다고 말한다이게 정확한 수치일까 의심부터 든다일 년이면 36,500종의 생물이 멸종된다는 얘기고, 10년이면 어림잡아 36만 종이 멸종된다는 말이다이런 속도로 멸종하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종이 곧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러면 지구상에 총 몇 종의 생물이 있을까찾아보니 보고된 것만 150만 종이라고 한다그러면 정말 큰 일 아닌가? 5년 후에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이 사라진다는 말이니까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라아직 발견(보고)되지 않은 게 최소 1000만 종에서 많게는 1억 종까지 있을 거라는 추정이다그러면 지구상의 모든 종이 멸종할 때까지 최소 300년에서 3천 년 정도가 걸린다물론 지금처럼 하루에 100종씩 멸종을 계속하고새로운 종이 만들어지지(분류되거나 발견되지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이 별 거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하루에 100종이라니... 그래도 엄청난 수가 아닌가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든다그렇게 많은 수가 멸종하는데왜 우리는 그걸 실감하지 못할까.


     첫 번째 가능한 이론은 멸종되는 생물이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만 살고 있다는 것이다오늘날처럼 전 세계가 이어져있고정보가 공개되는 시대에 좀처럼 가능할 것 같지 않다또 하나의 이론이 있어야 하는데그 이라는 게 매우 미시적인 구분으로애초에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환경에만 적응 가능했던 소규모 무리혹은 매우 작은 특징으로 나뉘는 학문적 성격의 구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아마도 진실은 두 번째 이론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매일 100종이 넘게 멸종된다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 확실히 위기감을 안겨주지만그 말을 들었을 대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런 그림과 실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좁은 범위에 사는 적은 수의 개체 종들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다만 만약 앞서 한 추정이 옳다면그 적은 수의 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복잡하거나(각각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하니최소한 하루에 100개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아주 단순하다(지금부터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모두 중단하면 된다).


     그러나 어느 쪽에 생각하는 일에 비해실천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1년에 36만 개 종을 보호하는 계획을 실현하는 건 너무 복잡해 보이고(이 정도로 민감한 종들이라면 하나를 보호하기 위한 어느 행동으로 인해 다른 둘이 멸종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장에 우리의 삶을 중단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저자는 내가 보기에 이 두 번째 방법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다책은 이 대규모 멸종의 원인으로 인간을문명을제국을그리고 나중엔 자본주의를 지목한다지나치게 단순한 도식이 실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반영하는지도 모르겠고문제의 원인을 이렇게 지목하면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진다.


     당장에 문명을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고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급격한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통해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문명의 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당연히 이 계획에 얼마나 동참할지 모르겠다우리가 자동차를스마트폰을인터넷망을 포기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반자본주의 운동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지는 의심스럽다환경을 파괴하는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재정을 내서 남반구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결론부에 위치해 있지만어떻게 그 재정을 분배할 것이고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어떻게 선진국들로부터 그 재원을 얻어낼지는 불분명하다당장에 저개발국가들에서 코로나로 매일 수만 명씩 쓰러져 죽어가지만 선진국들은 백신을 독점한 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 아닌가.


     심지어 그렇게 해도 앞서 말한 하루 100종의 멸종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사실 멸종되어가는 100종에 관한 이야기는 책의 중후반으로 가면 더 이상 등장하지도 않는다.(저자도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이야기를 이 리뷰 초반에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물론 대책이 있어야 비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너무 큰 이야기도식적이기만 한 구조비판에 매몰되다보면 외곬만 보이게 되고타협과 협상의 여지가 사라진다당연히 실제적 문제해결로부터도 멀어질 테고그리고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반자본주의 운동이란 듣기만 해도 좀 무시무시하지 않은가이 반자본주의 운동이 하루에 몇 개의 종의 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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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학 애호가는 

어떤 면에서는 정직한 채점관과도 같아야 합니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견해라도 

설득력 있고 적절하고 충분한 근거를 갖춰서 설명하면 

최고점을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C. S. 루이스오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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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2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제목, 내용 다 끌리네요
C.S.Lewis 많이 읽었는데 끊임없이 출간되네요^^

장바구니로,,,

노란가방 2021-09-25 21:25   좋아요 1 | URL
슬프게도.. 이제 어지간히 나올 책은 나온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글들이랑, 전공과 관련된 학술적인 글들이 좀 남았다는데...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예약되었던 코로나 백신을 맞고 왔습니다.

부작용에 관한 기자들의 공포조작이야 별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접종 부위의 근육통에 관한 증언들(?)이 어느 정도나 사실일까 싶었는데..

접종 이틀째인 오늘.. 완전 어깨가 얼얼해지네요.ㅋㅋ


종일 타이레놀을 사탕 까먹듯 시간 맞춰 먹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통증이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뭐 그래도 정신은 온전해서 일은 할 수 있어 다행이랄까요.


다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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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24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걱정입니다. 저도 어머니를 비롯해 주위에 2차 접종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
아프다고 하더군요.
저는 백신 모자랄 때 6주 후로 늦어진 바람에 10월 초에 2차 맞는데 가능하다면
다음 주로 땡겨 볼까 생각중인데 아프다니까 좀 심난합니다.
모쪼록 무탈하시길...^^

노란가방 2021-09-24 20:4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전 2차 접종이 11월 초라서요..
정말 심한 분은 팔도 못 들 지경이라고 하던데
전 그래도 설거지, 샤워 정도는 할 수 있으니 다행이랄까요. ㅋ

얄라알라 2021-09-2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우...통증이 상당하신가봅니다. 빨리 지나가고 어서 컨디션 회복하시기를..

노란가방 2021-09-25 07:17   좋아요 0 | URL
타이레놀을 연신 먹고 있는데도 통증이 남아있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2021-09-25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5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 많은 판다 - 교회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단상
최대위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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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웹툰이라는 장르도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이 책 역시 그런 웹툰을 책으로 엮는 건데그 주요 플랫폼 중 하나인 애끌툰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기독교 웹툰은 기독교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좋은 영역이니 관심이 있는 분이 적극적인 후원을 하면 좋을 듯하다.


     돌아보니 에끌툰 출신의 단행본(이 플랫폼에 올라온 웹툰을 책으로 엮은 것)을 벌써 몇 권 본적이 있다. “의인을 찾아서”, “창조론 연대기”,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있었고이번 책 생각 많은 판다가 네 번째 인듯하다모두 어느 정도 읽으며 생각할 만한 꺼리를 던져주는 책들이었다.


     ‘기독교 웹툰이라고 해서 기독교를 옹호하는 웹툰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꼭 그렇지만은 않다오히려 위에 언급한 책들은 기독교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들문제점을 드러내고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였으니까만화라는 특성상 이야기를 깊고 자세히 풀어놓기 어렵고때로 과장스러운 부분도 있지만그 안에 담긴 지적들은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들이다.

 


     이 책은 판다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와 그 친구들이 교회와 관련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짧은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책이다비단 이야기 속 주인공들만이 아니라 실제 삶에도 교회에 가기가 싫은혹은 불편한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요즘에는 가나안 교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이들은 교회에서 이런 저런 상처들을 입고 나와 있는’, 하지만 신앙을 버리지는 않는 이들을 가리킨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이 책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지목되는 건교회에 속한 이들의 무신경한 말들다른 이들의 아픔에 대한 무감각한 반응들이다쉽게 말해 교회에 가면 편안하게 대화할 사람도 없고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범죄에 관한 뉴스들사회적 책임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그리고 지나친 원리주의로 인한 답정너’ 식의 경직된 태도 등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모두 곱씹어 볼만한 지적들이다. “언젠가 사람들이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상처받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책 속 대사가 인상적이다.

 


     다만 언제나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는 명제는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교회에 그 안에 속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고그들이 원하는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주기만 하면 될까책 속 또 한 이야기 가운데는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는 건 목사가 아니라 어릿광대가 아니냐는 힐문이 실려 있기도 하다사람들이 위로를 원해서 교회에서 그런 메시지를 주라는 말을 하고 있지 않았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라고 촉구하는 목소리에 따라서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느 누군가는 이런저런 상처를 또 입기 마련이다자신이 익숙하고괜찮다고 생각하던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드러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니까사실 요새 많은 교회들에서 권징의 기능이 사라진 지 오래다잘못을 잘못이라고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일 자체에 불쾌감을 느끼고 교회를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 훨씬 사소한 일로도 상처받았다며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개인적으로는 이 상처받았다는 말이 참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생각한다직분자 선거에서 떨어져 안수집사가 되지 못했다고장로가 되지 못했다고 일가족이 교회를 옮기는 이야기는 이제 드물지도 않다요새는 그냥 기분 나쁘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

 


     요컨대 문제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만 다루려고 하면한도끝도 없다는 말이다하루는 이쪽하루는 저쪽에 서야할 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런 우려가 있다고 해도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일의 중요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늘날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듣기는 적게 듣고말은 많이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이건 야고보의 조언(약 1:19)과 정 반대되는 모습인데오늘 교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여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여러 사람이 같이 보고그 이후 함께 이야기 해 보면 좋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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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2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책이 있었군요. 유명한가 본데 이렇게 시야가 좁아서야...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렇죠. 상처가 아니라 기분 나쁘다는 거죠. 이래저래 교회 다니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ㅠ

노란가방 2021-09-24 19:25   좋아요 0 | URL
많이 유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ㅎ
근데 한 번 읽어볼 만 한 것 같네요. 작가의 지적이 아프면서도 수긍되는 면이 많거든요.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사막 일기
손원호 지음 / 부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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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이집트에서의 보낸 반 년 동안의 어학연수가 계기가 되어중동의 아랍계 국가 여러 곳들 다니며 일하고공부하며 겪었던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아랍세계에도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당연히 외교관들도 상주하고 있다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는 말이다일이라는 게 이렇게 풀려나가는 건지덕분에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에서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머물 수 있었다.


     일단 책 전체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랍문명과 아랍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묻어나오니까물론 이런 경우 자칫 대상에 대해 균형감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지만사실 이런 이야기가 읽기엔 재미가 있다.

 


     책은 나라에 따라 다섯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아마도 작가가 경험한 시간적 순서를 따른 것 같은데가장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는 역시 어학연수를 다녀왔던 이집트였고예맨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아랍에미리트연합의 순서로 소개된다각각의 국가가 가지고 있는 역사에 관한 간략한 서술과 그 나라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여러 에피소드문화적 특성 등을 짧은 에피소드로 연결해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역사와 문화 부분이 흥미로웠다물론 단순한 정보야 인터넷 검색으로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지만직접 그 땅에서 살면서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얻은 인상과 느낌그리고 개인적인 일화들은 다른 데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우리에겐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이는 사막의 민족들도각각 전혀 다른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의 문장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그가 가지고 있는 열린 마음이다책에도 몇 번씩 언급되어 있지만작가 자신은 기독교인이지만무슬림들이 대다수인 지역에서 그들과 이웃으로 살아가며 인간적인 교류를 갖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테러로 인한 두려움이 짙게 묻어나기도 하지만그게 대다수의 아랍인 이웃들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굳이 말이나 글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강하게 엿보인다.

 


     일단 글이 편해서 좋다젠체하거나 과장된 수사를 사용하지 않고담백한 사실 기술과 그에 대한 느낌이 적혀 있다특히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현대의 아랍세계에 관한 인상은 확실히 볼 만한 게 많다


     다만 47페이지에 실려 있는 ‘70인역에 관한 진술은 그게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되어있으나이 이야기는 오늘날 보수적인 신학자들도 딱히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는 유대 전설일 뿐이다, 110쪽의 나바테아인들의 무역품 중 하나로 언급된 유황은 유향을 잘못 쓴 게 아닌가 싶다.


     아랍 5개국의 역사와 문화그들의 오늘날에 관한 교양을 쌓기에는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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