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찻집 소원우리숲그림책 8
박종진 지음, 설찌 그림 / 소원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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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동화책이다.(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서 고른 건... 맞다찻잔을 들고 있는 넓적한 얼굴의 고양이가 표지를 채우고그 고양이가 쓰고 있는 중절모의 한쪽으로 찻주전자를 들고 있는 할아버지가 빼꼼이 나와 있다.


동화의 내용은 은퇴를 한 할아버지가 차린 찻집에 방문한 한 고양이로 시작한다할아버지는 고양이에게 내어줄만한 차를 대접하지만 고양이는 쳐다만 보다가 그냥 가버린다돌아가는 고양이에게 내일 다시 오면 마음에 드는 차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한 할아버지다음 날 정말로 그 고양이가 다시 찾아오지만 이번에고 손님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그렇게 몇 번이나 고양이가 마음에 들 만한 차를 연구하고 개발했던 할아버지는마침내 뜨겁지 않게 식힌 데다가 고양이가 좋아하는 향을 섞은 차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이후로 동네의 온갖 고양이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이 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동화답게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이야기는 전개된다하지만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대화하는 완전한 우화 형식은 아니다고양이들은 정말 야옹이라고만 울고기분이 좋으면 갸르릉 거리기만 할 뿐이다물론 고양이가 찻집에 들어와서 차를 마신다는 설정 자체가 우화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이건 일종의 상징적인 묘사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그러니까 찻집에 고양이가 찾아와서 할아버지가 고양이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식으로.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의외로 고양이가 아니라할아버지다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고양이를 우연히 만나그 표정과 움직임을 세밀히 살피면서 고양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나와는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상대방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걸 내 위주로만 이해하는 사람을 요새 꼰대라고 부르는데이 꼰대들이 가장 못 하는 일이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일이다.


또 하나는 나이를 먹어 은퇴하게 되었다고 해도자신이 가장 잘 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열심히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게 될 거라는 점조금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누군가에겐 이런 종류의 희망도 소중할 수 있으니까.

 


내용만이 아니라 고양이 그림도 재미있다차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도찻잔 안에 들어가서 온갖 일을 하는 모습도 모두 예쁘다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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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장자 - 길 잃은 세상에서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다
장자 지음, 조현숙 엮고 옮김 / 책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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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인간들의 사상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시기이기도 했다우리가 잘 아는 공자니 맹자니 하는 인물들이 모두 이 시기를 배경으로 활동했다이른바 제자백가 시대다이들은 하나의 학문적 전통을 형성해서 유가나 법가 같은 후대에도 널리 알려진 학파를 이루었고근래엔 묵가나 명가 같은 조금 덜 알려진 부분도 제법 언급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도가다노자와 장자로부터 시작된 이 사상은 자기를 비우고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순리를 따르는 삶을 중요하게 여긴 사상이다조금은 현실 도피적 경향으로 보이지만(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어차피 육신을 가진 인간이 현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니 결국 이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덜 집착하고자기만족의 삶을 살 수 있는지가 주가 될 수밖에 없다.


이후에도 이 도가 사상후에는 도교로 발전한 민간 신앙으로서의 도가는 은근 중국 민중 문화에 깊게 영향을 주었다불교나 유교가 국가적인 종교사상 체제와 합쳐져서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면반대로 도가는 대체로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다물론 도교가 되면 지극히 현실중심적인 기복신앙화 되는 면도 있지만.

 


이 책은 그 도가 사상을 종합한 책인 장자’(도가 사상가인 그 인물과 이름이 같다)의 일부를 발췌 편집해 읽기 쉽게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참고로 장자는 크게 내편외편잡편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내편을 장자가 쓰거나 말한 것을 모았고나머지는 그 제자들과 계승자들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근엔 그 내편 중에서도 일부만 장자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기록된 것으로 본다고 하는데어찌되었든 도가 사상의 핵심적인 책이라고 할 만.


처음엔 그냥 호기심에 빼본 책이었는데의외로 금세 빠져들게 만든다우선은 편집자가 장자’ 중에서도 독자가 관심을 가질 것 같은 내용들을 위주로 뽑아서 모아두었기 때문일 것이다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고여러 책들로부터 뽑은 내용을 순서에 구애받지 않게 주제별로 과감히 모았다예컨대 이 책에 실린 장자의 첫 번째 구절은 이렇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죽는 것입니다.” ~


물론 편집을 잘했다고 다 재미가 있는 건 아닐 터조금은 현실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내 성향과도 어느 정도 맞는 면이 있기 때문에 글이 더 와 닿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여기저기 북다트로 표시를 해 가며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으니까.

 

편집자가 나름 순서를 정해 항목을 배열했지만꼭 거기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그저 아무 데나 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찾아 읽고 생각해 보면 충분할 일형식이나 허례를 멀리하려 했던 장자의 생각에 그게 더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자기 위로를 위한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뭔가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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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와 침묵의 관계는 도외시되어온 주제다

우리가 교회의 전도 사역에 깊이 관심을 두고 있으면 

신실하게 말하는 일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신실한 침묵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야 할지 모른다

…… 

신실함을 위해서 우리가 유지해야 하는 이러한 고통스러운 침묵들

전략적인 침묵들은 그것들 자체로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받으신 분의 

대의를 위해 봉사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위임받으셨던 메시지의 신비를 훼손하지 않으시려고

말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필요로 하셨다.


리처드 J. 마우톱밥 향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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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카오스, 그리스도교 - 종교와 과학에 관한 질문들 비아 시선들
존 폴킹혼 지음, 우종학 옮김 / 비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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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존 폴킹혼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와 비슷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맥그래스가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학과 신학을 공부해 과학과 신학의 조화를 시도했다면폴킹혼은 케임브릿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후 신학을 공부해 성공회 사제로 몇 달 전 생을 마친 인물이다역히 과학과 신학 사이의 대립을 완화시키고 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 책도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 쓰였다저자는 과학은 사실을종교는 의견을 다룬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오해임을 밝히면서둘 모두 사실이 무엇인지를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다만 두 학문은 서로 묻는 내용이 다를 뿐이다과학은 어떻게를 묻고신학은 를 묻는다과학은 신학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신학은 과학의 대답을 검증할 도구가 없다.


폴킹혼은 우주가 수학적으로 이해가능하다는즉 우주의 합리성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한다우주가 오늘날의 형태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조건들이 정교하게 조율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물론 이 점이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우주가 창조되었다는 걸 가정한다면 그 증거라고 볼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단순히 화학물질의 조합이 아니다(이런 저급한 환원주의는 그걸 주장하는 사람 자신도 설득하지 못한다). 전체는 부분으로 구성되지만부분의 합을 넘어선다인간은 훨씬 더 깊은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저자는 창조주의 의지와 본성에 관한 종교의 설명이 그런 다양한 인간 경험들의 이면을 통합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의 후반에는 기도와 기적종말에 관한 합리적(과학자로서의)인 관점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물리적 세계의 열려 있음을 통해 기도의 효과를 설명하거나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주는 자연법칙과 기적의 이론적 조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으니 읽어볼 만하다.

 


작지만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제대로 집중해 쓰인 책이라 집중력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종종 C. S. 루이스의 글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특히 기적을 다루는 부분이라든지 기도에 관한 설명우주적 차원에서 신의 존재를 검토하는 방식 등은 루이스의 몇몇 책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저자의 우주 이해는 보수적인 신학과는 차이가 있다. 140억년의 진화과정을 인정하는 일보다, 6일 동안의 창조를 믿는 게 어떤 이들에게는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하니까하지만 그 때문에 대화를 포기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일이 아닐까 싶다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을 가지고충분히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는 일일 테니까.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몇 권 나와 있지만이쪽이 훨씬 짧고 간결하다물론 맥그래스의 책은 또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으니까 이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모두 찾아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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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세대에게서 볼 수 있는 반민주적인 성향은 

어떤 점에서는 자신들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을 이끌 수 있고 이끌어야 한다는.


- 하승우신분피라미드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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