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회라 부르는 곳이 

실제로는 우정으로 얽힌 패거리일 때가 많다

목회자들은 자기 몫의 아나니아와 삽비라에게 설교하기 보다는 

그들을 만족시켜 주는 일에 몰두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사람을 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고립시켜 버리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너는 나의 삶에 개입하지 말라

그러면 나도 너의 삶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 스탠리 하우어워스윌리엄 윌리몬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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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5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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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유명한 책이었는데그동안 이름만 듣다가 이제야 손에 들었다미국-멕시코 전쟁에 반대해 세금(인두세)납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감되기도 하고이후 시민불복종이라는 책까지 내기도 했다는 소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 알고 있었고그가 월든이라는 호숫가에 직접 집을 짓고 살아가면서 쓴 책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것까지가 선지식의 전부였다.


책은 열여덟 개의 에세이 모음집이었다하나하나가 단편이기도 하면서모두 월든 호숫가에서의 삶을 그리는 다른 시각들을 담고 있다물론 내용적으로는 서로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제목을 보지 않고 읽다보면 같은 얘기가 쭉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면은 강한 자연주의적 태도이다책 전반에 걸쳐 매우 상세하게 자연을 묘사하면서(이 부분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길다), 사람들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비판한다예컨대 한 에피소드에서는 근처의 땅 위에서 벌어지는 개미들의 싸움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이 때 비판의 중심은 지나친 탐욕과 그로 인한 파괴자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모습들인데또 그렇다고 모든 종류의 개발을 반대하는 건 아닌 게철도와 같은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문명이 들어오는 것엔 또 적극 찬성하고 있으니까오히려 좀 더 자신을 계발해 가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 또한 작가의 비판 대상이기도 하다.

 

조금 혼란스러운 기준인데결국 작가의 성격에 따른 분류가 아닌가 싶다많은 사람들을 얕게 만나는 것보다 소수의 친구를 깊게 사귀는 걸 더 좋아하고시끄럽게 떠드는 것보다는 조용하게 사색하는 걸 더 즐기고한 편으로는 그저 눈앞의 현실에만 집중한 채 안주하는 듯한 삶보다는 인류의 진보에 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그런 성격 말이다.

 


사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게 된 건작가 자신의 사상도 사상이지만여기에 묘사되어 있는 19세기 미국의 자연에 관한 세심한 기록 때문인 것 같다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이니 문화적으로도 독자적인 자산이랄 게 없었고이런 책이 꽤나 귀하게 여겨졌을 법하다는 건 충분히 공감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꾸고시골에서의 한적하고 자급자족적 삶을 기대하는 오늘날에도 오히려 이런 그림은 더 잘 와 닿을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사실 자연이라는 게 그렇게 낭만적이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또 무작정 동조하기는 어렵기도 하다아울러 자연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찬탄은 시인에게는 필요한 자질일지 모르나합리성을 포기하기 어려운 독자(나를 포함해서)에겐 조금 간지러운 아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내용이 심오하고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글의 호흡이 길어서 단숨에 읽어가긴 어려웠다.(며칠이나 걸려서 겨울 읽었다물론 다루고 있는 소재에 대한 호불호도 약간 영향을 끼쳤고어쩌면 단지 지금 내 상황에는 조금 한가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조금 더 후에원하던 시골의 마당 있는 집에서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좀 더 와 닿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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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의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사람의 가슴 속에서 구르고 구르며 

그저 숨 쉴 구멍을 내고 길들여질 뿐.


김이경애도의 문장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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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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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말하는 초단편 소설이란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20~30매 분량의 짧은 소설이다보통 80매 정도를 단편이라고 부르는데그 1/3 정도 되는 더 짧은 글이다주물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퇴근 후 써서 인터넷상에 올린 짧은 소설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제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게 된 독특한 이력의 작가가 알려주는 초단편 소설 쓰기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책 제목을 잘못 읽었다. ‘초단편을 초간편으로 이해했고일반적인 소설쓰기에 관한 간단한 요령들을 담고 있는 가벼운 책 정도로 생각을 했는데책의 내용은 초단편 소설이라는 특정한 양식의 짧은 글을 쓰기 위한 조언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단편소설보다 훨씬 짧아서 한 호흡으로 읽어가기에 적절한 초단편 소설은 확실히 보통의 단편소설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초단편 소설은 단순히 분량만 작은 게 아니고캐릭터와 사건문장의 구성까지 모든 부분을 여기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그래야 사람들의 눈을 계속 잡아둘 수 있을 테니까짧은 인터넷 소설이라고 함부로 낮춰볼 일이 아니라는 말.


결과적으로 애초의 목적과는 좀 다른 조언을 얻은 책이었는데또 나름대로 즐거운 독서였다짧은 소설을 쓰는 작가답게그런 방식의 글에 익숙하기 때문인지 문장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한 눈에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그리고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이라서 바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데다자기를 굳이 애써 꾸미려고 하지 않는 솔직한 내용들이라 또 마음에 들고.


웹 소설 같은 것들이 유행하는이전과는 다른 독서환경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이런 종류의 글을 한 번 써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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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어느 직종에 진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페미니스트적 변화가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되었다

의사든 경찰이든 그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 

페미니스트인 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일하는 방식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일하든 

그 일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 양혜원,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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