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이끌려 펼쳐 본 책이다. “오늘부터 클래식”. 이제까지는 클래식과 그리 인연이 닿지 않는 생활을 해왔지만이제라도 한 번 들어볼까 하는 사람을 위한 가벼운 안내서혹은 소개서라는 느낌이다그리고 책의 내용도 딱 그랬다.


클래식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는 개론서는 아니다시대나 작곡가에 따라서 곡을 분류하거나 나라별 특징 같은 걸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저자는 클래식그리고 음악가들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딱딱하지 않게 풀어낸다나 같은 문외한도 흥미를 느낄 만큼 편하고 자연스럽게.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첫 장은 콘서트홀 자체와 음악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2장은 유명한 음악가들과 관련도니 에피소드를, 3장은 저자가 직접 인터뷰를 해 본그러니까 현대의 음악가들의 개인적인 면모를, 4장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 잡다한 이야기들을 모아두었다.


개인적으로는 1장과 2장이 흥미로웠다콘스터홀에서 조용히 해야 하는 관행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좋은 공연장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건지 같은 매우 단순한 질문들을 우습게 만들지 않고 진지하게 설명을 해 준다여기에 연주자의 습관까지 그대로 카피해 내는 신기술을 담은 피아노 이야기 같은 잡기도 재미있고유명한 연주자들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각 항목마다 그리 길지 않아서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읽어봐도 좋고조금 여유가 있다면 장별로 끊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각 항목마다 관련된 음악을 QR코드로 넣어두어서관련된 곡을 들으면서 그 항목을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듯(내 경우엔 네댓 곡 정도를 들어봤다).


클래식 자체를 설명한 건 아니지만흥미를 갖게 하는 초보자용 안내서로는 충분할 듯본격적으로 공부를 한다면 또 다른 책을 골라보면 될 일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믿음의 글들 240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강유나 옮김 / 홍성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C. S. 루이스가 자신이 쓴 소설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했다는 소설인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건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리뷰를 썼던 날짜를 보니 군대에 있었을 때였고뭐가 그리 불만이었는지 책에 관한 아쉬운 소리만 잔뜩 써 놨더랬다아마 그 땐 이 작품을 읽을 만한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 때 가장 아쉽게 느꼈던 점루이스의 다른 책들과 다르게 뭔가를 너무 숨겨놨다는 부분이었다문학작품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를 부정하려고 했던 거다모든 걸 그냥 보여줄 생각이었다면제품 카탈로그를 쓰지 소설을 쓸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이번에 독서모임을 하면서 다시 읽어본 이 작품은그 때와는 전혀 다른 감상을 주었다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를 바탕으로 쓰인 이 작품은기본적으로 원작의 구조를 그대로 안고 간다다만 작가는 여기에 시간성을 부여하고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덧입혀서 등장인물을 실감나게 살아있는 인물로 만든다프시케가 신전에 바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그녀가 마주한 딜레마를 무엇보다 안타까운 상황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신화가 사실이 되었다루이스가 기독교를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던 표현이 문득 떠오른다.


루이스는 단지 이야기의 내용에 실감만을 더한 게 아니다소설의 주요 전개는 신화 속 이야기와 비슷하게 진행되지만어느 순간이 이르면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원래 신화는 프시케가 에로스를 향한 사랑을 회복하는 데 중점이 있지만루이스가 새롭게 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그런 프시케에게 남편의 얼굴을 확인하도록 부추겼던 언니인 오루알이다.


주인공을 바꿈으로써 자연히 주제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사랑과 질투인간의 약점으로서의 호기심 같은 주제는 물론 남아있다하지만 여기에 루이스는 성장과 깨달음신앙에 관한 오해와 그걸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의 자기 부정과 같은 주제를 더한다신을 원망하며 고소하려던 오루알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자기가 고발하고 있는 것이 실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그 반전의 짜릿함이란..

 


책 전반에 드러나고 있는 주제는 역시 사랑이다작품 속 인물들은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하고 있는데때로 그 사랑은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철저한 자기 중심의 사랑도 있고순수한 이타적 사랑도 있다누군가는 사랑을 강요하기도 하고또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감당하려고 나아간다.

 

루이스는 오루알의 행동을 통해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하는 말과 행동이 실은 자기 사랑의 변주일 수 있으며그런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한더 높은 사랑의 경지에 이를 수 없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무단으로 쓰레기가 버려지는 장소에 큰 거울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면 많은 경우 계속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비슷하게 우리는 자신의 얼굴이 어떤 지는 보지 못한 채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강요한다그게 연애의 감정이든상하관계든 그런 식의 강요는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우리 시대 불리는 노래의 태반은 사랑을 주제로 한다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우리가 먼저 우리 자신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과연 멋진 소설이었다루이스가 쓴좀 더 유명한 문학인 나니아 연대기보다도 이쪽이 훨씬 구성이 잘 짜여있다캐릭터는 훨씬 입체적이고담고 있는 내용 또한 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윈도우라는 운영체계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컴퓨터 접근성을 높여주었던 빌 게이츠는은퇴한 후 공익재단을 만들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스케일도 커서 단순히 지역단위가 아니라 지구단위의 활동을 엄청난 돈을 들여가면서 하고 있으니이쯤 되면 사회적 책임이라는 걸 아는 인사라고 해야 할 수밖에.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지역의 빈곤해방을 위한 프로그램에 한 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고 있다관련 내용을 정리해 나가는데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한 책.

 


기후위기의 핵심에는 탄소가 있다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원소인 탄소는그 특성 때문에 다른 원소들과 쉽게 결합해서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어 낸다일부 과학자들은 우주에 이 탄소가 없었다면 아무 것도 없었을 거라고 말할 정도니까문제는 그렇게 다양한 물질에 들어있는 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라는 이야기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인데이제 그 문제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가 되어버렸다이미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어 온실효과를 증폭시킴으로써 지구를 덥게 만들고 있는데또 우리는 매년 새롭게 약 510억 톤의 온실가스(책에서는 다양한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환산톤이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를 배출하고 있다.

 

저자는 이 510억 톤을 제로(0)로 만드는 것만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한다단순히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사회가 회의를 열어 내미는 자체 해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이미 배출된 건 어쩔 수 없으니새로 배출하는 양을 0로 만들어야만 더 급속한 파멸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말.(다만 이 제로라는 말은 아무 것도 만들어내면 안 되는 말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책은 지금 배출되고 있는 온실가스의 양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다섯 항목이 무엇인지그리고 그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각각 전기생산(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제조사육과 재배교통과 운송냉난방이 그것.


저자는 계산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그린 프리미엄이리는 개념을 도입하는데그건 지금 이용하고 있는 방식에 비해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면서 같은 효과를 내는 데 얼마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지를 환산한 방식이다그린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이 분야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반대로 그린 프리미엄이 낮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영역은 비용 이외에 규제나 정책 등 다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방식이다.


다양한 분야를 살피면서 드는 생각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장기적으로 현재보다 세 배 이상의 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우리는 화석연료 이외의 방식으로 그 양을 충당할 수 있을까저자가 대안으로 제안하는 초소형 모듈형 원자력발전은 과연 안전하고 깨끗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영역들은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고.


 

과연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까빌 게이츠는 과학 기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보이면서 어떻게든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 전망을 이어가는 듯하지만그리고 그런 전망이 맞았으면 좋겠지만인간의 이기심이 발전의 속도보다 더 빨리 앞서나간다면 어떻게 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