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위한 수단.


알다시피 영화는 실제와는 다른 이름을 사용했으나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다창대(이선균)가 열정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만들려고 하는 김운범(설경구)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담고 있는 인물이고그 외에도 김영삼박정희 같은 인물들도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다영화는 김대중/김운범이 강원도 인제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7대 대통령 선거에 신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까지를 다룬다.


영화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수단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창대(이선균)를 중심으로 내용을 이어 나간다창대가 좀처럼 우직한 정면승부만을 고집하던 김운범(설경구)을 만나 그의 선거 참모가 되어 승승장구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영화 초반과 중반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했고운범조차 창대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결국 결별을 하게 된다당장의 승리가 급한 상황에서는 그런 수단이라도 붙잡아 보려고 하다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 다른 소리냐는 비난을 할 수도 있지만사람이라는 게 또 그런 거니까아무래도 꺼림칙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 법이다그러니 비열한 계략으로 뭔가 해보려는 이들이여 조심하라.






 

네거티브 전략.


선거란 결국 한 명의 승자만 남게 되는 것이기에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단점과 약점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내가 한 표를 얻든, 상대가 한 표를 잃든 결과는 같으니까. 이를 모두 네거티브라고 평가절하할지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이라고 표현할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검증은 필요한 일이니까.


상대방 주장이나 행적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해명을 요구하고 그 해명의 추가적인 문제점을 찾거나자신의 의혹제기가 충분히 소명되었다면 넘어가는 게 합리적 토론의 방식이다하지만 요새는 일방적인 자기주장만을 쏟아내는 게 선거운동의 주요 전략으로 보이니 영 꼴 보기가 싫다지나친 네거티브는 정치에 대한 환멸감만 고조시킬 뿐이다요새 자칭 무슨 대단한 선거 전략가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그냥 꼼수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영화 속 창대가 제안한 아이디어들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그리 비윤리적이라거나 한 건 아니었다는 게 함정오히려 요새 선거판에서 오고가는 저열한 공작들이 훨씬 질적으로는 더 나빠 보인다상대를 향한 인신공격과 거짓공세노골적인 차별과 편 가르기 등등사람들의 눈을 돌리고거짓말은 하지 않되 효과적인 홍보를 하자는 창대의 주장은 오히려 품위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민주주의는 발전하는가.


영화를 보면서 문득민주주의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무신과 밀가루를 살포하던 방식은 지역 개발 공약으로 이름만 바꾼 것 같고선거철만 되면 난무하는 지역감정 조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여기에 온갖 종류의 갈라치지 계략이 더해지면서 더욱 심한 분열만 일어나는 것 같다.


흥미로운 건선거라는 과정이 늘 좀 더 나은 결과를 산출하는 자연선택” 과정과는 멀어 보인다는 점이다애초부터 인간사회에 자연선택이니 적자생존이니 하는 이론을 갖다 대는 게 무리였을 지도 모르겠다선거는 얼마든지 비열한 방법을 사용해서 이길 수도 있고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탐욕을 자극하는 게 승리의 비결인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신봉하는 민주주의라는 게 그렇게 한심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외려 문제는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방치하면서도 알아서 잘 돌아갈 거라고 믿고 있는 태평한 사람들일 것이다군주정이라면 책임을 군주에게 떠넘길 수 있지만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제대로 결정하지 않으면 그 책임도 오롯이 자신들이 뒤집어 써야 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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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 

만족으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모든 문제들의 해결책을 상점에서 찾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상점들을 자신의 삶과 인생 전반에 존재하는 

모든 질병과 고통을 치유하거나 완화시켜줄 약들로 가득 찬 

약국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받는다.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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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 - 한국사회 자살의 경향을 말한다
조성돈.정재영 지음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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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적으로도 높다이건 통계적으로 나온 사실이니까 뭐라 덧붙일 만한 게 없다그러면 왜 우리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걸까이 부분은 다양한 사회학적 조사를 통해 이유를 밝혀내야 하는 영역이다요새는 이런저런 조사들이 진행되어서 어느 정도 과학적 원인이 밝혀졌지만여전히 이 문제에 관해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바로 교회다.


자살에 대한 교회의 관점은 그것이 라는 것이다어째서 죄일까생명을 해치는 것은 성경에 금지되어 있는데그것이 자신의 생명이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일반론적인 설명으로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거나 설명하지 않는 대답이다물론 원칙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일반론이라는 성격을 띨 수밖에 없긴 하지만문제는 여기에 근거 없는 온갖 설명들이 덧붙여지는 경우다.


자살자에게는 구원이 없을까자살한 사람은 회개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에 지옥에 가는 걸까뭐 이런 대답들인데명백히 성경적 근거가 부족한 속설들이다애초에 자살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한 탓에 생기는 억측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자살이라는 주제에 대한 사화과학적그리고 신학적 접근을 위한 예비조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비록 나온 지 10년도 넘은 책이지만이에 관한 연구는 그다지 더 발전한 것 같지 않다여전히 이 책을 읽을 만하다는 의미.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자살에 대한 기초적인 사회학적 연구 결과를 정리해 놓은 것이고, 2부는 기독교적 입장을 정리하는 내용그리고 3부는 결론이자 부록 격의 몇 가지 자료들을 모아놓았다한국교회가 자살이라는 주제에 대해 피하지 말고 좀 더 진지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그리고 이를 위한 몇 가지 조언들이다.


1부의 내용이야 이보다 더 좋은 책을 찾아볼 수도 있을 거고이 책의 의미는 역시 2부다공동 저자들은 성경에서 자살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각만큼 분명하거나 한 쪽 방향으로만(자살은 죄이며자살한 사람은 저주혹은 지옥행이라는 식의치우쳐 있지 않다고 정리한다하지만 정작 교회의 태도는 이보다 강경한 경우가 많다.


책은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조사를 시도하는데교인들 중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그 대응 방식 등이 주요 내용이다흥미로운 내용은 자살의 신학적 의미에 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교회 속에서자살자들에 대한 대응 부분에서는 유화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자살자들에 대한 장례를 교회에서 맡는 일에 관해 약 70%가 찬성하고자살을 정신적 질병으로 보려는 입장도 85%가 넘는다이쯤 되면 교인들보다 목회자들의 의식이 더 뒤떨어지는가 싶기도 하고.


자살 예방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몇 가지 제안하는 부분도 짧지만 귀담아 들을 만하다특히 개인적인 심방과 소그룹 활동이 효과적이라는 점은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이 이 부분에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물론 그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가 전달되느냐도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사실 이런 저런 내용들을 잔뜩 담고 있지만, ‘종합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아쉽다내용들 사이의 긴밀한 연계가 좀 부족한 느낌인데(이건 이후 정재영 교수가 참여한 한국교회탐사센터에서 내고 있는 책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리뷰에서 정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이기도 하다일종의 잡지를 보는 느낌도 준다하지만 한 번 읽어볼 만한 내용인 건 맞으니까특히 실제로 설문을 통한 통계조사를 시도한 면이 인상적이다.

 

교회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지나치게 단언하려는 버릇을 좀 고쳐야 한다물론 교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 독단적일 수밖에 없다는 면은 인정하지만성경의 제한된 설명을 기초로 삶의 일반적인 분야에 관한 새로운 교리를 구원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일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기본적으로 성경은 믿음과 구원에 관한 내용이지자살자가 천국에 갈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잘 모르는 건 모른다고 대답하되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히고나아가 현재 문제가 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한 일에 (좀 따뜻하게!)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나서는 것그게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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