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을 즐겁게 할 물건을 만들어 내는 회사들은 

부자들을 방어해 줄 물건도 생산한다. 

어린이 전자 오락기를 생산하는 텍사스 인스트로먼츠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자녀들을 목표로 삼았던 

유도 미사일 체계도 만들어 낸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모닝커피를 만들어 줄 커피메이커뿐 아니라 

선제공격용 핵무기인 마크 12-A 미사일도 제작한다.


짐 월리스, 『회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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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다 가을하다
최상규.최종현.최훈 지음 / 나다운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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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쓴 에세이집이다사실 이 부분만 해도 흥미가 생긴다아버지랑 같이 책은커녕 제대로 대화나 하는 아들이 몇이나 될까사실 여러 편의 짧은 에세이가 모아져 있는 책 속에서어떤 부분이 아버지가 쓴 것이고 어떤 부분은 아들이 쓴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물론 일부 글에서는 내용으로 봐서 짐작할 수는 있지만어쩌면 두 사람의 고민이 함께 섞여서 아버지 쪽이 정리를 한 것일 수도 있고어찌 되었든 그 시도가 좋아 보인다.

 


여러 편의 글이지만그래도 크게 보면 어떤 주제가 보인다바로 고민이다살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작은 고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굳이 일부러 풀지 않아도 알아서 풀리기도 하지만어떤 고민들은 우리의 삶을 뒤흔들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고민을 풀어나가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 것 가기도 하다성인이 되기 전에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오늘날에는 그저 학교와 학원을 오고다면서 온실 속 꽃들처럼 보호만 받으며 자라온 느낌이다온실 문이 열리고 찬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금세 시들어버리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문제를 조금 떨어져서 보면서 객관적인 시야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지나치게 문제만 생각하기 보다는 생각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게 필요하다나아가 자존감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고굉장히 중요한 조언들인데이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이 공동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건그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사이가 화목했기 때문이구나 싶다몇몇 글에 언급되는 아버지의 아버지는 평생을 농부로 살아오신 아흔 살이 넘으신 어르신인데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그걸 오남매가 역할을 나눠서 정말로 추진했다는 일화인데참 멋있다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배운다.


잔잔하게 읽어 볼만한 책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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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 

특히 전진하는 자유주의로부터 받은 혜택이 제일 적은 사람들은 

가족, 공동체, 종교 규범과 제도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기존 규범을 복구하려 나서지 않았다.

복구하자면 누군가 노력하고 희생해야 하는데, 

오늘날의 문화에서는 그런 활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 패트릭 J. 드닌,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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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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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두 가지 사회적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다하나는 어린 여성들에 대한 강간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드라마 소년심판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걸 인상 깊게 봤던지라소설의 첫 장을 열자마자 빨려 들어가듯 마지막 장까지 넘겼다.(이번에도 새벽까지 눈을 뜨고 있느라 다음날 종일 피곤했다)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오겠다는 딸이 실종되어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충격을 받은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은밀하게 정보를 보내오는 인물(이 인물의 정체와 관련해서 마지막에 반전이 펼쳐진다!), 소년범에 대한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복수우연히 만난 아버지를 돕는 인물사건을 쫓는 경찰 등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반복해서 묻는 질문은 정의정의란 법률로 정해지는 것인가아니면 법률이 정의를 반영해야 하는 것일까당연히 후자다정의라는 건 법률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존재하는 것이었다어떤 법률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정의다법률은 정의에 입각하게 제정되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어떤 법은 정의라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감각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대표적인 것이 소설 속에 나오는 소년범에 관한 처벌을 규정한 법이다수많은 십대 소녀들을 강간하고 그걸 영상으로 촬영해 지속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잔악무도한 범죄자들이 있다그런데 그 범죄자의 나이가 어리니까 형량을 한없이 줄여서 금세 풀어주는 것이 지금의 소년법이다이것은 정의로운가?


법은(법을 집행하는 경찰은또한 범죄자들이 딸의 죽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려는 아버지를 막아선다이것은 또 옳은 일일까책의 말미에 저자는 한 경찰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경찰이란 뭘까?” 히사쓰카가 입을 열었다. “정의의 편인가아니지법을 어긴 인간을 잡을 뿐이야경찰은 시민을 지키는 게 아니야경찰이 지키려는 것은 법률이지법률이 다치지 않도록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지그렇다면 그 법률은 절대적으로 옳은가절대 옳다면 왜 그리 자주 개정하지법률은 완벽하지 않아그 완벽하지도 않은 법률을 지키기 위해서 경찰은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까인간의 마음을 짓밟아도 되나?”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교화라는 이름으로 프레임을 바꾸고 있다마치 그것이 문명국의 기본덕목이자인권을 보장하는 최선의 조치라는 식의 주장이 별다른 의심 없이 세뇌되는 듯하다.


그러나 인권이란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하는 데서 시작된다도덕이나 윤리와 관련해서 인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그건 아마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우리는 동물에게 윤리를 요구하지 않는다정확히 말하면 그것이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하지만 인간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다이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비인간적 대우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범죄자들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제대로 지우지 않으면서다시 말하면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처럼 대우하면서그것이 인권을 위한 조치인 양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이 작업은 대다수의 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소수의 학자들교수들에 의해 정설로 강요되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고.


 

복수라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그리고 그게 자신이나 자신과 깊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겪은 부당한 일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복수를 응원하게 되는데그게 우리 안에 있는 기본적인 윤리적 감정을 만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범죄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책 속의 비판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말이다법이 그런 식으로 불균형하게 존재한다면 그로 인한 불안정은 점점 심해질 것이고마침내는 법 자체가 흔들릴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처벌에 관해서는 피해자가 당한 고통 만큼이라는 기본적인 원리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법이 설계되어야 하지 않을까물론 여기에도 여러 난점이 존재할 테지만최소한 처벌의 목적에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즉 응보의 개념을 완전히 지워 버려고인간을 마치 로봇처럼 실험설계자들이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은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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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약이나 안전장치가 아니라 이상으로 대하게 되면, 

자기보다 우월한 모든 것을 미워하는 

왜소하고 시기에 찬 마음이 생겨납니다. 

잔인함과 굴종이 특권 사회의 특수한 질병인 것처럼, 

우월성을 미워하는 마음은 민주주의의 특수한 질병입니다. 

제대로 제어하지 않으면 이 마음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말 겁니다. 

즐겁고 충성된 순종과 그 순종을 당당하고 고귀하게 

받아들이는 일을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 

무릎을 꿇거나 고개를 숙이는 일을 

단 한 번도 원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따분한 야만인입니다.


- C. S. 루이스, 『현안: 시대논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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