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요일의 역사 : 신약부터 새 창조까지
후스토 L. 곤잘레스 지음, 이여진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11월
평점 :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보면 차이가 나는 어휘들이 몇 가지 있는데 ‘주일’도 그 중 하나다. 대개 기독교인들은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는 ‘주님의 날’, 즉 기독교인들이 주님이라고 부르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날이라는 의미다.
어떤 이들은 일요일을 ‘주일’로 부르는 것이 무슨 중요한 신앙의 표지인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이 날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특별한 이미지가 생긴 걸까.
이 책은 기독교 내에서 일요일의 지위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기 기독교 시기에는 유대인들이 지키던 안식일이라는 개념과 주일이라는 개념이 공존하고 있었다.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은 당연히 안식일을 예배행위의 날로 삼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쉴 수 없었던 상황에 있었던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은 안식 후 다음 날 이른 새벽, 아직 일이 시작하기 전 모여서 예배하는 게 좀 더 편했다.
상황이 변한 건 콘스탄티누스가 일요일을 쉬는 날로 선언한 사건 때문이었다. 이제 예배가 이루어지던 일요일의 시간을 훨씬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점차 복잡한 예전(禮典)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또, 일요일이 ‘쉬는 날’이 되면서 개념상 ‘안식일’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라고 한다. 흥미로운 전개다.
중세 교회에서 주일을 ‘새로운 안식일’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졌고,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의 각종 교회력을 폐지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주일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결과를 낳았다. 어느 쪽이든 ‘주일’의 중요성이 높아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는 말.
영국의 청교도들은 아예 ‘주일’을 ‘안식일’로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이유도 하나 있었는데, 당시 로망스어에 속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는 토요일을 ‘사바트(안식일)’라는 히브리어에서 온 이름으로 부르곤 했었는데, 영어의 경우 이와 상관없는 ‘사투르누스의 날(새터데이)’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고 있었기에, 일요일을 좀 서 쉽게 안식일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는 것.
강력한 청교도주의에 의해 ‘주일’은 좀 더 엄숙하게 비켜야 하는 날로 여겨졌다. 물론 일요일을 ‘안식일’이라고 부르는 관례는 그 이전부터였지만.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는 안식일에 관한 이런 청교도적 관점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이는 그 영향을 받은 미국 교회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세속화가 사회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일요일 또한 세속화되기 시작했다. 그 날을 엄숙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로서는 한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흥미롭게도 일각에서는 예배의 전례에 대한 회복이 폭 넓게 이루어지고도 있다. 저자는 비록 여전히 세속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지만, 그리스도인들 안에서 그 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교회사와 관련해서 읽기에 편안하면서도 다양한 내용을 잘 담아내는 후스토 곤잘레스의 책은 일단 기본적으로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된다. 이번 책에서도 주제인 일요일의 역사를 딱 간결하게 담아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과 같은 “엄숙한 안식일적 주일”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역사적 배경 아래서 서서히 형성되어 온 것이었다.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우리는 다양한 미신에 빠지게 된다.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개 역사를 다룬 책이라는 게 뭐든 다 담으려고 욕심을 내서 두꺼워지면서 내용도 한없이 퍼지고, 심지어 서술도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아는 척 좀 덜 해도 되니까, 딱 필요한 내용만 알려주면 될텐데 그게 잘 안 되나 보다. 그래서일까,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