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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대화가 필요해 - 오랜 지구 창조론인가 진화적 창조론인가
휴 로스 외 지음, 케네스 키슬리 외 엮음, 김광남 옮김 / IVP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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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신앙진술 중 하나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이다이건 온 세상의 시작만이 아니라그 세상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존재 원인과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이다성경의 가장 첫 머리에 언급되는 진술이기도 하면서가장 마지막 책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반복되는 진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세상의 기원에 관한 좀 더 자연주의적인 설명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바로 진화다세상이 존재하게 된 과정에는 어떤 신적 개입이 아니라 그저 오랜 시간만 필요했다는 주장이다당연히 이 이론이 나왔던 초기부터 기독교인들은 대대적인 반발을 해왔고일부에서는 진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과 신앙을 포기하는 것이 같은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사실일까창조와 진화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한 쌍일까좀 더 크게는 신앙과 과학은 함께 갈 수 없는 원수일까이 책은 바로 이 두 개의 질문에 관해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진 두 개의 단체의 주장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된 결과물이다. ‘진화적 창조론을 주장하는 바이오로고스라는 단체와과학의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기독교 교리를 변증하고 비기독교인들에게 전도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믿어야 할 이유가 이 토의에 참여한 단체들이다.



바이오로고스와 믿어야 할 이유는 모두 최소 45억 년 이상의 지구의 오랜 나이와그보다 더 오래된 우주에 관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받아들인다이 점에서 이 두 단체는 소위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이들과는 다르다이쪽은 일명 젊은 지구론을 추종하면서지구의 오래된 나이를 말해주는 여러 과학적 증거들을 무시한다때문에 이 두 단체의 토론에는 현대 과학의 결과물들이 다양하게 인용되고꽤 많은 부분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두 단체는 분명 차이가 있는데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는 바이오로고스는 과학적 발견들을 종합한 진화라는 결과물을 하나님이 의도하신 것으로 설명하는 데 반해, “믿어야 할 이유는 그 과학적 발견들을 하나님의 설계와 직접적인 창조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두 단체는 이 책에서 각자의 기조와 성경관에서부터 생물학물리학지질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오는 질문들그리고 호미니드의 정체와 인류의 공통 조상 문제인간의 독특성 등의 주제에 관해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 제시한다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두 단체의 이야기를 교대로 읽다보면 자연히 관련된 주제에 관한 나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정리해 보게 된다.


이 책이 가지는 특별한 장점 중 하나는이 두 단체의 토론을 진행하는 사회자로서 미국 남침례교신학교의 교수들(미국의 주요 교단 중 꽤 보수적인 쪽에 속한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이들은 앞서의 두 단체의 긴 발표를 효과적으로 요약하면서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자칫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반박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을 짚어준다또 각 단체의 답변을 듣고 미진한 부분에 추가적 질문을 더해주기도 한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기독교에서 창조라는 교리가 갖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정작 그 안에 담긴 논의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고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특히 창조론=젊은 지구 창조론이라는 공식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믿어야 할 이유의 오랜 지구 창조론’ 혹은 진화적 창조론이라는 입장은 신선한 도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자신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합리적 확신과 함께상대 입장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존중을 잊지 않는 모습이라든지다양한 영역에서 차이가 있지만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형제(와 자매)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 등은 반드시 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확실히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실제 대화에도 두 단체에 속한 여러 학자들이 참여했다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그러나 전반적인 내용이 매우 잘 짜여있고질문의 수준은 물론 답변도 매우 알차서 읽는 보람이 있다.


우리의 신앙에 과학이라는 좋은 도구를 사용해 든든한 기초를 닦고자 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개인적으로는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좀 더 확실하게 점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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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로 다른 자연적 자질을 지닌 채 태어나

서로 다른 사회적 여건 속에서 성장한다.

아무도 자신이 타고난 이러한 요인들에 대해

공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이 자신의 정당한 도덕적 몫,

즉 응분이라고 말할 수 없다.


- 황경식, 『존 롤스 정의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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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3 - 3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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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로마를 지배했던 독재관 술라가 죽으면서이번 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으로잘 생긴 외모에뛰어난 판단력까지 가지고 있던 그는 순조롭게(물론 해적에게 잡혀서 몇 달간 인질생활을 한다던가상관에게 찍혀서 중요한 임무에서 배제된다던지 하는 걸 순조롭다고 할 수 있다면관직의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한다.


앞서 히스파니아 전선에서 세르토리우스에게 고전하며 톡톡히 교훈을 얻은 폼페이우스도 마침내 로마에 돌아와 집정관에 오른다앞서 술라에 의해 원로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스스로 기사계급에 머물기로 결정하면서기사 출신으로 집정관에 오르겠다는 묘한 고집을 부르던 폼페이우스는본거지인 피케눔 출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이탈리아 반도로 돌아와서 은근한 위협을 하며 집정관직을 요구한다.


확실히 정치적 감각이 떨어졌던 그였다군대를 데리고 허가도 없이 이탈리아 영토 안으로 들어와버린 그는당장 눈앞의 자리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이를 일깨워준 것이 당시 크라수스의 부관을 맡고 있던 카이사르였다. (그리고 자연히 훗날 삼두정치의 한 명이 된 크라수스도 등장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시종일관 돈 버는 것 말고는 별다른 능력이 없는 수전노로 묘사되었던 크라수스는이 책에서는 좀 더 우직한 인물로 그려진다물론 돈을 아끼려는 면모는 여전하지만비전도 정치력도 없는 그런 인물을 아니었다는 것그런 그 역시 카이사르의 중재 적분에 폼페이우스와 함께 집정관에 오르게 된다이제 카이사르가 이 두 사람을 어떻게 구워삶게 될지가 펼쳐질 듯.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거대한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또 다시 앞서 말한 거물들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이 어째서 그렇게 오래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자연스러운 세대교체란 이런 걸까 싶은.


물론 이들이 다들 같은 정치적 색깔을 지녔던 건 아니다시골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마리우스는 원로원의지지 대신 자신의 신력과 민중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곱 번이나 대제사장이 되는 업적을 세웠고반대로 명문귀족 출신이었던 술라는 그런 민중파들을 가혹하게 숙청하고 독재관이 되었고원로원의 권위를 크게 높이는 정책을 추진했다폼페이우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골출신이었고카이사르는 명문 귀족 출신이었다.


말하자면 로마의 권력자는 어느 한 집단에서 독점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들이 유입되고 있었다는 것비유하자면 야당과 여당이 정권을 주고받으면서 국가운영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 같달까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채로 로마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다물론 항상 유능하고 선의를 가진 인물이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아니었지만.



매스컴을 통해서 벌써 수십 년째 세대 갈등/차이가 단골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이미 손에 뭔가를 쥔 사람은 오래도록 놓지 않으려고 하고아직 가진 것이 없는 세대는 그걸 빼앗으려고 하다 보니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다다른 말로 하면 세대교체가 잘 안 되는일종의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결국은 새로운 세대가 힘과 능력을 길러서 빼앗아 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뺏긴 사람 입장에선 속이 상하겠지만뭐 일이라는 게 다 그렇게 되어 가는 게 아니던가좀 더 일찍 물러나서 좋은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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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실현.


강도에게 살해되었던 어머니가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나타났다는(그게 무슨 유령이나 귀신같은 게 아니라 실제 몸을 지닌 채로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알고 보니 이게 이번 한 번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세계적으로 수십 케이스 이상이 보고되고 있다는 설정까지이쯤 되면 영화에 꽤 몰입이 되기 시작한다.


각국 정보기관의 조사에 따르면그렇게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을 죽게 만들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범인들을 죽이고는 자연소멸을 하고 있다고 한다와우가습에 독약을 넣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구적인 장애를 안기거나 죽여도수 천 억의 분식회계를 통해 막대한 손실을 끼쳐도 비싼 전관변호사만 구입하면 쉽게 풀려나는 나라에서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공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후보가 대통령까지 당선될 정도로(실제 능력에 대한 검증은 거의 없었지만공정과 정의 같은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건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가장 큰 원인은 정의 실현에 대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입법행정사법부의 무능력 때문이 아닐까그리고 그렇게 현실의 문제를 초월적인 힘(영화에서 끝내 부활자들이 등장하는 매커니즘은 설명되지 않는다)을 의지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정의는 구현되었나.


영화 속 돌아온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공격한다사실 영화 초반 그녀가 죽은 과정(오토바이를 탄 날치기에 의한 살해)이 나왔던 상황에서 조금은 이상하기도 했던 부분이다부활자들에 대한 외국의 정보를 토대로 경찰에서는 혹 검사가 된 아들(여기엔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또 얽혀있었다)을 의심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왜 다른 부활자들과 달리 어머니는 아들을 공격했을까주인공인 아들 역시 이 점이 궁금했고검사로서 이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한다결론적으로 주인공은 자신도 잊고 있었던 수년 전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고시합격 소식을 들은 그날 밤친구들과 진탕 술에 빠진 주인공은 도로에 주차된 트럭을 몰고 가다가 길에 나온 아이를 치어 죽이게 된다주인공의 엄마는 상황을 눈치 채고 사건을 덮으려 나갔다가 죽은 아이의 아버지마저 죽이게 되었고결국 어머니가 죽은 건 다시 살아난 죽은 아이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자신이 죽게 된 게 결국 아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던 건데... 이건 좀 억지이지 않나아들은 아들이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았어야 했지만어머니는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에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그래놓고서 사실상 아들 때문에 자신이 죽었다고 억지는 웬 말.





모성애.


더더욱 황당한 건그렇게 아들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어머니가정작 영화 말미 아들이 죽였던 여자 아이가 나타나 복수를 하려고 할 때그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하더라는 것이다감독은 뭔가 감동적인 걸 넣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모성애를 여기에 끌어들인 듯한데전반적으로 보면 좀 질척댄달까 그런 느낌.


애초에 희생부활자라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 매커니즘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그게 이런 식으로 대충 사정한다고 금세 사라져버리기까지 한다면 설정 자체가 붕괴되는 것 같기도 하다공들여 만든 설정을 이렇게 가볍게 무너뜨리는 것도 능력이다필모를 보면 꽤 괜찮은 영화도 만들었던 감독인데 이번엔 영 감이 떨어졌던 느낌.


이런 영화는 좀 더 빠르고경쾌한 진행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 아들이 저지른 잘못은 무조건 덮으려고 애쓰는 모성애라는 삐뚤어진 생각이 영화의 결말에까지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됐다그건 어머니의 오류로 어떤 식으로든 안고 가든지 했어야 했다모성애는 부족한 창의력을 메워주는 만능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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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22-06-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랑 다른 건가 봅니다. ??? ‘종료되었습니다‘라는 박하익작가의 소설을 읽었거든요.

노란가방 2022-06-13 17:55   좋아요 0 | URL
아, 이것도 원작소설이 따로 있었나 보군요. 원작은 좀 더 캐릭터들이 살아있었을까요..

서곡 2022-06-1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고구마였던 기억이 희미하게 납니다...봉준호 감독의 마더도 참고했을 것 같아요.

노란가방 2022-06-13 17:54   좋아요 1 | URL
아 마더는... 당시 극장에서 보면서 김혜자 배우의 반전연기에 충격을 좀 받았더랬죠..ㅋ 근데 이건 그거에 비할 바가 안 되는 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