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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국가, 거란 - 거란의 통치전략 연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총서 109
김인희 엮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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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기 초반 중국의 장성 이북 지역에서는 거란족이 크게 세력을 떨친다당시 중국은 5대 10국 시대라고 불리는 혼란기였고거란족은 지리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5대와 관계를 맺으면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한족들을 포로로 잡아왔고후진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병력을 지원하면서 장성 이남 지역을 포함하는 연운 십육주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은 약 200년 동안 존재했던 거란국또는 요나라에 대한 연구서다여러 명의 저자들이 참여해 각각 거란국의 외교언어와 문자행정기구학문(유학등을 살피고거란국이 가진 정통성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도 살핀다거란국에 대해서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던 차에 꽤 흥미롭게 읽었다.


참고로이 거란국이 등장했을 시절 한반도에는 고려가 있었다왕건이 즉위한 게 918년이고야율아보기가 거란국을 세운 게 916년이니까 시기적으로는 거의 동시였다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조영의 라이벌이었던 이해고그의 민족이었던 이진충손만영 같은 인물들이 거란족이었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지 않을까.



책은 이 거란국에 관해 몰랐던 다양한 정보들을 알려준다우선 흔히 아직 나라가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에 거란이라는 국호를 썼다가 후에 ’(대요)라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알고 있었지만, ‘거란이라는 국명은 거란족들 사이에서 계속 사용되었고, ‘는 한인들을 상대할 때 사용한 이름이라고 한다.


단지 나라 이름만이 아니라 거란국은 통치 제도에서도 이런 이원적 형태를 띠었다북부의 거런인들과 남부의 한인들을 다스리는 기구를 항상 두 개씩 만들었던 것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거란문자(대문자와 소문자가 있었다!)를 만드는가 하면거란인들보다 높은 비율의 한인들을 통치하기 위해 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했다그 덕분인지거란국을 멸망시키고 그 자리에 들어선 여진족의 금나라가 100여 년을 지속했던 데 반해거란국은 200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외정책에 있어서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거란국은 한인왕조들에 비해 호전적이지 않았다는 부분이다물론 어떤 나라가 처음 세워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력의 사용이 필수적이었지만일단 나라가 자리를 잡은 후 거란은 중원을 향해 정기적으로 침공해 들어오는 식의 다른 이민족들과 달랐다는 것.


연운십육주를 할양받은 후송나라로부터 매년 공물을 받는 조건으로 우호관계를 맺은 전연의 맹약 이후 거란국은 이 맹약을 대체로 잘 지켰다협정을 맺은 거란국의 성종과 송나라의 진종은 형제의 관계가 되었고(이 때 송황제가 형이 되었는데그 이유는 나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황제들의 관계도 여기에 근거해 서로의 족보를 정했다고 한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각 분야를 나눠서 서술했지만참고했던 자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인지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보인다총괄 편집자가 조금 신경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같은 서술이라도 다른 분야에서 인용하며 분석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고.


책의 부제가 거란의 통치전략 연구이다 보니거란국이 어떻게 융성했는지에 관해서만 볼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다아무래도 국내에서 거란을 다루는 책 자체가 적으니까이왕이면 거란의 쇠퇴기멸망에 관한 상세한 분석 같은 것도 있었더라면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뭐 이 정도만 해도 감사하지만.


대표저자인 김인희의 다른 책을 보다가 여기까지 끌려(?)왔다앞으로도 몇 권은 좀 더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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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 더 옥스퍼드 잉클링스
콜린 듀리에즈 지음, 박은영 옮김 / 이답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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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에 대해 좀 깊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히 그가 멤버로 활동했던 클럽인 잉클링즈에 대해서도 들어보게 될 것이다옥스퍼드에서 교수직을 맡은 후비슷한 취향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결성한 조금은 비정형적이고 덜 공식적인 모임이다.


모임에서는 서로의 미발표 원고를 읽거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했다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거기 참여하고 있던 사람들의 면면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거루이스만 해도 옥스퍼드의 영문학 교수였고또 다른 주요참가자였던 톨킨 역시 옥스퍼드 교수였다당장 이 두 사람이 판 책만 해도 몇 백만 권은 되지 않을까그 외에도 여러 명의 작가들과 비평가학위소지자들이 모였으니보통의 잡담만 늘어놓는 자리는 아니었을 게다.



이 책은 그 잉클링즈의 역사와 성격을 추적하는 이야기다루이스 연구자인 콜린 듀리에즈(바로 얼마 전에 그가 쓴 나니아 연대기 해설집을 읽기도 했다)모임의 주요 멤버들을 루이스가 만나는 과정그들의 성격모임의 진행 등 다양한 부분을 짚고 있다루이스의 팬이라면 즐거워할 만한 수집물(?).


책은 전체적으로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한 모임의 역사를 살피는 거니까 자연스러운 구성인 듯도 하지만애초에 모임 자체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지고 해산된 게 아닌데다가저자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또 그게(시간의 선후관계잘 눈에 들오지 않기도 한다뭐 그냥 루이스의 다양한 면모를 보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뭐가 문제랴.



잉클링즈와 같은 모임이그렇게 정기적으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고서로의 작업물을 보여주면서 냉철하지만 격의 없는 비평을 주고받고 하는 시간이 얼마나 큰 유익이었을까 하는 부러움이 생긴다.


확실히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이 모임에서그리고 루이스의 격려가 완결을 맺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고루이스의 경우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생각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이런 모임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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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영화는 해방 전후를 배경으로 벌어진 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주인공 석진(고수)은 마술사로우연히 만난 여인 하연(임화영)과 함께 공연을 하다가 결국 결혼에 이른다어느 날 하연이 숨기고 있던 비밀(지폐 동판)을 발견하고그녀를 쫓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결국 살해되고 만 아내의 복수를 위해사건의 원흉인 남도진(김주혁)을 고생 끝에 찾아냈고그의 운전기사로 취직하며 틈을 노리다 복수에 나선다는 스토리.


복수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도 없을 것 같다또 다른 중요한 동기는 사랑인데아무래도 이쪽은 조금 더 감정적인 측면이 강한 데 반해복수는 감정 이외에도 정의의 실현이라는 또 다른 감각을 만족시켜주기도 하니까물론 모든 복수가 그런 건 아니고억울한 일을 경험했지만 누구도 그가 겪은 부정의를 해소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약자인 경우가 그렇다이 영화는 이쪽인 편.


하지만 단순히 당한 대로 돌려준다는 식의 복수는 지나치게 원초적이다. ‘작품은 이 복수의 과정을 좀 더 효과적이면서정의로운 방식으로 수행한다물론 그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면 흥미가 반감되겠지만괜찮은 구성을 할 줄 아는 작가와 감독이라면 이 과정을 개연성 있게동시에 정당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이 영화가 그랬다.






반전.

사실 영화의 초반부터 반전을 깔고 들어간다한 저택에 뛰어 들어간 형사는 그곳에서 총을 들고 있는 사내를 발견한다그리고 장면은 재판정으로 옮겨져서 살인사건의 재판이 진행된다영화는 현재의 재판장면과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는데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한 후에는 당연히 그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 복수에 나선 석진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다 피고의 얼굴이 확인된 순간 딱그는 도진이었다아 실패했나.


도진은 손가락밖에 남지 않은 살인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었고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당연히 현재와 같은 DNA 검사 같은 기법이 없었던 그 시절최대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혈액형 정도였고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도진의 범죄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아보였다.


그렇게 재판 전망이 어두워질 무렵검사측에서 결정적인 증인을 내세운다그리고 보이는 얼굴은 석진이었다두 번째 반전석진은 교묘한 방식으로 도진이 자신을 죽인 것으로 꾸몄고자신은 다른 사람인 척 나섰던 것결국 그는 직접 그를 죽이는 대신도진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음으로써 복수했던 것이었다통쾌한 반전이다.






원작.

영화 머리에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원작을 소개하는 자막이 언뜻 지나간다빌 벨리저의 소설인 이와 손톱이라는 작품읽어본 작품은 아니지만꽤 흥미롭게 진행되는 추리소설인 것 같다원작이 탄탄하게 받쳐주니 배우들의 연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된다이름값 있는 배우들을 잔뜩 등장시켜놓고 허술한 이야기로 망가뜨리는 영화도 적지 않으니까.


1955년에 나왔던 작품이다 보니 확실히 요새 나온 소설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전적인 추리소설들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랄까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꽤나 추리소설을 읽어왔기에 이런 작품들이 주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만나면 살짝 설레기도 한다.


원작을 제법 우리나라의 배경에 잘 옮겨온 영화였다개봉 당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뭐 나처럼 뒤늦게라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부디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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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빡빡하게 관리할 필요를 느끼는 순간,

당신은 채용에 있어 실수를 범한 것이다.

최고 인재들은 관리할 필요가 없다.


-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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