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미키 코이치로 감독, 후쿠시 소타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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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고양이의 날.

오늘(8월 8)은 국제 고양이의 날이라고 한다아침에 들어가 본 유튜브 로고가 재미있게 바뀌어 있는 바람에 알았다그래서 소개하는 고양이 영화 한 편의도적으로 맞춘 건 아닌데그렇게 되어버렸다.


영화는 자신의 반려 고양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주인공 사토루와 그의 고양이 나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사토루의 이번 여행 목적은 나나를 맡길 사람을 찾는 것그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 여럿이 나서서 나나를 맡겠다고 응답했던 것 같고이번 여행은 어느 곳이 나나와 가장 잘 맞는지를 직접 찾아가서 선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영화의 주요 에피소드는 그렇게 사토루와 찾아간 친구들과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즉 회상씬이다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이모에 의한 입양어린 시절 키우게 된 고양이의 죽음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의 미묘한 삼각관계(?) 등등.


아무튼 그럼 왜 사토루는 자신의 고양이를 친구들에게 맡기려고 했던 걸까영화가 진행되는 사이 드문드문 그 이유가 드러난다발작성 통증과 약을 챙겨 먹는 모습그는 죽어가고 있었고자신의 고양이를 믿는 사람에게 맡기고자 했던 것.





고양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포인트는 역시 고양이다주인공 사토루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나나는 단모종에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져 있는 털색을 갖고 있다동물이 주인공인 이런 종류의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고양이가 대본에 따라 잘 움직여주느냐인데우리 나나는 썩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 조금 더 스토리를 부여할 생각이었는지감독은 나나에게 내레이션 목소리를 입히기로 결정한다나나가 등장할 때마다 삽입되는 고양이의 대사 부분은 귀엽기도 하고사람과는 좀 다른 시각과 상황 판단을 가진 것으로 상정되니 극의 전개에 재미도 준다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한 마리의 고양이와 개도 마찬가지로 대사 처리를 해두어서 은근 동물 영화로 갔어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들고.


영화 초반부 나나의 첫 대사 속 인용된 소세키의 유명한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처럼영화 속에서 고양이는 주요 소재이긴 하지만 역시나 주된 이야기는 주인공의 삶에 맞춰져 있다젊은 나이에 서서히 죽어가는 주인공에 관한 서사는나나에게는 부여되지 않는다하긴 뭐 길고양이 출신이었으니 그 출생부터 추적하는 건 무리고고양이에게 어느 정도의 이해력을 부여하느냐는 애매한 문제이긴 하다.





행복한 죽음.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조금씩 쇠약해져 가는 모습이지만종반부에 이르면 주인공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된다아마도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해서 마지막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은데영화 속에서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조카를 입양해 길렀던 이모는 그런 사토루가 나나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고양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조금은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물론 단지 고양이만은 아니다주인공이 세상을 떠난 지 한 해가 지난 후그가 고양이를 맡기려고 했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그런데 그 분위기가 그리 심각하거나 어둡지 않고모두 떠난 사람을 추억하며 놀리기도 하고 즐거운 대화를 남긴다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난 자신에 관해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또한 썩 괜찮은 결말일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나나를 맡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니었을까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슬픈 일 중 하나가 동물의 이른 죽음이다대개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하지만 영화 속 사토루는 나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동물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사람과 다르다면그래서 조금 덜 감상적이고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그리고 남겨진 동물이 충분히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이런 순서도 조금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력이 대단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뭐 이런 영화는 고양이를 보는 맛으로 보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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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셀림 - 근대 세계를 열어젖힌 오스만제국 최강 군주
앨런 미카일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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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스만 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수없이 많았던 여러 이슬람 왕조들 중 하나라는 걸 기억하기라도 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테고난공불락의 요새인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켰던 주인공이자1차 세계대전의 참전국이라는 점까지 안다면 역사덕후쯤 되지 않을까?


방금 말한 사건들은 세계사적으로도 꽤 중요한 일들이었다우선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이 1453년이었고1차 세계대전은 1915년이다엄청나게 오랫동안 존재했던 나라다건국부터 멸망까지 600년이 넘게 지속되었고전성기에는 오늘날의 튀르키예키프로스시리아레바논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집트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전역세르비아불가리아알바니아사우디아라비아 일부예만 등등에까지 이르는 엄청난 영토를 보유한 나라였다.


당연히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나라였다하지만 그런 오스만 제국임에도 그 나라에 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우리로부터 먼 나라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지만정작 프랑스나 영국이 멀긴 더 멀다서아시아 역사에 관한 전반적인 관심의 저조함그리고 어쩌면 이슬람에 대한 반감 같은 것들이 복합하게 엮여있는 건 아닐까 싶다.(애초에 그냥 역사에 관심이 없을 가능성도...)





이 책은 그런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를 확립했던 술탄 셀림 1세에 관한 이야기다. ‘술탄은 이슬람 세계의 정치 지도자를 가리키는 명칭이다그의 할아버지가 바로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킨 메흐메트 2세다셀림은 그런 나라를 물려받아서 영토를 크게 확장시킨 위대한 정복왕이었는데동쪽으로는 오늘날 이란 지역을 지배하던 사파비 제국을 밀어내고남쪽으로는 당시 이집트를 중심으로 북아프리카 전반을 지배하던 맘루크 제국을 멸망시키고는 칼리파’ 직위를 차지한다. ‘칼리파는 이슬람 세계의 정신적(종교적최고지도자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책은 셀림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일대기를 묘사한다덕분에 본문만 해도 758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 되었는데글씨 크기도 크고줄 간격도 넓어서 눈에 부담은 적었다여기에 적절하게 나누어진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번에 그리 부담없이 쉬어가며 읽을 수도 있었고책의 편집 쪽은 좋은 점수를 줄만한 책.


당대의 사회 풍습들문화와 관습들특히 정치적인 상황이라든지인물들의 판단과 사고 등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어서확실히 재미가 있다여기에 당시 유럽의 상황을 함께 더해서 시간적 감각을 환기시켜 주기도 한다이 정도 알찬 책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만아쉬운 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으니...





이 정도로 두꺼운 책을 쓰려면 시간도 적잖게 들어가고오랫동안 서술의 대상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애정도 생기기 마련이다그런데 이런 애정이 지나치면 서술의 공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게 문제한 마디로 말하면 저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셀림이 마치 우주의 흐름을 바꾼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물론 이 문장은 살짝 과장되어 있다)


당연히 이 정도로 큰 나라라면그 시대 주변의 여러 민족과 국가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다른 나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오스만 제국의 확장에 대항해 나름의 반응을 보일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문제는 이 주변국들의 결정을 오스만제국이 내린 결정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는 점.


예컨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 서술 중 하나는콜럼버스가 아메리카로 간 이유가 오스만제국 때문이었다는 것이다콜럼버스는 오스만제국을 넘어서는 동쪽의 세력과 연합해 오스만 제국을 포위한다는 (약간은 허황된계획을 실현하려다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고결국 그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건 오스만 제국 때문이었다는 식원인(遠因)과 원인(原因)을 구분하지 못하면 이런 실책에 빠지기 쉽다.


오래 전에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항장이었던 고선지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다놀랍게도 그 책에는 유럽 문명의 아버지 고선지 장군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어 있었는데그가 유럽 문명의 아버지인 이유는 당나라와 아바스 왕조 사이의 결정적인 전투인 탈라스 전투에서 고선지가 패함으로써당시 당나라가 갖고 있던 각종 기술이 서양으로 넘어가서 후에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다만 자신이 서술하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좀 과해 보인다는 건 확실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서술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갖고 있었는지이슬람에 대한 우호적 서술과기독교 세력에 대한 비우호적 서술이 자주 교차되곤 한다예를 들면 28쪽 하단부에는 그리스도의 유산과 마찬가지로셀림 이전의 제국과 세계가 있었다면셀림 이후의 제국과 세계가 있었다는 문장이 있다그리고 첫 휴지부에는 줄표와 함께 기독교인은 이런 비교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겠지만이라는 삽입구가 더해져 있고.


이 문장은 두 가지 차원에서 부절적한데하나는 모든 기독교인들을 옹졸하고 뒤틀린 심사를 가진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고다른 하나는 셀림의 실제 영향력이 그렇게 강했는지에 관해서 다른 의견도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이 외에도 이런 부정확한 서술들이 몇 군데 더 보이긴 한다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어야 할 부분.



책이 나온 게 2022년 5월 31일인데한 달도 안 돼서 이 두꺼운 책의 리뷰가 알라딘 기준으로 여섯 개가 올라와 있다별점은 하나같이 만점인 별 5개를 주고 있지만리뷰의 내용은 심히 부실하다다들 출판사에서 홍보목적으로 책을 제공받아 쓴 글들이다요건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은.


물론 홍보수단이 제한적인 출판사들이 이런 식으로 책을 제공하고 리뷰를 요청하는 방식은 이해한다내 경우도 종종 그런 연락을 받곤 하니까다만 조금 더 성의 있게 책을 읽고 리뷰를 하면 어떨까 싶다괜찮은 책이 오히려 그런 리뷰들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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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믿음은 도약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도약은 빛으로의 도약이지 어둠으로의 도약이 아닙니다.

종교적 탐구의 목적 역시 과학적 탐구의 목적과 마차가지로

진리를 추구하여 근거 있는 믿음을 갖는 데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어떤 종교든 실제로 참일 때만

그 종교가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종교는 힘겨운 삶을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게 해주는 기술이 아닙니다.


- 존 폴킹혼, 『쿼크, 카오스, 그리스도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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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기독교 - 어떻게 공적 신앙을 실천할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 라이언 매커널리린츠 지음, 김명희 옮김 / IVP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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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청량감을 주는 파란 색으로 제작된 이 책은거의 같은 디자인에 컬러만 빨간 색으로 되어 있는 앞선 책 광장에 선 기독교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사실 원제부터가 앞선 책이 "A Public Faith"이고이 책은 “Public Faith in Action"으로 후속편이라는 느낌을 물씬 준다.


앞선 광장에 선 기독교가 공적 신앙의 의의와 정당성그리고 필요성 등에 관한 이론적 검토였다면이 책은 공적 신앙이 실제로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내용이다. 2부는 좀 더 구체적인 삶의 정황을, 3부는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성품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는 차이가 약간 있고.


물론 여기에 제안되고 있는 내용도 어느 정도는 원리적인 차원이긴 하지만그것이 제시되는 맥락이 워낙에 실제적인 상황이기에 각각의 사안에서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확실히 이 책보다 이론적인 성격이 더 강했던 전작에 비해 읽는 데도 훨씬 수월하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는 확실히 위축된 것 같다물론 이런 상황이 단지 지난 2년 동안 새롭게 나타난 건 아니고그보다 앞서 최소 십 수 년 동안 서서히 형성되었지만 확실히 사회 전방위적으로 이렇게 적대적인 반응을 마주한 건 최근의 일이다어떤 이들은 언론 탓정권 탓을 하지만그게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었을까?


로마 제국의 핍박을 받는 와중에도기독교인들은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기르고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그들을 죽이려 달려드는 로마의 군대들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적도 없었고묵묵히 자신들이 운명을 받아들였다오죽하면 일부 총독은 이들을 잡아 죽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할 황제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믿느냐만이 아니라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느냐다우리 안에 담긴 것을 보여주는 건우리의 손과 발이 행하는 일이니까하지만 이 일이 쉽지만은 않다악을 피하고 선을 따르라는 단편적인 조언으로는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복잡한 사안들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저자들의 결론이 절대적인 해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사실 일부 내용들의 경우 약간 애매한 느낌도 준다예컨대 평화주의에 관한 저자의 의견은러시아의 침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 닿을까물론 여기에 제안된 논의는 저자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개략적이고좀 더 깊은 논의로 들어가는 마중물에 해당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단지’ 이런 논의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점이다우리에겐 좀 더 많은 힘이 있고그 힘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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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비닐봉투를 금지했고

그 결과 종이봉투와 두툼한 가방인 ‘에코백’의 사용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닐봉투보다 더 많다는 데 있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비닐봉투는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고작 0.8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 마이클 셸런버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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