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
김종관 감독, 연우진 외 출연 / 미디어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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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다였나?


포스터에 매력적인 사진이 있어서 본 영화다. 모두 다섯 명의 인물 사진이 다섯 개의 층으로 쌓여있는 모양인데, 그 중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위에서 두 번째 단에 아이유의 사진이 있다.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오른 손으로 턱을 괸 채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머지 네 사람이 들어있는 단의 색상이 대체로 어두운데 반해 아이유의 단은 밝아서 유독 더 그렇다.


그러면 이 영화는 아이유가 주연을 맡은 것일까?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유는 주연급도 아니었고, 심지어 영화 내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 초반 주인공 창석(연우진)이 카페에서 만난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무슨 소개팅이라도 하는 줄 알았던 상대가 알고 보니 치매에 걸린 어머니였다는.... 이 장면을 끝으로 아이유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나중에 영화 설명을 보면 아이유는 ‘우정출연’이었다고 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영화는 전체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몇 년 만에 귀국한 소설가 창석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치매에 걸린 자신의 어머니와 안면이 있는 사진작가와 출판사 담당자와 바텐더, 그리고 전화 속 전처까지. 그리고 감독은 이 과정을 꽤 분위기 있는 색깔로 묘사한다.


다만 그 만남과 헤어짐에 어떤 영화적, 그리고 서사적 의미가 있는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 않던가. 적어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이런 만남들을 모았다면,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단지 파편적인 것만이 아니라, 어떤 일관된 흐름 안에 있어야 했고.


하지만 그게 보이지 않는다. 각각의 이야기가 그걸 보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놓고서도 뭘 말하려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뭔가 즐거워하는 관음증이 있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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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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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의 책이다. 그다지 철학에 조예가 없는 나지만, 그래도 벌써 이 저자의 책을 몇 권쯤 읽어본 것 같다. 고전 철학자들처럼 뭔가 거대한 체계를 쌓거나 하지는 않지만, 현대인들이 익숙하게 마주하는 현상들을 철학적 언어로 설명하고 풀어내는 데 꽤 능력이 있는 저자다.


이번 책에서는 “디지털화”라는 주제를 다룬다. 기술발전이 계속되면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는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이제는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일상적인 일들을 다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기술과 시대상의 변화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을까? 저자는 디지털화가 세계를 탈사물화하고 탈신체화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0과 1의 숫자로 변환 가능한 시대에 더 이상 사물은 애초에 그것이 가지고 있었던 본래적 ‘가치’보다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쓰임’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면 이렇다. 사진이라는 게 있다. 그것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는 기계로 여겨질 정도로 신기한 물건이었다. 오래되어 빛바랜 사진은 그것이 처음 인화되었을 때와는 다른 또 다른 감상과 정취를 느끼게 만들어주는 사물이기도 하다. 사진작가들은 단순히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복사해 옮기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있는 무엇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진들, 주로 휴대폰으로 찍은 셀피들은 어떤가? 한 자리에서 수십, 수백 장씩 찍은 사진들은 단지 그 순간만을 위해 소비된다. 휴대폰 사진첩에 수천 장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다고 해서, 어디 그걸 다시 되돌아보는 사람이 있던가? 그건 더 이상 사진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사물이 아니라 그저 정보의 덩어리에 불과하게 되어버린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현대인들은 사물을 오직 스마트폰을 통해서 경험한다. 스마트폰을 건드리고 쓰다듬는 동작은 거의 예배와 맞먹는 몸짓(35)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된 세계는 실제 세계와는 다르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건 실제의 사물이나 대상이 아니라, 오직 내가 원하는 것으로서의 사물(즉 나의 기호, 나 자신)일 뿐이다. 저자는 그래서 스마트폰이 “자폐적 대상들”과 비슷하다고도 말한다(46).


오늘날 사람들은 관계 역시 디지털로 이어가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관계를 저해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84). 우리는 서로 접속해 있을 뿐, 실제로 만남을 갖지는 못한다. 한 때 온라인 소개팅이 유행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런 관계는 관계라고 부를 수 없는 마주침에 불과하다. 디지털을 이용한 접속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강한 결속, 특히 서로를 향한 충성의 마음에 기반한 단단한 관계와는 전혀 다르다.


어쩌면 요새 일종의 밈처럼 떠도는 MZ세대의 극도의 이기주의적 성향은 이런 디지털 문화의 최종적 결말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상대방을 차단할 수 있는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어폰을 끼고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내 스케쥴에 따라 관계를 오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답이지 않겠는가.


군데군데 눈에 와서 박히는 문장들이 제법 있다.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실을 보며 불안을 느끼는 학자의 시선은 공감이 간다. 다만 이게 디지털화를 보는 유일한 시선은 아닐 수 있다는 건 기억해야 할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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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동네 닭갈비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숯불닭갈비라고 써 있긴 했는데, 점심에는 안 한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점심특선 철판닭갈비 세트를 주문했다. 강남 한복판 테헤란로 오피스 건물이 즐비한 동네인지라 점심이면 직장인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와서 그런지, 조리는 거의 끝난 상태로 음식이 나왔고 그냥 살짝 데워 먹는 수준. 뭐 음식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점심 시간 끝물에 식당에 들어가서인지 우리 테이블까지 포함해서 네 테이블만 차 있었다.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금세 음식을 가지고 나왔고 불 위에서 몇 번 휘저으시면서 친근하게 말을 거신다. 그런데 내용이 좀...ㅋㅋ

요지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줘야 해서 장사를 해 봐야 남는 게 없다는 거다. (그걸 갑자기 왜 나에게...) 그렇게 자꾸 임금을 올리면 차라리 장사 시간을 줄이는 게 이익이라고, 그래서 자신은 주말에도 가게 문을 열고 싶은데 열 수가 없단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도 (돈 벌 시간이 줄어드니) 손해가 아니냐고 열변을 토하신다. 내가 반응이 썩 미지근 했는지, 다른 테이블로 가서 또 같은 이야기를 쏟아내신다.(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로도 옮겨간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봐도 내가 누구 월급 줄 사장처럼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 굳이 나에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여기 강남 한복판에서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시려면 대충 임대료도 다른 데에 비해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가게 수입감소가 과연 최저임금, 주휴수당 때문에 감소하는 거 맞나? 임대료가 훨씬 문제일 것 같은데? 그리고 최저임금 아직 시간 당 만원도 안 되지 않나?

어차피 이 동네는 주로 직장인 장사를 하는 곳들이고, 주말이면 대부분 사무실들은 문을 닫아서 직장인들이 올 필요가 없다.(실제로 주말엔 동네가 평화롭다) 문을 열었다고 해서 놀러오는 사람들이나 동네 주민 조금 있을 텐데, 뭔가 놀려고 한다면 굳이 선릉역쪽보다는 강남역이나 삼성역 쪽을 선택하지 않나. 애초에 상권 분석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계산을 해봐도 좀 허술하다.

문제는 그러니까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되고, 이재명이 되면 안되고로 이어지는 사고회로를 돌리신다는 건데.... 아.. 이런 분들도 한 표를 갖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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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하나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기록을 볼 때,

그분이 우리를 꾸짖고 책망하신 적은 자주 있지만

우리를 경멸하신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은 가장 깊고 가장 비극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사랑하여,

황송할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해주셨습니다.


- 캐스린 린즈쿡, 『C. S. 루이스와 기독교 세계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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