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 1400년 중동의 역사와 문화가 단숨에 이해되는
존 톨란 지음, 박효은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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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를 쓰는 건 쉽지 않다. 이미 모든 일들이 일어난 후에 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사건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차근차근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꽤 멀리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다른 사건들도 있고.


하나의 나라, 혹은 집단의 역사만 봐도 그럴 텐데, 이 책은 그보다 어려운 작업을 시도한다. 이슬람의 역사.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운동을 다루는 것부터가 쉽지 않지만, 역사적으로도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를, 아랍인과 베르베르인, 유대인, 페르시아인, 몽골인 등등 수많은 인종집단까지 포함된다. 이걸 책 한 권에 담는다고?




물론 이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선별과 편집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슬람의 탄생과 초기 무함마드의 계승자들,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왕조로 이어지는 시대는 그래도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기술할 수 있었지만, 아바스 왕조 후기 각 지역의 다양한 (사실상의) 독립 세력들까지는 아쉽게도 설명이 거의 생략되어 있다.


어쩔 수 없는 면이긴 한데, 전성기 이슬람 제국의 영역이 북아프리카 전역과 이베리아 반도,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을 아울렀고, 오스만 제국은 여기에 아나톨리아 반도와 그리스 지역까지 더했으니까. 당시의 통신과 교통 수단을 생각한다면, 한 명의 절대군주가 이 모든 영역을 다스리는 건 불가능하다. 자연히 수많은 지역 통치자들에게 권력을 위임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인물들이 하나둘 나오기 마련이고, 사실상 독립 왕조가 생기는 일의 반복이다. 그 모든 내용을 다루려면 따로 책 한 권이 필요할 것이고.


앞서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온갖 것들을 찾아봤는데, 그래도 이 한 권에 꽤 충실히 담겨 있다. 일부 내용은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도 했으니 꽤 알차기도 하고. 제목처럼 “세상 친절한”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경우엔 꽤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현대 이슬람 세계의 다양한 모습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오늘날 이슬람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한쪽은 이른바 이슬람포비아라고 부를 만한 혐오정서로, 이슬람과 테러를 거의 동일시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이슬람에 씌워진 그런 혐오를 벗겨내기 위해서, “원래 이슬람은 평화적이고 인권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물론 진실은 양측의 주장 가운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애초에 한두 명의 사람들이 아니라 수십 억 명이 이슬람의 깃발 아래 있는데, 그들의 성격을 한 가지로 정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그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 이 문제는 “역사”를 더듬어 봐야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검토해 본 이슬람은 평화의 시기도 있었으나, 적지 않은 시기는 분열과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강경파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고,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코란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꽤 이른 시기부터 자기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하고, 취사선택을 했으니까).


많이들 꺼내는, 십자군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핑계도 사실 근거가 약하다. 십자군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슬람 제국의 확장과 공세, 그리고 파괴적 행동들은 존재해 왔으니까. 그리고 십자군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였던 알 하킴이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를 파괴하는 등 기존의 관행을 무시한 만행을 저질러서였다.


당장에 서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우리를 모르니까. 다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미 있었던 일을 충분히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과거에 있었던 일의 결과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어보는 건 충분히 좋은 시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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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추억.


올해 초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반가웠다. 그 제목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작품이니 말이다. 전화선에 연결한 모뎀을 통해(덕분에 전화요금 폭탄이 터지는 일도 종종..) PC통신 시절,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초창기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연재되기 시작해서, 책으로 출판되고 공전의 히트를 쳤던 바로 그 작품.


나도 그 PC통신시대의 끝자락에 닿았지만, 이 작품을 본 건 책으로 출판된 이후였다. 한 편 한 편 보기 시작하던 것이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등등 전 시리즈를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수년 전에 그 책들이 재출간 되었을 때도 반갑게 읽었었고.


이 영화가 나왔을 때도 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샌 좀처럼 영화 한 편에 집중할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해서 놓쳤다. 결국 OTT를 이용해서 이렇게 보게 되었고.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여러 모습들을 영상화해서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한 느낌.





생각보다 괜찮았던 퀄리티.


사실 퇴마록이라는 작품은 오래 전 실사 영화로 한 번 만들어졌던 적이 있었다.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 같은 쟁쟁한(다만 영화가 제작될 당시에는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었지만, (아마도) 그 땐 기술적 한계로 졸작이 되고 말았었다. 그래도 팬심으로 보긴 했는데, 워낙 좋아했던 배우들이기도(특히 추상미 배우!) 했고..


아무튼 그 덕분에 이 작품도 살짝 우려가 됐지만, 막상 보니 걱정했던 것보단 훨씬 잘 빠진 것 같다. 그래픽도 꽤 좋은 퀄리티이고, 애니메이션화 하면서 소설 속 다양한 특수 능력들을 큰 제한 없이 그려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야기의 구성도 원작을 적절하게 소화해 내서, 소설을 보지 않았던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고. 영화의 첫 편인지라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승희가 출현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큰 지장을 주는 건 아니었다.


영화의 내용상 이번 한 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후속편은 극장에서 한 번 보고 싶다.





아쉬운 건.


원작 자체가 워낙에 대작인지라, 또 주요 에피소드는 영화 한 편에 다 담기에는 조금 내용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각색된 면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부분이 원작의 팬들에게는 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부분이 다를 테니까.


그래서 이런 영화는 드라마 형태로, 대신 한 편의 상영시간을 좀 줄여서 이야기를 좀 더 길게 빼주면 어떨까 싶은 욕심도 좀 들긴 한다. 물론 이게 돈이 문제인 거고,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을 했다면 고려해 볼 수 있을 만한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상영관에서 그렇게 흥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한국영화계가 폭망한 해이기도 했다는 게 아쉽.


사실 올해 히트했던 케데헌보다 (참고로 전편을 보지는 못했다) 훨씬 내용도 풍성하고, 이야깃거리도 많다고 보는 영화이니, 넷플릭스 같은 데서 돈을 좀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꿈도 꿔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부디 제작사가 후속편들을 계속 낼 수 있도록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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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2-12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퇴마록 팬이라 시리즈 다 읽었는데 이후 추가로 번외편이 한두권 더 나온거 같더군요.그리고 퇴마록의 경우 장르 특성상 실사화시 CG처리가 많이 들어가 제재비가 폭등해서 힘들겁니다.그러니 퇴마록은 실사영화보다 애니가 맞는데 이것도 대하장편이라 애니영화보단 시리즈제작이 맞는데 국내에서 애니제작에 투자할 곳이 없어보입니다.제일 좋은 방법은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것이정답일거 같아요^^;;;;;

노란가방 2025-12-12 22:07   좋아요 0 | URL
세상에.. 퇴마록 팬이셨군요!!
 


우리는 언제든 스스로 자신의 방향과 결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생각은 신경 경로를 확립시켰고,

바로 그 신경 경로가 우리가 갈 방향을 결정한다.

이것이 누구나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 다른 결정을 내린 경험이 있는 이유이다.

확립된 생각 패턴이 우리의 행동을 이끌고 있지만

우리는 이 과정을 과소평가하곤 한다.

결정의 패턴을 바꾸는 방법은 시간을 내서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생각을 바꿔 신경 경로를 재조정해야 한다.


- 카일 아이들먼, 『그리스도인의 생각 사용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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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기도 - 기도할 수 없는데 기도한 한 사람 이야기
서진교 지음 / 아가페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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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로 실려 있는 “기도할 수 없는데 기도한 한 사람”이란 중의적인 표현이다. 하나는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누가복음 2장의 “안나”이고, 다른 한 명은 저자 자신을 가리킨다. 책은 기본적으로 안나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워낙에 본문 자제가 짧은 안나 이야기보다는 저자 자신이 경험한 일들에 대한 소개와 간증이 좀 더 많은 페이지를 채운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한두 번 같은 행사에 참여해서 가까이서 본 적은 있지만, 대화를 해 본 경험은 없고, 책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 기독교채널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많이 알린 듯한데, 책 곳곳에 실려 있는 개인사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일들을 결국은 극복해 내고, 여기에 신앙의 힘이 있었다는 간증이라면, 그리고 지금도 단순히 성공주의 신화팔이가 아니라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꽤 읽어볼 만한 책이겠다 싶다.





제목에도 나오듯, 이 책의 주제는 “기도”이다. 앞서도 언급했던 안나의 이야기를 도입으로 사용하지만, 그보다는 저자가 경험한 수많은 기도의 능력에 대한 간증들이 잔뜩 실려 있다. 결혼한 지 몇 년 만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수십 년을 성전에서 기도했던 안나의 모습에서, 저자는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삶을 읽어낸다.


책 전반에 걸쳐서 저자는 여전히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 특별히 고난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그로 인해 우리의 고난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로서의 기도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막막해 보이는 상황 가운데서 힘써 기도하는 사람들을 통해 일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 다시금 독자를 기도의 자리로 이끄는 힘이 있다.






사실 기도는 잘 티가 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실제로는 잘 기도하지 않으면서) 기도해 주겠다는 “인사치레”를 쉽게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기도를 소홀히 하면서도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과시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예수님이 극혐하셨던 모습이다), 내가 기도를 하고 일을 하는지, 그저 일에 몰입되어 있을 뿐인지 알 도리가 없다.


기도는 어떤 공식을 따르는 일이 아니다. 마치 낚시처럼, 적당한 도구와 미끼와, 자리까지는 안내해 줄 수 있으나, 고기를 낚아채는 손기술은, 어느 정도 줄을 감고 당기고 해야 하는지는 직접 해보며 익혀야 한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좀 막막할 수 있지만, 그런 어려움 또한 기도를 배우는 과정일 것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능숙하게 기도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저자의 기도에 대한 관점은 다분히 어린 시절 경험했던 순복음교단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여기 실린 기도가 기도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신학적 원리를 따르든, 기도는 신자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기도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여기 나온 다양한 기도의 사례를 붙잡고 우선 기도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는 내 뜻을 하나님께 강요하는 기도가 아니라, 그분의 뜻을 구하는 기도가 참 중요한 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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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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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서울대학병원에서 종양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교수다. 물론 다른 의사들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암을 주로 다루는 종양내과라는 특성상 죽음을 꽤나 자주 가까이에서 겪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식이니까, 그 과정에서의 감정적 변화라든지, 환자의 상태가 꽤 크게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책은 저자가 의사로 살아가면서 만났던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결국에는 죽음으로 끝난 치료 과정이었던 이들도 있고, 몇몇은 다행히 완치가 되어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책으로 엮으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모았겠지만, 확실히 죽음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모양은 아니구나 싶다.


끝까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환자나 가족)이 있는가 하면, 소위 “죽을 날짜”를 받아 놓고서도 가족과 함께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이들도 있다. 저자의 환자였던 한 택시기사는, 암에서 나은 후 덤으로 사는 인생에 감사하며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게 되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기대여명이 1년도 남지 않은 한 젊은 여성 환자에게서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에피소드에서는 찡하기도 하다. 버킷 리스트 달성을 위해 서핑을 배우러 나갔다가, 서핑 강사와 결혼까지 이른 것이다. 물론 남편도 아내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쳤다고 묘사한다.






책 전반부가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들이라면, 후반부는 의료계의 상황에 대한 조금은 안타까움을 담은 내용들이다. 한 명의 의사가 한 달간 6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에게 환자 한 명은 600명 중 하나이지만, 환자에게 의사는 어쩌면 유일한 한 명이라는 이야기는 저자에게 작은 충격이었다.


자신의 제자였던 젊은 의사에게 문진을 받으면서, 그 의사가 단 한 번도 눈을 환자에게 돌리지 않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걸 보면서 씁쓸해 하는 저자지만,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한다. 어떻게든 환자의 숨을 붙여놓는 것이 절대적 사명인 상황에서, 뻔히 죽을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젊은 인턴과, 그에게 ‘살살 하라’고 충고하는 주치의의 상황은 답답하기도 하다. 그걸 ‘쇼피알’이라고 부른단다. (쇼+CPR)


또, 치료로 인해 병세가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에 대한 완화의료가 여전히 대접을 받지 못하고, 어떻게든 항암치료로만 내몰리는 (보호자에 의해서, 또, 그래야 돈이 되니까) 상황에 대한 지적도 보이고. 이런 내용은 이미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양한 책들에서도 지적되지만, 존엄함 죽음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먼 것 같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찬송가 중에서 특별히 마음을 울리는, 그래서 좋아하는 곡들은 대부분 흔히 “장례 찬송”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고(살다보면 이 당연한 진리를 잊고서 눈앞의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동시에 새로운 소망을 품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어쩌면 이 세상에서의 삶은 일종의 준비운동쯤일 수도 있다).


가끔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을 읽는 것도 좋다. 책 속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음을 인식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은 불만들, 내 뜻대로만 돌아가지 않는 현실들, 불안과 염려를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 이 책도 썩 괜찮다.


언뜻 드러나는 문장으로만 보면, 저자가 살뜰히 사람들을 챙기고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지만, 그리고 공치사를 굉장히 쑥스러워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의사로 살려는 고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쓴 책은 확실히 읽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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