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20
조한상 지음 / 책세상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따라서 무엇이 공공복리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확인의 권한은

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요약 。。。。。。。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공공성’이 무엇인지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려 보고자 시도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지극히 ‘교과서적’으로 설명되고 있어서, 우선 어원을 근거로 ‘공공성’이 갖는 특징을 찾아보고자 한 뒤(1장), 여기에 근거해 시민사회와 국가, 언론이 어떻게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유지시키는 데 기여하는 지에 관해, 그리고 이런 기능들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들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를 강의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2. 감상평 。。。。。。。

 

     책 소개 글에서 좀 과하게 필을 받았다. 마치 ‘공공성’이라는, 손에 잡힐 듯하면서 쉽게 잡히지 않는 개념을 대번에 정리해 줄 것처럼 소개되어 있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 좀처럼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개념’(책 뒷면 소개 글에 나온 문구다)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저자의 전공을 드러내 주듯, 각각의 개념들과 상호작용에 개입되는 법률 조항들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어 필요할 때 찾아보기에 좋을 듯하다.

     전반적으로 무슨 대학 교양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저자가 뭘 말하려는 지는 대충 알겠는데, 주제를 향해 한발씩 접근하기보다는 빙빙 돌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주제에 관한 선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는 약간 어렵게 다가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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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라 불리는 서울 한 복판 용산에서

대책없는 철거로 인해 살길이 막막해진 사람들이

철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쥐꼬리 만한 보상금을 던져주고 나가라고 윽박지르며

진압봉과 살수차로 무장한 경찰들을 보내 내어 쫓았다.

결국 시민 네 명이 죽었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실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은 내어 쫓고,

그 자리에는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깨끗하고' '폼 나는' 건물들을 짓는다.

경제는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시가지는 깨끗하게 된다.

그러나 그 뒷면에서는 사람들이 마치 쓰레기인 양 살수차로 청소되고, 끌어내진다.

  

이들에게 극빈층은 그 자신의 의지와 능력의 부족을 의미할 뿐이지만

사실은 국가에 의한 폭력과 가진 자들의 욕심이 그들을 만든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구조적 특성은 족히 3~40%의 국민을 극빈층으로 만드는 데 있다.

칠레, 폴란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가 바로 그런 문제를 겪었지만,

그래서 수 십,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시장만능주의자, 돈을 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의 눈에는

높은 건물과 매끈한 자동차, 값비싼 음식과 양복만 보이고 경제 발전이라고 박수를 친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매우 중요한 시점을 살고 있다.

아마도 10년 뒤 사람들은 지금을 이렇게 기억할 것이다.

그 때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망하기 시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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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자서전
김인숙 지음 / 창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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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기억은 훼손되지 않은 채, 혹은 못한 채 아예 ‘종신’이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혹은 훼손조차 기억이 된다는 걸……

 

1. 줄거리 。。。。。。。

 

     김인숙 작가가 쓴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돈을 위해 원치 않는 사람의 자서전을 써야 하는 한 여성 작가의 이야기(「그 여자의 자서전」), 학창시절 모두가 가까이 가고 싶어 하지 않았던 동기를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여자의 이야기(「숨은 샘」), 어렸을 때 본 공개처형 사건에 대한 기억으로 평생을 괴로워하는 아버지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가려고 바라지 않는 결혼까지도 감수하는 그의 딸 이야기(「바다와 나비」), 사랑했던 여자의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이국땅에서 괴로워하는 한 사내의 이야기(「감옥의 뜰」), 자신의 의심으로 결국 떠나버린 한 여자에 대한 기억으로 슬퍼하는 트럭 운전사의 이야기(「밤의 고속도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서만 살아오신, 이제는 너무 늙고 쇠약해진 어머니와 함께 3박 4일간의 짧은 여행을 떠난 딸의 이야기(「짧은 여행」), 공사장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남편과 자신을 볼 때마다 신경질을 부리는 시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모텔에서 청소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모텔 알프스」), 한창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결국 정체되어버린 한 전직 성우이자 이제는 베이비 시터가 된 어떤 여자의 이야기(「빨간 풍선」)가 담겨있다.


 

2. 감상평 。。。。。。。

 

     여덟 편의 소설을 읽었는데도 서평을 쓰려고 마음먹은 순간, 각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구분이 안 됐다. 각각의 소설을 발표한 지면도, 연대도 달랐지만 그만큼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책의 표지색처럼 미묘한 블루. 우울함, 상실감,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는 그 쓴맛이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읽는 김인숙의 작품이었는데, 이전에 읽었던 여류 작가들인 신경숙이나 공지영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좀 더 감상적이고, 좀 더 사색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공지영 식의 사랑중독증에 빠진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않고, 최근에 나온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폭넓은 공감을 유도하는 공통의 애틋함을 다루고 있지도 않았다. 물론 한 권만 가지고 전체를 다 평가하기란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자신만의 생각에 깊이 빠져있다.

     바로 이 점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답답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여덟 편이나 되는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구도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 혼자서 생각하고, 느끼고, 해석하고, 경험하고 있었다. 모두가 ‘평균 이상’의 호사를 부리며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결같이 ‘비참한’ 상황에 빠져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을 하지 못하는 그들은 철저히 외로웠고, 결국 그런 외로움은 인물들 자신들을 파괴하는 모습으로 진전될만한 위태함을 보여준다.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지 ‘너와 나’로만 치환해버리는 현대인들이 겪는 가장 일상적인 질병 중 하나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은, 그리고 그 병이 깊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자기 살해라는 끔찍한 일이라는 것은 무엇을 보여주는 걸까. 결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라는, 건전한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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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때문에 본의 아니게 몇 개월 동안 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의사나 간호사 지망생을 빼고는 누가 병원 생활을 좋아할까만은,
나도 역시 그 때의 경험은 다시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어지간히 몸이 고단하기도 했거니와,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 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기분 나쁜 면을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지금 쓰려고 하는 '없는 사람 취급하기'다.

 

병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몇 달씩 병이 지속될 경우 환자는 물론 그 주위 사람들도 서서히 지쳐가게 된다.
더구나 그 병이 언제 나을 지 기한이 없다면 이제 조건은 거의 다 갖춰진다.





상황 1.
환자는 오랜 병으로 쇠약해진 상태.
환자의 친구가 문병을 와서 환자의 다리를 잡고 말한다.
"아이고 이거.. 이래서 걸을 수나 있겠어?"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란 건 안다.
(어쩌면 그냥 자신의 무심함을 드러내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그 말을 오랜 침대 생활로 다리에 힘이 없어
어쩌면 다시 걷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그래서 겨우 희망을 주며 격려를 해 놓은 환자에게 할 필요가 있을까?

 

상황 2.
심혈관질환(심장에 붙은 혈관에 문제가 있는 병) 환자들은
종종 가슴 부위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그 부위에 수술을 받은 후나 신체의 다른 이상이 있을 때 특히나 그렇다.
그렇게 통증이 생기면 간호사를 불러 의사의 처방을 요구하고,
간호사는 처방을 받아 적절한 약물을 투입한다.
문제는 이 통증이 일정치 않다는 데 있다.
항상 같은 처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통증이 일어날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있는 간호사로서는 매 순간 긴장을 해야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호출을 받고 가도 금방 진정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전달해도 '기다려보자'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환자가 통증을 호소해도
크게 여기지 않는 상태까지 이르게 된다는 데 있다.
환자가 일정 시간 안에 연속적으로 강한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이상
환자가 호출을 했다는 사실까지도 잊어버리는 것이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환자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
환자는 간호사의 머리속에서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없는 사람 취급하기.
줄여서 '무시'.
이것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대의 기분이나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거나,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척 하는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사실 여기에 의도적인지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이미 그런 태도가 체득화 되어 있다는 뜻일테니까.
대신 여기에는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한 가지 있는데,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사람이 그런 취급을 하는 사람에 비해 '약자'라는 것이다.
무시란 나보다 약한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강자의 태도이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을 무시할까?
가장 큰 이유는 손해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그 때문에 내 시간과 여유를 사용하기 싫다는 말일 뿐이다.
비슷한 이유로 '나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라는 것도 있다.
결국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버릴 수도 있다는 태도이다.

 

무시를 하는 또 한 가지의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적어도 '직접적 논란'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조롱이나 공격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무시는 암묵적으로 용납이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무시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명예나 품위를 지키면서 손해까지 보지 않을 수 있는
경제적으로 아주 효율적인 태도가 '무시'이다.





최초의 얼마간을 예외로 한다면, 인간은 항상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다.
무시는 그런 삶의 방식을 뒷면으로(정면으로의 반대말?) 거부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그나마 어느 정도 선을 강제할 수 있는 요소가
'다른 사람의 눈', 즉 명예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인데,
무시란 그 보이지 않는 고리 마저 끊어버리는 강력한 도구다.
무시가 일반화 된 공동체는 더이상 공동체가 아니다.
당연히 (경제적, 정치적, 물리적) 힘이 센 놈만 잘살게 된다.
약육강식의 비인간적 세상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은 내 의식 속에서 그의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극적인 의미지만, 인격적인 살인이다.
그것도 절대로 처벌받지 않는 살인 말이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일일히 반응을 보여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어지간히 우리를 소진시키는 일이기도 할 뿐더러,
종종 단지 우리를 귀찮게 할 목적으로 요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정도의 구분이나 판단마저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나 우리 자신에게나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을 의식 속에서 제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아파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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