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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서는 단순하게 일합니다
박지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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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락이 있긴 하지만 애플이라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주식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리뷰를 쓰는 날 기준으로 5일 전 뉴스로 확인). 흔히 줄여서 ‘맥’이라고도 하는 매킨토시라는 이름의 PC,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는 아이팟이라는 이름의 개인 음악재생장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 즈음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과 그 주변기기들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사실 비슷한 일을 하는 기업은 여럿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중국의 샤오미나 오포, 미국의 MS나, 캐나다의 블랙베리, 유럽에는 모토로라도 있고. 그런데 왜 다른 기업들은 애플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할까? 단순히 디자인이나 성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그 기업에는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부분에 관한 이야기다. 다양한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애플에서도 4년간 신뢰성 부문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애플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에 관해 분석하는 내용.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선 조직의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사업부 별로 조직을 하기 마련이다. 휴대폰 사업부, PC 사업부, 웨어러블 기기 사업부 같은 식으로. 하지만 애플은 기증별로 부서를 나눈다. 디자인 부서, 디스플레이 부서 하는 식이다. 그리고 각 부서 안에 각 사업을 담당하는 하위 부서들이 존재한다.


잡스는 기존의 방식은 각각의 사업부 별로 단기적인 실적을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되지만, 기능별로 나눌 경우, 하나의 파트에서 일어나는 혁신이 전체 조직의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즉, 당장의 돈벌이보다 더 큰 혁신이 우선이라는 것. 자연히 이런 태도는 기업의 운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또, 애플에서는 회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단지 자주 회의를 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회의에서 토의할 내용을 굉장히 신경 써서 준비하고, 어떻게든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이 맡은 파트는 물론 포괄적인 공정 전반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고, 서로 다른 파트끼리 치열하게 서로의 미비한 점을 지적하고, 해답을 요구한다.


당연히 애플에서 어설픈 사람, 단지 이제까지 해오던 대로만 일하는 사람은 버텨내지 못한다. 애플의 가장 중요한 분위기는 완벽주의다. 실제로 이런 부분 때문에 애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애플에서 1년 일하는 것이 다른 회사에서 몇 년을 일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압박감이 있다는 식의 말들이 많은가 보다. 그럼직 한 내용.


물론 그런 회사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이기도 할 테고, 이 책의 저자처럼 이후 이직을 할 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에 앞서 그곳에서 일하는 기간이 자기 계발을 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도 분명하고.





대부분의 일이라는 건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힘을 필요로 한다.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말인데, 은근 이 부분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나를 포함해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내거나, 그저 내 고집만 부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수만 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는 애플 같은 대기업에서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그야말로 회사로서는 엄청난 손실이다. 모두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회사의 문화를 만들고, 일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하는 건 확실히 큰일이다.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좋은 통찰들을 여럿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다.(원 페이지로 어떻게 회의에서 발표를 해야 할지 요령을 알려주는 부분은 특히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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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나 전문 연구자로서, 

말하자면 영적인 분야가 자신의 일상적인 직업이 아님에도 

거기에 깊이 관심을 갖는 경우라면 크게 환영할 일입니다. 

사도 바울의 직업은 장막장이였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가 일치하는 경우라면, 

나는 아마 위험요소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직업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과 직업적 야망을 충족시켜 가는 즐거움을 

영적인 발전이요 위로라고 착각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직자들이 종종 이 부분에서 

함정에 걸려든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 쉘던 베너컨, 『잔인한 자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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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 선생님의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병원에 갔다 하면 아무리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 해도

안락사를 시켜주지 않고

주삿바늘 찌를 살덩이가 남아 있으면

언제까지고 억지로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을

이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최후의 결정은 의학이 하는 것이고,

의학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끝까지 막으려 한다는 것을.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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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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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불안과 혼돈에 빠진 작가가 자신의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롤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가 찾아낸 우상은 19세기 중반에 태어나 20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데이비드 스탄 조던이라는 인물이었다. 작은 것에 집착하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매우 중요했던 인물. 무신론적 유물론을 갖고 있었고(작가는 이 모든 것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조직화 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별히 어류 분류학에 큰 업적을 남기기도 했고, 미국 서부의 중요한 대학교인 스탠퍼드의 초대 총장에까지 오른다. 이름을 붙이고, 분류를 한다는 것은 그것을 내가 완전히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 작가는 데이비드의 그런 업적에서 자신을 둘러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요령을 배우기를 원했던 것 같다.


책 중간중간 작가 자신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소개되는데, 소심하고 불안했던 그녀는 독립해서 생활하던 중 한 남자와 만나 동거를 시작한다. 내용의 흐름상 분명 남자에 대한 호감이 남아 있는 동안, 술집에서 만난 한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 그녀의 성적지향은 뒤로 미루고서라도 분명 바람을 피운 건데, 남자는 결국 그런 작가를 떠난다. 그런데 또 여기에서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인 작가는 남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여자와의 관계는 끊지 않은 채) 자신의 불안감을 잠재워줄 데이비드에게 더욱 집착을 한다. 이 뭔....





데이비드는 확실히 대단한 자기애의 소유자였다. 첫 아내가 죽고, 사랑하던 아이가 죽은 뒤에도 곧 재혼을 하고 또 다른 아이를 낳았다. 그의 총장으로서의 경영은 매우 독재적이었고, 측근들만을 교수진에 고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류 분류학에 관한 그의 업적은 탁월했고, 1906년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지진으로 그가 만들어 놓은 어류 표본들이 죄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망가졌을 때에도, 그는 다시 하나씩 그 표본을 복구할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작가가 데이비드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알아갈수록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어두운 모습이 점점 더 드러났다. 그는 우생학에 대한 열렬한 신봉자였고, “좋은 인종”을 남기는 것이 과학적으로 옳다는 맹신에 빠져서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불임수술을 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데이비드에 대한 막연했던 동경을 점차 포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스탠퍼드의 공동설립자였던 제인 스탠퍼드의 독살의혹에 개입되어 있다는 내용까지 나오면서 이 철회는 결정적이 된다. 그는 그냥 고집센 악당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이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데이비드를 보내주는(?) 것이 성에 안 찼던 것인지, 저자는 책 말미,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실을 적어둔다. 현대의 새로운 분류학자들은 “어류”라는 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는 것(어류로 묶인 생물종들 간의 차이가 의외로 크다는 말로, 무슨 철학적인 의미는 아니다). 작가는 이로서 데이비드가 평생을 바쳐 해왔던 일들이 실은 아무 소용이 없는 헛일이었다고 한 방을 먹인다(물론 그는 진작 세상을 떠났지만).





결국 작가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애초에 우주가 단지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그 안에서 무슨 목적을 찾으려 하는 시도 자체가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여겨진다. 책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듯, 우주에는 어떤 계획도, 목적도 없다. 그 안에서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런 우주론적 전제 위에서 자기 존재의 특별함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어류의 분류학적 개념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데이비드의 노력을 비웃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애초에 분류학이라는 것 자체가 임의적 기준을 따라 만들어 낸 인공적인 구분이지 않았던가. 여기에 무슨 대단한 철학적 통찰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흐름의 최종 결과에는 인간과 동물, 생명체와 무생물 사이의 구분을 철폐하고, 나아가 우주의 의미를 부정하는 유물론의 공허함만 남게 될 뿐일 테니까.


책의 결말부에서 작가는 나름의 안정을 되찾는다. 이제 앞서의 남자를 잊고 새로 얻은 “아내”와 함께 자신을 모르는 새로운 동네에서의 삶을 하루하루 영위해 나간다. 일이 여기까지 와 보면 애초에 데이비드의 삶에 관한 그 몰입은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우리 삶의 어떤 문제들은 일정한 수준의 고생을 겪은 후에야 풀리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작가가 이제 우주의 모든 혼돈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안정을 얻었는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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