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바울만큼 중요한 사람도 많지 않다. 그는 기독교회가 팔레스타인의 신흥종교, 혹은 유대교의 작은 분파에 머물지 않고 지중해 세계 전체로 퍼져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바울이었다. 물론 그가 직접 방문해 보지 않은 곳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에 의한 교회 개척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 범위와 결과물에 있어서 바울은 단연코 가장 앞 자리에 있는 인물이다.
이 책은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들을 중심으로 바울의 행적을 재구성한 책이다. 기본적으로 성경의 내용이 베이스가 되지만, 여기에 역사적인 맥락과 지리적인 내용들, 그리고 성경의 진술들 사이의 빈 공간을 적절한 감각으로 채워 넣는 작업도 이어진다. 물론 여기에는 바울과 그 주변 인물들(적대적인 유대인 보수주의자들 같은)의 성격과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게 작용했고.
개인적으로는 한 지도를 보고 이 책을 계속 두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시아 남부 밤빌리아 해안을 그린 지도인데, 바울이 2차 전도여행 때 도착했던 도시 중 하나인 “버가”의 위치가 흥미롭다. 오늘날 지도에 따르면 버가는 내륙으로 깊이 들어간 곳이지만, 고대에는 무려 항구도시였다는 것(인근의 강에서 퇴적물이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해안선이 한참 남쪽으로 더 내려오게 되었다).
사실 비슷한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이었는데, 수많은 지도들을 보면서도 관성에 따라 떠올리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던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한 번씩 환기를 시켜주는 책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저자가 성경을 재구성 해 나가는 방식도, 과도하게 현대적인 관점을 우겨넣는 대신 좀 더 역사적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을 만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서 읽기에 편하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현대적인 해석도 들어가서 재미도 있고.
바울의 행적에 관한 좋은 텍스트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나중에 이 책의 내용으로 영상 시리즈를 하나 만들어 봐도 좋을 듯.
나는 과학과 기독교가 훌륭한 이성의 동반자인 반면,
과학과 무신론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과학은 일정 수준 물질세계와
인간의 정신 사이의 관계를 가정하고 연구한다.
이것을 믿지 않는다면 과학자는 어떤 연구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인과 관계도 무시한 채
확률이나 우연에 의한 기원만을 가정하는 무신론으로부터
더 이상 얻을 것은 없다.
- 존 레녹스, 『2084 :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중에서
인간 삶의 대부분은 행복을 위한 투쟁이다.
반면 고양이들 사이에서 행복은
그들 자신의 안녕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제거되면
그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것이 우리 중 많은 사람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
고양이는 태어날 때부터 지극한 행복을 갖고,
인간은 자주 그것을 획득하는 데 실패한다.
- 존 그레이, 『고양이 철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