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폐지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9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은 사물을 ‘꿰뚫어보는’ 일을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목적은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창문이 좋은 이유는 그 너머에 있는

거리나 정원이 불투명한 사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그 정원조차 꿰뚫어본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일 원리를 ‘꿰뚫어보려고’ 애쓰는 것은 소용없는 일입니다.

 

 

1. 요약 。。。。。。。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의 영국. 당시 영국에서는 실용주의와 증거주의(Evidentialism)에 입각한 교육이 유행세를 타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과학적’ 증거가 없는 것들은 사실이 아니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오직 인간 이성에 기초한 과학적 사실(요새 자주 들리는 ‘실체적 진실’이 떠오르는 건 왜...;)뿐이라는 ‘신념’이다.

     당연히 인간의 감성부에 해당하는 것들은 모두 무시되어야 한다. 감정이란 하나의 착각일 뿐이니 말이다. 시인들과 작가들은 허무맹랑한 말을 지어내는 사람들이고, 나아가 특정한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말조차 웃음꺼리가 될 뿐이다. 윤리는 과학에서 나오지 않으니까.

     저자인 C. S. 루이스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깊이 물고 늘어진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교육으로는 가슴은 없고 머리만 남은 인간을 만들 뿐이며, 결국 인간 폐지로 이어지는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2. 감상평 。。。。。。。

 

     영문학 전공자로서의 C. S. 루이스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책이다. 오랫동안 영문학 교수로 재직해왔기에 당시의 교육학의 동향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잘 파악하고 있었을 터. 여기에 논리적인 글쓰기 훈련까지 받아왔던 터라, 책 전체가 한 편의 잘 짜인 논리학 교과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루이스는 현대의 비인간성적 교육의 한계와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잘 지적하고 있다. 하늘을 경외하고 땅을 사랑하는 인간다운 인간보다는 자기 밥벌이에 소용되는 기술들만 배우는 기술자들만을 양산하는 현실. 여기에는 철저한 상대주의가 핵심 사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조도 한 몫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성공지향적 인간들로만 채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비록 70년 전에 쓰였지만 여전히 유효한 내용들을 갖고 있다.

 

     다음과 같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1. 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2. 교육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3. 기독교 세계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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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vs 폴 고갱 다빈치 art 8
브래들리 콜린스 지음, 이은희 옮김 / 다빈치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위인들의 역사는 비극이다.

그들의 작품이 널리 인정받을 때쯤 그들은 이미 산 자가 아니고,

평생 저항과 투쟁으로 억압받기 때문이다.”

  

1. 줄거리 。。。。。。。

 

     근대 서양미술계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명의 인물, 고흐와 고갱의 작품세계를 그들의 일생을 통해 조명해보려는 시도를 담고 있는 책이다. 프롤로그를 지나 2장과 3장은 각각 고흐와 고갱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4장부터 6장까지는 그 둘의 만남과 공동작업, 그리고 결별이 이루어진 시기를, 7장 에필로그에서는 그 이후 시기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2. 감상평 。。。。。。。

 

     나 같은 일반인들이 ‘그림’을 보기 어려워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즉 이해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다지 섬세하지도, 충분히 구상적(具象的)이지도 않은 그림들을 명작이라고 떠받드는가 하면, 종종 심각한 뒤틀림도 예술적 감상이라고 말하니 말이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들을 충분히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 최후의 만찬이나 다비드, 모나리자 같은 그림들이 아니고서는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말 그대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미술가와 그들의 작품세계를 다룬 책을 손에 드는 것은 썩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어려운 결정’을 한 끝에 손에 들고, 또 ‘어렵게’ 읽어낸 책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림이나 좀 보자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런 그림도 있구나 하는 정도만 돼도 나름대로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였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보다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책의 내용이 순수 ‘미학적’ 관점보다는 심리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각 화가의 실제의 삶과 그들의 그림들을 연결시킴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에 논리성을 부여하려는 이런 인문학적 시도에는 또 어느 정도 익숙하니까 말이다.

     책 한 권 읽고 얼마나 많이 알게 되었을까 만은, 고흐 특유의 거칠고 강렬한 그림과 고갱의 좀 더 부드러운 선과 색조 등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책 전반에 프로이트 이론에 근거한 심리학적 분석이 지나치게 두 화가의 삶을 해석하는 중요 열쇠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좀 눈에 거슬린다. 뭐만 나오면 그저 어렸을 적 어머니 때문이라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느니, 거세 모티브라느니 하니... 같은 얘기도 한 열 번 연속해 들으면 지겨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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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 전을 보러 가서, 아 미술치료를 하는 사람은 고흐,로 시작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눈에 거슬린다고 하시지만, 저는 또 그런 점들이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좋은 책 소개 잘 읽었습니다

노란가방 2007-12-21 23:48   좋아요 0 | URL
모든 걸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려는
프로이트의 근본적인 접근방식에 동의를 하지 않거든요. ^^

그림.. 좋아하시나봐요? ㅎㅎ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명박씨...

 

언론에서는 온통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고 뻥을 치지만....

 

자, 차분하게 계산을 해 보자.

 

 

 

16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70.8%

17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62.9%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은 48.9%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은 48.7%

(이명박 득표율은 노무현보다 낮다!!)

 

 

 

이 두 개의 수치를 곱하면

전체 유권자 중 얼마의 표를 얻었는지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34.6%

이명박 당선자는 30.6%

(이명박보다 노무현의 전체유권자대비 득표율이 높다!!)

 

 

 

전체 유권자의 수가 다르니까(좀 더 늘어났으니까)

그걸 계산하면 좀 다른 결과가 나올까?

 

16대 전체 유권자 수는 35,118,636명

17대 전체 유권자 수는 37,653,518명

17대가 250만 명 정도가 더 많다.

그렇다면 이명박 당선자가 좀 더 많은 수의 표를

얻었을 것 같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12,014,277표,

이명박 당선자는 11,483,312표.

오히려 이명박 당선자가 50만표 정도 적다.

 

 

 

 

다시 말해,

이명박 당선자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는 말은

2위와의 격차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이지,

실제로 전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보다 전체 유권자의 수가 더 늘었는데도

더 적은 수의 표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전체유권자 수 대비 득표율도 낮아졌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고?

뭐..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한 당선이기 때문에

그의 당선을 두고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새 당선자가 숫자의 착시현상에 빠져

흥청대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이전보다 더 적은 득표율을 획득했고,

이전보다 더 적은 수의 표로 당선되었다.

다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워낙에 지리멸렬했기에 두드러져 보이는 것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제 당선이 확실시 된 이후 한나라당 인사들의

당선요인분석 및 소감을 들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좀 더 겸손하게, 좀 더 진지하게 나설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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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2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런 분석이 신문에 실려야 하는데... 탁월한 분석에 강추!!

노란가방 2007-12-21 22:19   좋아요 0 | URL
감사.. ^^

얼음무지개 2007-12-2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곳저곳에서 이번 대선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군요. 그중 숫자로 뭔가를 확실하게 보여준 이글.. 재밌습니다..^^ 정말 탁월한 분석이십니다..

노란가방 2007-12-21 23:50   좋아요 0 | URL
탁월까지야..... ^^;;

꼭 누구를 비난하자는 글은 아니었지만...
신문이고 방송이고 온통 '전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찬양을 하니
괜히 심사가 뒤틀린게지요.. ㅋㅋ(제 성격이 좀 그래요..ㅋ;;)

웽스북스 2007-12-2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명박이 50% 지지를 얻었다,는 걸 인정하기가 싫어 꼭 30%의 지지,라고 말했었어요. 차점자와의 차이가 워낙 커서 더 대조효과가 컸던 거죠. 그런데 노무현의 지지율보다 낮았다는 건 생각을 못했었네요- 저도 재밌게 잘 읽었어요 ^^

노란가방 2007-12-21 23:52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글을 쓰다보니 그렇더라구요.

언론에서 아무도 얘기를 안하는 걸 보면
이(李) 당선자에게 누가 될 일(?)은
아예 말하지 말자고 기자실 복도에서 담합을 했는지도 모르죠.. ㅎㅎ


백년고독 2007-12-2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한 분석이십니다.^^

과반수의 퍼센트가 중요한게 아니라,
밝힐건 밝히고,
깔끔하고,
깨끗하고,
정당하게,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노란가방 2007-12-23 10:45   좋아요 0 | URL
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군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

Mephistopheles 2007-12-23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같던걸요..
당권분리쟁점화, 현직대통령에게 특검법 거부 수용까지..^^

노란가방 2007-12-23 10:47   좋아요 0 | URL
그것만 있나요..
인터넷 댓글 마음대로 삭제할 수 있는 법,
후보단일화 금지법도 추진한다는군요.
기자실 없앤다고 언론탄압한다고 하던 사람들은 이런건 왜 잠잠한지..
'언론'이 꼭 중앙일간지나 방송사들만 가리키는 말은 아닐텐데 말이죠.
 
유럽문명의 아버지 고선지 평전
지배선 지음 / 청아출판사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결과적으로 고선지의 탈라스 전투 패배는

서양 문물의 발전을 넘어 인류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 요약 。。。。。。。

 

     고구려가 당에게 망한 후 당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일부는 노예로 갖은 고생을 하다가 죽은 반면, 대조영 일행과 같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당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들도 제법 된다.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으니, 백제의 흑치상지처럼 당 정부 내에서 공을 세워 크게 이름을 떨친 경우다. 고선지라는 인물도 바로 그런 케이스다. 그의 성도 고구려의 후예임을 알 수 있는 고씨다.

     저자는 중국 측 역사서의 내용을 기초로 하되 서양의 학자들의 의견과 자신의 적절한 상상력을 더해 고선지라는 인물에 대한 전기를 완성했다.

 

 

2. 감상평 。。。。。。。

 

     고구려 출신의 이민족 장수가 당 제국 안에서 거의 중앙아시아 전역을 지배하는 자리에까지 올라갔다는데 고선지의 일대기의 의미가 있다. 거기에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까지 더해지면, 연구자들에게는 한 편쯤 글을 써 보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은 당연.

     하지만 시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사료다. 한 인물에 관한 모든 기록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어야 할 터. 저자는 이를 위해 중국 측 사서들을 제법 뒤져 얼마간의 글을 모았지만, 내 생각에는 사료 자체의 양이 워낙에 부족하고, 거기에 중국측 사가들의 왜곡까지 더해지면서 처음부터 온전한 평전을 쓰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

     필연적으로 저자의 상상력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 뭐 이것 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상상력이 또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면 그것 또한 문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고선지 장군의 업적은 최대한 부각시키고, 그에 대한 역사서의 부정적인 서술들은 모두다 그에 대한 시기나 편견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런 서술이 한 두 번이 아니라 책 전체에 걸쳐 나오고 있다면 좀 지루해질 만도 하다. 그러다보니 고선지 장군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대조영이나 장보고 같은 무결점 인물이라는 마네킹처럼 실감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물론 실제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여기에 글의 내용상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기 마련인데, 전술 등에 관한 저자의 부족한 통찰은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이를테면 적은 수의 군대로 단숨에 적의 심장부를 공략해 전체를 무력화 시키는 전술은 ‘전격작전’이라고 불려야 할 텐데, 저자는 계속해서 ‘게릴라 전술’이라고 쓰고 있다.(게릴라 전술은 주로 비정규군에 의한 소규모의 국지적 전투를 반복함으로써 적의 전반적인 전력을 소진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선지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새롭게 부각시켰다는 데서 이 책의 특별한 장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해발 6,000m를 넘어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만 명에 달하는 군사들을 이끌고 넘어 토번(오늘의 티베트)을 공략하고 인근 제국들을 영향권 아래 넣고, 결국 ‘안서도호부’의 총독에까지 이른 고구려 출신의 장군. 드라마로 제작해도 괜찮겠다. 결말이 비극이라는 점이 좀 안타깝긴 하겠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 고선지 장군이 ‘유럽문명의 아버지’라는 책의 제목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책을 잘 읽어보면 탈라스 전투에서 고선지 군이 대패를 하고, 그로 인해 끌려간 당의 장인들이 아랍세계에 종이 제작 기술 등 중국의 앞선 문명을 서양에 전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인데, 솔직히 좀 낯간지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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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차를 몰고 태안으로 가려는데 좀 막막하더라구요.

단체에 소속돼서 가는게 아니라 그냥 개인적으로들 가는 거라서

제대로 일은 할 수 있을지, 정확히 어디로 가야할 지...




장비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습니다.

같이 가기로 한 후배녀석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둔 게 있더군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릴 수 있는 방진복(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거요),

방진 마스크에 고무장갑까지.

덕분에 완전 무장을 하고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제가 간 곳은 꽃지 해수욕장 부근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직격탄을 맞은 곳은 아니라 그런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오염된 것 같지 않더라구요.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돌마다 작게는 몇 mm에서 크게는 몇 cm까지

검은 반점들이 묻어있더군요.




기름이 직접 덮친 건 아니지만

작게 부서진 기름 방울들이 찬 물을 만나서 굳어진 후 떠다니다가

밀물 때 해안 가까이 와서 돌들에 붙어버린 거죠.



문제는 햇볕을 받으면 그게 다 녹아서 흘러내린다는 것과

닦고 닦아도 밀물이 들어오면 다시 또 생긴다는 것,

그리고 워낙에 넓어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양이 매우 적다는 겁니다.



제가 가서 주로 한 일은

그 기름 똥들을 닦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이틀을 닦았지만 그래봤자 제가 한 일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봉사활동을 했다고 하기에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이번에 나가면서 정말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에 말한 것처럼 장비도 무료로 받았고,

도착해서는 그 근처 교회 분의 도움으로 숙박도 무료로 할 수 있었고,

인근 마을 부녀회에서 무료로 주신 뜨거운 김치국에 밥도 말아 먹어보고

눈에 비에, 우박에, 칼바람에 날씨는 참 궂었지만

여러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만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얼른 복구가 다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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