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면

일제강점기의 친일과 독립운동 등이

모두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들어오게 되고

당연히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냉정한 역사의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죠.

반면 정부가 수립된 해인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된 걸로 본다면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일제 강점기가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1948년 이전에 일어났던,

일제 강점기 동안의 친일 행위나 독립운동 등이

대한민국 역사가 아닌 것이 되고 마니까

친일파 등에 대한 논의가 어려워집니다.

건국이 1919년이냐 1948년이냐 하는 건 그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박주민, 『주민의 헌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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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캐스팅인데.


액션 쪽으로 잘 나가는 드웨인 존슨과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알려진 크리스 에반스, 그리고 할리우드의 중요한 여성 액션배우였던 루시 리우까지, 제법 잘 알려진 배우들이 잔뜩 등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각본이었을까, 연출이었을까.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표방한다. 산타클로스를 비롯한 각종 신비한 신화적 존재들이 실재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를 비밀리에 보호하기 위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는 설정 아래,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산타클로스(닉)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크리스마스 소동 이야기. 크게 보면 “나 홀로 집에” 류의 영화라고 봐도 좋다.(물론 그 규모는 훨씬 커졌지만)


닉을 경호하는 요인 드리프트 역의 드웨인 존슨과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채 해커로 살면서 닉이 납치되는 결정적인 자료를 빼내는 걸 도와주게 된, 그리고 이제 다시 닉을 찾아내기 위한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잭 역의 크리스 에반스. 이 둘의 케미가 얼마나 살아나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 재미와 감동을 제대로 버무려 내느냐가 영화의 관건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완전히 실패한 것 같다.


애초에 어린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고(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라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결국 어느 쪽도 제대로 된 타겟 설정이 안 된 느낌이니 흥행에 성공할 수가...





착한 아이, 나쁜 아이.


스포일러겠지만,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을 테니까(개봉 하자마자 본 나는..), 영화 속에서 닉을 납치한 그릴라라는 캐릭터는 분명 악역일 텐데, 그녀가 자신의 아들들과 함께 납치를 벌인 이유가 좀 그렇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데, 선물을 받지 못하는 나쁜 아이들의 목록도 작성되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나쁜 아이 목록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세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자각을 한 그릴라는, 산타를 납치해 그가 가진 신비한 힘을 이용해서 나쁜 아이들을 혼내 주기로 결심한다.(응?)


영화 속 닉의 경호를 맡았던 드리프트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을 그만 두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사뭇 그릴라와 비슷하다. 자신이(그리고 닉이)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감에 빠졌던 것이다. 아무리 선물을 줘도 세상은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의무감으로 납치된 닉을 구출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점차 나쁜 아이에 속할 것 같은 잭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잭의 아들이 보여주는 순수함에 감화된다는 이야기이지만, 그건 개인적 경험이고 여전히 세상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지 않던가.


문제는 여기에 있다. 오히려 그릴라나, 닉의 형으로 한때 동생과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일을 하다가 이제는 어둠의 세계에서 괴상한 부하들과 함께 즐기고 있는 그람푸스 같은 존재들이 말하는 진단에, 어른들은 좀 더 쉽게 동의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저 조금씩 나아지면 된다는 닉의 기대는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닐까.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간다”는 부분이다. 물론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세상에 “나쁜 아이들”이 잔뜩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의 의지가 있는 사람의 내일은 그저 어제의 연속이기만 한 건 아니다.


사람들은 무슨 엄청난 결단과 헌신을 통해서 사람이 바뀐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하루 차곡차곡 자신이 하는 일들이 쌓여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쁜 아이”가 “착한 아이”로 변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못 마땅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잔뜩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불만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제 한 걸음 착한 아이 쪽으로 옮겨갔다는 뜻이 아닐까.


물론 이 과정은 영화 속 닉의 단순한 낙관론처럼 자동적으로, 혹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신중한 교육도 필요하고, 환경적 요소도 고려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신앙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대 교육 이론에서는 이런 것들이 별로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잘못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능사인 양, 오늘의 잘못과 실패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퉁치는 얼치기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이 헤겔주의 역사관의 기묘한 비틀림은 결국 시간을 우상으로 섬기는 일과 다름없다. 그저 정반합의 신묘한 섭리로 언젠가는 다 좋아질 거라는 맹목적 믿음이다. 잡초에 물을 계속 주면서 밭에서 좋은 열매들이 맺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인 일일 뿐이다. 어떤 위대한 일도 그저 우연히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좋은 비전과 거기에 이르기 위한 계획들, 그리고 매일 매일의 실천이 없다면 그는 그저 공상가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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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성경, 한 손에 비즈니스
윌리엄 더글러스.루벤스 테이세이라 지음, 곽수광 옮김 / 차선책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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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리스천 창업가들과 교제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나면서,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특성일 수도 있지만, 좋은 경영을 위해서 필요한 자질들 가운데는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주요 덕목들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높이는 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맥락에서는 약탈적 관행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 책은 아예 이 부분에 좀 더 집중을 한다. 제목부터가 성경과 비즈니스를 양손에 쥔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지 않던가. 저자들은 본문 내내 성경구절들을 쉴 새 없이 언급하면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자질들에 관해 말한다. 아, 그리고 저자들부터가 조금은 새로운데, 브라질의 연방 판사와 브라질 중앙은행의 애널리스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브라질 출신 작가의 책은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 이외에 처음인 듯.





일반 경영학 이론에 기독교 신앙을 더했다고 해서 그 수준이 떨어진다거나 실용성이 부작하다는 오해는 버리자. 대충 좋은 이야기를 써 놓은 책이 아니다. 오히려 앞서도 언급했듯, 유명한 경영이론에 관한 책들이 은근 성경에서 차용해 온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목표와 의미, 그리고 선한 덕목들을 강조하기도 하니까. 단순히 마키아벨리즘에 입각한 차가운 판단만이 이 바닥에서 유효한 것은 아니다.


특히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경은 잠언인데, 이 부분은 제대로 된 공략인 것 같다. 다른 성경들과 달리 잠언이야말로 우리의 실생활에 좀 더 직접적인 격언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니까. 이 부분을 제대로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도 좋은 기획이겠다 싶은.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잠언 이외의 성경 구절에 적용될 때는 살짝 무리한 느낌도 든다. 잠언이 말하는 대상이야 말 그대로 시장에서 사용되는 지혜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다른 본문들의 경우는 좀 다를 수도 있기 때문. 예를 들면 달란트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은사의 사용에 관한 독특한 조언을 담은 비유이지, 우리가 가진 돈을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에 관한 재무적 조언을 하는 게 아니다.


특히 복음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예시들은 그대로 따라하라는 의미가 아닌 경우가 많다. 값진 진주가 묻힌 땅을 사기 위해 자기 재산을 다 팔아야 하는 것도, 추수 때가 되기 전에 가라지를 뽑지 말라는 것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리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는 건 명백히 큰 위험을 사는 일이니까.





책 전반에 담긴 경영적 조언들, 나아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자질들에 관한 교훈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일에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지 말라는 세속적 조언보다는, 우리가 가진 신앙을 좀 더 제대로 드러내자는 이런 움직임이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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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어린 소년들이 그랬듯이

나도 시대를 앞서가려고 노력했고,

진리보다 십 분가량 앞서 가려고 애썼다.

그리고는 내가 그보다 1800년이나 뒤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G. K. 체스터턴, 『정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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