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리더십에
명확하고 선명한 ‘비전 선언문’과 ‘달성 가능목표’가 포함되면,
즉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겠다는 집착이 리더십의 일부가 되면,
우리의 따르는 능력은 위축된다.
우리의 주된 정체성이 ‘리더’가 되면
‘팔로워’라는 지위는 주변적인 것으로 전락하는데,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관심은
바로 이 팔로워 지위에만 쏠려 있는 것 같구나.
- 유진 피터슨, 『젊은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제목이 퍽 거창하다. 그리고 읽다보면 제목만이 아니라 정말로 제목에 쓰인 내용을 담으려고 책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연대순을 따라 인류가 경험한 주요 전쟁들, 혹은 재구성된 전쟁의 상황들을 열거한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그 이전의, 자연(혹은 짐승들)과의 투쟁까지도 언뜻 언급이 된다. 말 그대로 인류가 싸워온 역사를 그대로 다루고자 한 것.
당연히 이 방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그것도 보통의 벽돌책과는 다른 정도의 양에 담아내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서른아홉 개의 작은 장들에 간단히 소개하는 식으로 책은 구성된다.
이렇게 요약적으로 훑어보는 의미는 어떤 게 있을까? 언뜻 드는 생각은 이런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까지 엮어야 했을까였다. 당장 위키백과 검색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간략한 요약보다 훨씬 더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는 시대니 말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 구성 자체가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일 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서술에서는 서양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서양의 제국주의의 식민지로서의 아시아 정도를 서술하는데 그치는데, 이 책에서는 중국과 인도에서 활짝 폈던 영광스러운 문명의 이야기들도 등장하고,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도 소개된다. 하지만 역시 그 분량에 있어서는 서양 쪽이 월등히 많은 건 어쩔 수 없는데, 이건 아메리카 쪽의 역사까지 서양으로 구분할 경우 더 강화된다.
또 하나, 통상 이런 책들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그 중에 어떤 주제를 잡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책의 경우 그런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기의 역사라든지, 전투 방식의 역사, 혹은 전투의 목적 같은 부분에 집중할 만도 했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한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교양 수준으로, 전쟁사라는 부분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는 데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일단은 서술에서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으니까.
천부적 재능이나 사회적 지위에 의해 혜택을 받은 자는
그렇지 못한 자의 처지를 향상시킨다는 조건 아래서만
자신의 행운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아무도 자신의 우수한 천부적 능력을 당연시할 수도 없고
사회적으로 유리한 출발 지점에 서는 등의 덕을 보아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정의에 대한 롤스의 확고한 판단이다.
- 황경식, 『존 롤스 정의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