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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 많은 이가 그러하듯
무지와 편견 위에서 전통을 폐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아이가 자기 부모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믿고
그들의 결점을 보지 못하거나 무시한다면,
그 아이가 아직은 어리숙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점을 알게 된다고 해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신에게 생명을 준 부모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아무런 존경심도 갖지 않는다면
이 또한 사춘기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겠지요.
부모와 성숙한 관계를 맺는 이는
부모가 전지전능하다는 믿음과 부모의 연약함에 대한 경멸을 모두 뛰어넘어,
상속인임과 동시에 자유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가운데
부모가 자신에게 미친 결정적인 역할을 이해하고,
이에 감사를 표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영적·지적 부모인 전통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실제 부모를 대체할 수 없고,
추상적인 세계시민주의는 우리의 실제 전통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야로슬라프 펠리칸, 『전통을 옹호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