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원을 남자든 여자든 서로 ‘동지’라고 부르는 사회주의 부류의 동아리가 있다.

나는 이런 특별한 습관을 두고 적대감이든 다른 것이든

진지한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리 나빠도 인습을 고집함이고, 아무리 좋아도 희롱이다.

나는 여기서 합리적 원칙을 지적하는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만약 그대가 모든 꽃, 그러니까 백합과 달리아, 튤립, 국화를 한데 묶어

데이지꽃이라고 부르기로 선택하면

그대는 데이지라는 예쁜 낱말을 망쳐버렸음을 알게 될 것이다.

……

데이지꽃들은 분명히 보이고 어디에나 피어 있지만, 꽃의 한 종류일 뿐이다.

동지애는 명백하고 보편적이며 열려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애정의 한 종류일 뿐이다.


G. K. 체스터턴, 『왜 세상이 잘못 돌아가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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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라면 한번은 만나게 될 이슈들 - 조직문화 전문가의 친절한 리더십 수업
예지은 지음 / 삼성글로벌리서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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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조직들 안에서 살아간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기업’은 대표적인 조직이지만, 작게는 ‘가족’이라는 조직도 있고, ‘교회’ 같은 조금은 다른 성격의 조직도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직들에는 당연히 리더가 존재한다. 교회의 경우 일부 교단에서는 의도적으로 목사 같은 리더를 제거하는 구조를 설계했지만, 그런 조직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름으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걸 보면, 조직의 리더는 필수적인 역할인 듯하다.


관건은 리더를 없애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이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이다. 수많은 리더들이 리더가 어떤 존재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리더의 자리를 맡고 있기도 하고, 덕분에 많은 조직에 기능 장애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모아 알기 쉽게 서른여섯 개의 항목으로 정리를 해놓았다.





서른여섯 개라는 항목 수가 좀 버겁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리더십의 비결을 좀 간단하게 요약해 주면 좋겠지만, 기업을 운영하면서 마주하는 문제의 양상이 어디 그렇게 단순하던가. 조직의 문제는 다양하고, 그 때마다 한 가지 방식만이 정답일 수는 없는 법이다. 여기 나온 연구 결과들은 한 번 읽고 끝낼 게 아니라, 다양한 문제 상황을 마주할 때 사전처럼 찾아보는 식으로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여기 나오는 다양한 솔루션들은 여러 다른 연구와 책들에서 나온 것이지만, 일일이 그것들을 다 찾아 읽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서른여섯 개의 항목이 랜덤하게 나오는 게 아니고, 총 네 개의 장으로 묶여 있다. 그런데 그 순서가 또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가장 먼저 나오는 장은 리더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는 내용이고, 그 다음은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 마지막은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조금은 큰 작업의 순서로 이어진다.


하나하나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새로운 것들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책 자체가 이런저런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큰 간격이 아니겠는가. 책을 손에 들고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쓰임새일 듯하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조언들이 단지 기업 경영이나 기업의 부서 운영에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인간 사회라는 게 다 조금씩은 공통점이 있기 마련이라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지 적용해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리더십 매뉴얼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말라는 식의 마키아벨리즘적 인사 관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그 구성원들의 능력을 잘 이끌어낼 것인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당연히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또 이런저런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겠지만, 확실히 굴지의 대기업의 인사관리는 체계적이고 선진적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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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의 인생 책방
홍종락 지음 / 비아토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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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저자의 책을 모두 읽게 됐다(번역서 말고 저자로서 쓴 책 말이다).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 관한 소개를 담고 있는 “나니아 나라를 찾아서”, 역시 루이스의 삶에 관한 소개서인 “오리지널 에필로그”, 그리고 이번 책은 루이스의 작품 세계를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책으로 공교롭게도 내 루이스 컬렉션의 분류항목별로 한 권씩 저자의 책이 꽂힐 예정이다.


이 책의 1부는 C. S. 루이스의 오랜 팬인(그리고 그의 여러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던) 저자가 루이스의 작품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들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친구와 그의 아내 조이, 기도, 악마, 이야기 같은 주제들인데, 루이스의 책 전체를 다루었다기보다는 그 중 저자가 좋아하는 일부만을 담아냈다고 보는 게 맞다.


2부는 루이스의 책 중 몇 가지를 뽑아 설명하는 내용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기도 하는 작품인 “천국과 지옥의 이혼”으로 시작해, “이야기에 관하여”, “순례자의 귀향”, “그 가공할 힘”, “폐기된 이미지”, “기적”, 그리고 고통이라는 주제와 함께 “고통의 문제”와 “헤아려 본 슬픔”을 다룬다.


3부는 루이스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진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질문들을 담고 있다. 아홉 권의 책마다 던질 수 있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독서모임에 사용할 목적이거나, 그 책 자체를 좀 더 깊게 읽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하다. 부록도 알찬데, 특히 루이스의 모든 책은 아니지만 주요 저작들의 내용 요약이 실려 있다. 혼자서 읽기가 좀 어렵다고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자를 직접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내적 친밀감은 진작부터 맥스에 이른지 오래다. 더구나 그 루이스의 책을 여러 권, 그것도 수준급으로 번역해 냈으니 더욱 그렇다.


글이 매우 편안하게 쓰였다.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루이스의 글로 옮겨가는 방식도 그렇고,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각각의 글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다. 덕분에 루이스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도 조금은 쉽게 루이스에 입문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루이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읽는다면 그것 또한 매력적인 책일 것이다. 앞서 읽었던 다양한 루이스의 책들을 떠올리면서 나름 혼자만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너무 오타쿠 같은가...)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단순히 루이스의 문장만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다.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루이스의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 두어서, 무엇보다 저자의 깊은 통찰을 읽는 맛도 있다.




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오히려 제목이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책을 다 읽고 나니 더더욱 와 닿지 않는다. “C. S. 루이스의 인생 책방”이라... 루이스가 좋아했던, 루이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책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인생 책들” 그런데 그 책들이 루이스의 것들이고, 뭐 이런 의미일 텐데, 그게 이 제목이 맞나 싶다.


루이스 입문자에게도, 루이스 애호가에게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 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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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건 성품이건 실제로 나아지기 전에 눈이 먼저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더욱 잘 들어온다.

거룩해질수록 자신의 불결함을 깨닫게 된다.

악인은 자신의 잘못을 도무지 깨닫지 못한다.

인생길에서 어떤 전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는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 홍종락, 『오리지널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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